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호 잠깐 독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을 위한
내면여행 에세이

단 한 번의 여행
서진 지음
아바서원 펴냄 / 13,800원

저자의 삶을 그대로 녹여낸 자전적 이야기. 이사만 60회에, 14가지 직업을 전전했고, 글을 읽다가, 어느새는 쓰고 있다. 고통과 격정에 찬 삶의 과정에서 그 의미와 방향을 알기 위해 몸부림친 기록들이자, 흔들리고 방황하며 길 위에 있는 이들을 위한 ‘내면여행’ 안내서다. 고단한 인생길에 지쳐 있는 모든 이에게 권한다.
 
아버지는 무능력과 배신으로 우리 가족을 망가뜨렸고, 아집으로 내 꿈을 짓밟았고, 비이성적인 폭력으로 내 존경을 무너뜨렸다. 난 엄마처럼 그걸 사랑이라 부르며 그의 기분을 맞춰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사회와 관습이 뭐라 말하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용서할 수 없었다.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이라도 이런 아버지를 용서하라고 하면 침을 뱉어줄 작정이었다.(75쪽)


헨리 나우웬에 대한
가장 정직한 기록
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
마이클 앤드루 포드 지음 / 김명희 옮김
포이에마 펴냄 / 15,000원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여과 없이 노출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준 ‘상처 입은 치유자’ 헨리 나우웬의 전기다. 저자는 전 세계를 오가며 헨리의 지인 100여 명을 만났고, 그 결과는 한 인간에 대한 세밀하고 객관적인 기록이 되었다. 2003년 국내 출판 당시 삭제되었던 동성애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나는 늘 나우웬의 사생활을 철저히 해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억눌렀던 그의 성적 취향이 함의하는 바는 결국 많은 사람이 그의 글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었다. 친밀함에 대해 다소 얼버무리는 투로 쓴 것, 다른 남자에게 정서적인 애착을 느꼈다는 말, 후기 책에 동성애자와 동성애에 대한 언급이 많아진 것은 다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이 사실을 알면 전 인격을 더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라틴어 ‘페르소나레personare’에서 온 ‘인격person’이라는 단어는, 나우웬이 독자들에게 종종 상기시켜주듯 ‘울려 퍼지다’라는 뜻이다. 그에 대한 기억들을 정리하는 나는, 이 고뇌했던 천재에 대한 진실을 ‘울려 퍼지게’ 해야 했다.(25쪽) 


‘예수의 십자가’ 관점으로
한 절 한 절 풀어낸 욥기 해설
욥기
크리스토퍼 애쉬 지음 / 전의우 옮김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 30,000원

본문의 95퍼센트가 시(詩)인, 구약성경 욥기의 해설서. 욥이 겪은 경험, 논쟁, 분투, 고난 등을 예수의 십자가 관점으로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 섣불리 주제를 뽑아내기보다 한 절 한 절 충실한 설명을 덧붙여 책의 총 분량이 600쪽이 넘는다. 저자는 “시 한 편을 직설적인 문장 하나로 요약할 수 없다”며 먼저 우리 자신이 시에 푹 잠기기를 당부한다.

욥기를 읽을 때. 먼저 예수님의 더 위대한 이야기를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욥의 길을 걸으셨고. 우리를 위해 욥이 당한 고난의 깊이를 헤아리셨으며. 우리를 위해 옳다고 인정받으셨다. 사탄은 지금도 우리를 공격할 수 있고.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굶주린 사자처럼 맹렬히 우리를 공격하는 데 자신에게 남은 짧은 시간을 쓰고 있다. 이것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도 우리는 인내해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사탄이 더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를 참소하지 못한다. 사탄이 더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못한다.(68쪽)


성지에서 길어낸
생명과 평화의 묵상
팔레스타인을 걷다
김영봉 지음
IVP 펴냄 / 13,000원

십 년 남짓 목회 임기를 남겨 두고 중요한 모색의 시기에 이른 저자가 순례길에 올라, 온 마음과 감각으로 주님을 만난 충만했던 시간들의 기록이다. 관광이 아닌 진짜 순례를 하고 싶었던 저자의 고민과 묵상이 깊다. 성지를 비롯하여, 모든 일상의 험준한 순례길을 인도할 깊은 영성과 지혜를 《팔레스타인을 걷다》에서 배워보는 건 어떨까.

이번에 중동 지역을 여행하며 이곳에 황량한 골짜기가 얼마나 많은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례자가 그런 골짜기를 지날 때 그곳에 샘물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순례자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인생길에서 고난과 역경을 만날 때 그곳에 샘물이 터지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 순례자로 인생을 사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 땅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고향이 따로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믿음과 시각을 회복하는 여정이 되어야만 순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28,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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