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위의 신

▲ 대럴 W. 레이 지음 / 김승욱 옮김어마마마출판사 펴냄 / 18,000원

성(sex)을 빌미로 무신론자가 되라고 추천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종교는 성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을 문제로 삼는다. 사람들에게 죄책감과 수치심을 심고, 이를 이용해 권위를 유지하고 성장해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죄책감이 성을 비틀고 왜곡해나간다는 데 있다.

“성적인 금기 의식에 묶여 있거나 성적인 억압에 좌절한 사람들은 결국 성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겠지만, 그것이 자신 또는 타인에게 파괴적인 형태를 띨 가능성이 있다. … 비밀리에 불륜 관계를 맺어서 가정과 애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쁜 것은, 그들이 가장 약한 자를 노려서, 신체적, 언어적, 성적 학대를 자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101쪽)

적잖은 목사들이 성충동을 비정상적으로 해소해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는가. 미국의 사례를 보면, 종교의 세(勢)가 가장 강한 지역이 이혼율이 가장 높았다. 게다가 부모의 신앙심과 자녀에 대한 성 학대를 연관시킨 100건 이상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신앙심이 높을수록 자녀 학대 가능성도 높았다. 또한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일수록 포르노 사용 빈도가 더 높았다.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것은 일요일뿐이었다. 평일에 그 감소분을 충분히 채울 만큼 따라잡는다.)

반면에 비종교적인 사람들은 방해 요소가 없으므로 자신의 성생활과 연애 관계를 훨씬 잘 다루는 경우가 많단다. “그들은 욕망을 댐처럼 가둬두려 하지 않고, 적절한 방향으로 수로를 터준다.”

종교가 인간의 성을 억압해왔다는 주장은 다소 진부하나, 그 근거들이 탄탄하고 신선하다. ‘종파별 성적인 죄책감’ ‘연령과 종교성에 따른 성적인 활동 현황’ ‘종교를 떠난 뒤 성생활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등 눈여겨 볼 자료가 많다. 초지일관 종교를 버리라고 ‘충동’질하거나 극단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을 빼면, 오히려 신앙인들의 건강한 성생활을 돕는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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