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호 드라마 보는 여자]

“재벌 2세 한기주와 평범한 아가씨 강태영의 사랑 이야기는 결국 강태영이 쓰던 시나리오의 일부였다.”
2004년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고 ‘로맨스 판타지’라는 달달한 세상에서 강제로 튕겨 나온 사람들은 당황했다. 그 후 ‘파리의 연인 트라우마’가 생겼다.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가 달달하면 달달할수록 ‘설마 파리의 연인처럼 허무하게 끝나는 건 아니겠지?’라는 불안도 함께 스며들었다.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성의 운명적 만남, 온갖 역경을 딛고 기어이 성취되는 사랑, 현실에서는 죽어도 못할 “이 안에 너 있다” 같은 고백들…. 판타지인줄 알지만 판타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를 굳이 배반한 〈파리의 연인〉은 그렇게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문제작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