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호 잠깐 독서]

삶의 응원가
인생은 아름다워
이기섭 지음/이현숙 그림/아바서원 펴냄/13,500원
《그 청년 바보의사》를 쓴 이기섭 작가의 첫 에세이. 큐티집〈일용할 양식〉에 15년간 연재한 글들 가운데 지친 인생에 힘이 되는 이야기들을 골라 펴냈다. 사랑, 연애, 결혼, 출산, 자녀 양육이 우주적이고 섬세한 드라마임을 그려낸다. 눈길을 끄는 삽화가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비참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삶이 남편과 자식들 뒤치다꺼리에 소모되고, 나라는 존재는 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요. 아장거리던 아이들은 이미 저의 키를 넘어섰고, 이제 저와 남편은 죽음이 기다리는 곳을 향해, 아이들은 넓은 바다를 향해 더 가까이 섰습니다. 저는 역시 아무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비참하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도리어 ‘주는 삶’과 ‘썩는 밀알’의 삶이 진짜 알짜배기 삶임을 깨닫고 감사할 따름입니다.(178쪽)

‘유교’의 모든 것
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이야기
배요한 지음/IVP 펴냄/15,000원
신학자가 꿈인 저자가 유교를 공부하며 얻은 자신의 경험과 치열한 신앙적 고뇌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유교가 하나님을 아는 지식(복음)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교를 제대로 알면, 오히려 신앙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저는 복음서를 읽으며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유교가 지향했던 최고의 유학자인 성인의 전형을 봅니다. 예수님은 오는 사람 누구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고쳐주셨습니다. …이스라엘 사람이든 이방 사람이든 우리 주님은 마다하지 않으시고 만나주시고. 고쳐 주시고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릿발 같은 매서움을 지닌 이셨습니다. 성전 안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을 향한 꾸짖음에서, 칼로 순간의 무서움을 극복해 보려던 베드로에게 칼보다 더 날카로운 위엄으로 조용히 꾸짖으셨지요. 죽음까지도 달게 받으시던 주님에게서는 천명에 순종하는 소리 없는 무서움을 배웁니다.(292~293쪽)

어느 지식인의 진리 여행
이교도에서 기독교인으로
린위탕 지음/홍종락 옮김/포이에파 펴냄/15,000원
《생활의 발견》에서 “나는 이교도다!”라며 기독교를 신랄하게 비평했던 린위탕(임어당)이 기독교인이 된 과정을 담았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던 그가 왜 기독교를 떠났고, 왜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한 진솔한 영적 귀향의 기록이다.
예수의 세계에는 힘뿐 아니라 그 외의 다른 것도 있다. 공자의 자기제한, 붓다의 지적 분석, 장자의 신비주의와는 다른, 절대적으로 밝은 빛이다. 다른 이들이 추론한 부분에서 예수는 가르쳤고, 다른 이들이 가르친 부분에서 예수는 명령했다. 그의 말은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지식과 사랑에서 나온 것이었다. …더 나아가 그분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그분의 계명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어떤 단서도 달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위대한 진리가 무릇 단순한 것이라면, 여기서 우리는 모든 인간 발전 원리의 싹이며 그것만으로 충분한 단순한 진리 앞에 서 있음을 깨닫게 된다.(334~335쪽)

정말 비합리적인가?
신·자유·악
앨빈 플랜팅가 지음/김완종?우호용 옮김/SFC출판부 펴냄/10,000원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이렇게 악이 창궐할 수 있을까?’ ‘신의 전능함과 인간의 자유의지는 양립가능한가?’ 등 인류의 오랜 쟁점에 대한 분석철학자이자 종교철학자인 앨빈 플랜팅가의 논증이 담겼다. 철학자의 세밀한 논증과정이 벅찰 수도 있지만, 끈기 있게 따라가다 보면, 악이 실재하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옹호하면서도 신을 믿는다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음이 증명된다.
신은 자유로운 피조물을 창조할 수 있지만, 신은 피조물이 옳은 것만 행하도록 야기하거나 결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이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결국 유의미하게 자유롭지 못하며 옳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은 도덕적 선을 행할 수 있는 피조물을 창조하기 위해 도덕적 악을 행할 수 있는 피조물을 창조했음에 틀림이 없다.(5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