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은혜>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14,000원
‘하나님의 은혜’(A Grace Revealed). 보통 이런 제목의 책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 반복되는 진부한 표현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다 안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저자인 제럴드 싯처는 이 부분을 파고든다.
“나는 이 단어를 되찾고 싶다. 이해하기 쉽고, 유익하며, 일상생활에 의미 있는 단어로 만들고 싶다. … 당신 삶의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 단어를 친숙하고 실제적인 방식으로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이 단어”는 ‘redemption’이다. 구속이나 구원으로 번역한다. 성경 전체의 핵심 키워드인 이 단어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사이에 연결고리를 잇는 게 책을 쓴 이유다. 연결고리로 사용되는 도구는 ‘이야기’(story)다. 하나님이 저자인 큰 이야기 속에 우리의 작은 이야기들이 통합(구속)된다.
저자는 이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20년 전 음주 운전자에 의해 어머니, 아내, 딸을 잃었던 끔찍한 사고가 이야기의 배경이 됐다. 지난 20년을 찬찬히 복기(復棋)하며 비극도 구속 이야기의 일부라고 믿게 되었다. “가장 부적격자에게 주인공역이 떠맡겨졌으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는 탄식처럼 이야기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큰 줄거리는 하나님의 구속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음이 그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언뜻 슬픈 수필로 흐르는 듯 지극히 개인적이다가도, 하나님의 큰 구원 이야기와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따뜻한 문장이 많아 밑줄을 유독 자주 치며 읽었다. 문득 “밑줄을 책에만 긋지 말고, 인생에 그으라”는 말이 떠올랐다. ‘구원’ ‘은혜’ 등의 단어에 밑줄만 긋지 말고 “살아내라!”고 격려하는 책이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