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호 잠깐 독서]

보기 드문 인문학적 에세이
묵상의 여정
30년 어간 성경 묵상을 익히고 가르쳐온 지은이에게도 “마음 기울여 묵상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오랫동안 “‘QT’라는 이름의 경건적 성경읽기 방식이 묵상의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오다, 결국 “묵상에 관한 내적 논리”를 담은 책을 썼다. 인문학 독서와 사유가 깃든 튼실한 내용이 정갈한 글 매무새에 실려 즐거운 공감과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묵상과 몸’에 대해 쓴 10, 11장이 특히 인상 깊다.
“신앙도 몸으로 한다. 우리는 몸으로, 몸을 통해 배운다. 맹목적인 신앙이 아니라면, 어쩌면 머리로 아는 만큼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만큼이 내 신앙인지도 모른다. …구태의연하고 형식적이고 율법적이라고 비난했던 바로 그 반복적인 몸의 활동이 내 의식을 변화시키고, 내 감정을 회복시키고, 내 의지를 다시 불러일으켜 준다.” (146쪽)
“묵상은 몸으로 한다. 근육이 기억하는 딱 그만큼이 내 신앙이다. 몸의 기억은 관념의 기억보다 앞서고 또 오래간다. 그래서 몸의 훈련 없는 신앙 훈련은 항상 부족한 채로 남을것이고, 그 훈련 자체를 허위로 만들 수 있다.”(153쪽)

거듭 기독 청년들에 고함
청년 설교
김회권 목사가 올해 3월에 장신대 학부 신앙사경회에서 했던 일곱 차례의 설교와 강의가 ‘청년 설교’ 세 번째 시리즈로 나왔다. 생존을 위한 청년들의 스펙쌓기와 외모 업그레이드에 투신하기가 계속되는 이 시대에, 저자는 아브라함, 야곱, 모세, 베드로, 그리고 바울의 인격 성장과 영성 도야의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하면서 청년들에게 호소한다. 작은 도전을 받길, 그리고 진정한 위로와 희망을 발견하길.
“인격과 영성이 성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주는 직장은 노예살이요, 이웃과 경쟁하고 각축하는 전쟁터가 되어 버립니다. 또한 인격과 영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청년에게 연애와 결혼은 그림의 떡입니다. …청년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목마름과 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사회, 대조사회를 꿈꾸는 자들입니다. 이러한 청년들은 이 책을 통해 약간의 위로와 소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7~8쪽)

사랑의 주가 있다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
매일 2만5천 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하고, 소외된 자들은 더욱 비참해지는 세계. ‘도대체 하나님은 무엇을 하시는가?’ 오랜 신학적 난제와 현실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해방신학, 여성신학, 생태신학 등 현대 신학을 통해 제시하는 설명이 이해하기 쉽고 명쾌하다.
“구원을 내세로 강등해버린 옛날의 이원론적 사고와 달리, …각성된 종말신학은 하나님의 복된 통치를 맛보는 신성한 체험이 바로 지금 이곳에서, 식탁의 빵에서, 아이들을 위한 깨끗한 물에서, 부당한 경제구조에 대한 도전에서 실현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한다. 이런 제자도의 길은 교회를 무엇보다 십자가의 길로 인도한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기득권자들의 저항 역시 막강하다.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그들의 방어전략은 교회의 사역을 현실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영적인 담론으로 축소하며 종국엔 필연적으로 갈등만 불러일으킨다. 오늘날 새로운 성자와 순교자의 보고가 쌓여가고 있으며 그들은 사회적 경멸과 배척을 받고…가난한 자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다는 것만으로 최후를 맞기도 한다.”(141쪽)

영혼을 세우는 관계의 공동체
가장 치명적인 약점까지 기꺼이 나누면서도 함께일 수 있는 공동체 비전을 소개한다. 별 의미 없는 만남과 피상적인 대화를 되풀이하면서도 영적 교제를 나눈다고 착각하는 우리에게 도전적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약점과 깨어짐을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성령이 역사하실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을 내어드리는, 안전한 공동체인가?”
“장 바니에는 공동체는 자아가 죽는 곳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이렇게 이해한다. 누구도 온전히 믿지 않겠다는 우리의 결단은 죽어야 한다.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것을 받아들이고 우리 속에 있는 최고의 것을 기꺼이 주겠다는 마음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에만 일어난다. 서로 의지해도 될 만큼 안전하다고 느낄 때에만 일어난다.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만큼 그들을 신뢰할 때에만 일어난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낼 만큼 용기를 가질 때에만 일어난다.”(8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