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방 지음/이야기나무 펴냄/20,000원

“나도 역시 인간이고 인간으로서의 여러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나는 크나큰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나의 나라를 좀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 잘한 일이 많았으리라고 본다. … 나는 따라서 한국민에 대해서 심각한 유감과 슬픔을 표명하는 바이다."
이 같은 메시지에 당시 경향신문은 ‘잘못한 책임있다-이승만, 국민들에 사과’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후한 점수를 주었으나,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승만의 사과는 마지못해 유감스럽다고 표현하는 선에 그쳤다. 그의 사과문에는 자신이 가해자로서 저지른 일들에 대한 책임감과 고뇌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411쪽)
우리가 목격하고 있듯 과거 청산은 쉽지 않다. 진정성 담긴 사과 한마디 못할 정도로 용기 없던 저런 ‘노인’(들) 때문이기도 하고, 피해자에게 쉽게 용서를 강요하는 ‘목사’(들)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를 명확화하기 위해 ‘팩트’만을 찾아내 “사과하라” 해도 가해자들의 반응은 묵묵부답 꼿꼿하다. 반대로 복잡하게 꼬인 관계를 풀고자 다방면으로 접근하면, 어느 틈엔가 논점이 흐려져 과거 청산은 더 아득해진다.
하여, 참된 과거 청산을 위해서는 ‘단순’과 ‘복잡’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엉킨 퍼즐들을 맞춰야 한다. 말처럼 쉬울까. 저자는 미국, 남아공,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 각각 다른 맥락을 가진 과거 청산 현장의 복잡한 결을 다듬는 것으로 이 작업에 착수한다. 아직은 없는, 적과 함께 사는 법은 역사 속에서 희생된 사람, 역사의 고통을 감수한 사람, 바로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터득된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