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호 잠깐 독서]

한국 교회 형성사
G. H. 존스 지음/옥성득 편역
홍성사 펴냄/16,000원
이 책은 한국 개신교 초기(1884~1916) 역사를 담은 최초의 통사(通史)로, 특별히 토착교회 형성에 초점을 맞춘 1세대 선교사의 생생한 증언이다. 한국 개신교의 첫 통사로 알려진 <The History of Protestant Missions in Korea>(1929)보다 10여년 앞서 쓰인 것으로, 94년 만에 우리말로 출간되었다.
“선교사와 한국인은 서로를 연구했는데, 견해와 이상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미래의 해석으로 남겨 두면서, 정직하게 모든 면에서 우정과 상호 선의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선교사는 한국인이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으며 그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았고, 어떤 어려움과 위험, 혹은 상당한 희생에도 위축되지 않고 한국인의 생활속으로 들어가리라고 굳게 결심했다. 그리고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선교사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친구임을 인식했고, 선교사 자신이나 가족이나 바다 건너의 본국을 부유하게 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한국인을 위로하며, 성스럽고 무한한 혜택과 도움을 아낌없이 주려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비록 선교사 생활의 초기 시절이 생명과 재산에 위험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곧 상호 애정, 이해, 우정의 시대를 열었고, 이는 서양과 아시아의 접촉의 연대기에 기록된 가장 아름다운 한 장을 이루고 있다.” (149~150쪽)

일과 창조의 영성
파커 J. 파머 지음/홍병룡 옮김
아바서원 펴냄/15,000원
저자인 파커 J. 파머는 퀘이커 공동체 ‘펜들힐’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다가 “내 길은 수도원주의가 아니라 행동주의”란 걸 깨달았을 때 이 책을 썼다. 그래서 ‘관조’(contemplation)와 ‘행동’ 사이에서 씨름하던 그의 치열하고 묵직한 묵상들이 담길 수 있었다.
“위대한 영적 전통들이 다 함께 말하는 중심 메시지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인생은 선하고 믿을 만하다고 믿으라. 이에 비추어 보면, 큰 문제는 (기쁨과 더불어) 온갖 실수와 고통을 수반하는 활동적인 삶을 신나게 영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쫓겨 우리가 부름받은 자리에서 물러나 가장 귀중한 생득권(生得權)을 탕진하는 것이 문제다. 살아 있다는 경험 자체를 탕진하는 것 말이다. …우리 중 몇몇은 이 살아 있음에 이르는 일차적인 길을 활동적인 삶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영성은 우리의 내적 자아 및 실상과 공명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출생 시에 주신 생명력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위대한 정의와 평화와 사랑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행동하도록 지도하는 그런 영성이다.” (27~29쪽)

맨얼굴의 예수
김용민 지음
도서출판 동녘 펴냄/13,000원
불의에 침묵하는 교회,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는 교회, 전쟁을 일으키는 기독교인이 만든 왜곡된 예수의 얼굴을 걷어내고 맨얼굴의 예수를 그렸다. 저자는 예수의 맨얼굴과 만나기 위해 특별히 마가복음을 선택했다. 예수가 살았던 시대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쓰였으며, 가필의 흔적 또한 적은 본문이었기 때문이다. 《감추어진 예수의 진심을 찾아서》는 뒤틀린 교회와 사회를 돌아보며,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맨얼굴의 예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 정의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승리하는 게 정의인 시대, 예수의 부활이 없다면 잃어버린 자들에게는 희망이 없다. 다시 말해 촌에서 자란 블루칼라 청년이 로마제국과 그 끄나풀의 절대 권력 앞에 굴하지 않고, 무기와 재력 또 세력이 아닌 평화의 이름으로 싸워 이기는 이 위대한 반전극이 허구요, 가식이라면 이것만큼 절망적인 게 없다. 신앙에 앞서 의지적으로라도 의지하고 싶은 게 바로 부활이다.” (207쪽)

열정과 순결
엘리자베스 엘리엇 지음/양은순 옮김
좋은씨앗 펴냄/12,000원
결혼 후 함께 떠난 에콰도르의 정글에서 아우카 인디언들에게 남편 짐 엘리엇이 살해당했을 때, 그녀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선교사의 길을 놓고 기도하던 대학생 엘리자베스는 3학년 때 오빠의 소개로 짐 엘리엇을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졸업을 앞둔 시기, 그녀는 독신의 몸으로만 가능하다는 정글 선교사가 되고자 준비하면서 교제의 지속과 결혼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휩싸인다. 만남에서부터 그 고민의 시간들과,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한 걸음씩 사랑을 일구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복원해내는 이 책은, “비뚤어진 막대기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 옆에 놓인 곧은 막대기”라는 말처럼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성경적 로맨스의 모델이 될 법하다.
“이 책의 주된 줄거리는 나와 짐이 5년 반 동안 나눈 사랑 이야기다. 또한 그 사이에 내가 배운 그리움과 외로움, 불안함과 희망, 믿음과 주님에 대한 신뢰의 원리가 담겨 있다. 어떠한 열정에 사로잡혀 있건 간에 우리는 그분 앞에서는 순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원리 안에서의 성 생활은 전쟁터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서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해진다. ”(16~1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