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호 Must read] 아미쉬 사회_존 A. 호스테틀러 지음_김아림 옮김_생각과 사람들 펴냄_20,000원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 가의 모퉁이에 설치된 전광판에 써 있는 문구란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인상 깊은 이 문구가 다시 생각난 건, 《아미쉬 사회》(Amish Society)라는 신간을 보면서다.
‘아미쉬’는 16세기 스위스의 재세례파에서 유래한 개신교 신앙공동체로, 현대 자본주의를 거슬러 살아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미쉬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심장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 수세기 동안 자본주의 기술문명과 생활방식을 완강히 거부한 채 전통 방식의 농업에 종사하면서 경건한 신앙생활을 고수해왔다. 이들을 가리켜 30년 전 미국의 한 잡지는 “사라져가는 종족”이라고 했으며,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아미쉬 사람들은 근대화된 세상에 남아 있는 구세계의 문화적 섬 가운데 하나라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다른 미국인들에게 불편함과 구식 관습을 지켜나가는 금욕적이고 완고한 생활을 고집하는 과거의 유물”로 인식되어온 아미쉬 공동체는, 오늘날 “작지만 독특하고 생명력 있는 공동체로 살아남았다.” 인류학자 존 호스테틀러의 《아미쉬 사회》는 바로 이 공동체의 탄생과 성장, 갈등과 변화, 안정과 성취에 대한 독보적인 연구서라 할 만하다. 저자는 아미쉬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기를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10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63년에 초판을 냈고, 약간 증보된 2판(1968년)과 완전히 새로 쓴 3판(1980년)을 거쳐, 개정 4판(1993)을 출간했다. 4판의 번역본인 이 책 서문의 한 구절이 책을 펴들게 만든다.
“아미쉬 사회는 어떤 설교 한 번 없이도 우리에게 오래된 가치들이 사라졌을 때 인간이 치러야 할 대가를 알려 준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