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낭만이 주는 안식, 상상력, 기쁨, 슬픔 등을 저항의 동력으로 전환시킨다면 우리의 저항은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힘이 곧 정의’가 되어버린 엄혹한 현실에서 복상이 커버스토리로 꾸린 이야기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낭만’입니다. 낭만은 저항을 이해 못하고 저항은 낭만을 미워하는 듯 보이지만, ‘낭만’과 ‘저항’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4명의 필자(구미정, 김응교, 여정훈, 원유진)와 1명의 인터뷰이(서일웅)는 낭만과 저항 사이 멀어진 간극을 좁히고, 서로를 연결시킵니다. 흐릿했던 개념들이 이들의 처절한 삶 나눔 덕에 더 명료해집니다. 특히, 서일웅 원로목사는 최근 가장 낭만적인 장면으로 ‘유민 아빠와 시민들이 단식 중이었던 광화문 광장의 새벽’을 꼽았는데요. 낭만과 저항은 ‘정의가 힘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수레의 두 바퀴인 듯합니다. 아, 10월호 ‘사람과 상황’ 인터뷰에 실린 ‘빚 탕감 운동’ 역시 가히 거대 금융의 힘에 맞서는 낭만적 저항입니다. _이범진

“우리나라는 법정 최고 이자율이 34.9%로, 선진국 이자율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무책임한 대출을 남발한다. 쥐어짜서 추심할 수 있으니 카드 발급을 남발하고, 주택담보 대출을 남발한다. 미국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벗어나는 대출을 ‘약탈적 대출’이라 하여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채권자의 책임의식을 더 강조하는 선진화된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사람과상황’, 15쪽)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의 빚이 400~500만 원이라는 얘길 듣고 처음 들었던 생각이 ‘그걸 왜 안 갚아?’였다. 안 갚는 게 아니라 못 갚는 것이었는데, 내가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에 무지했던 거다.”(‘사람과상황’, 19쪽) 한국은행 추산 전 국민 가계부채 1,040조 원, 민간연구소 추산 1,881조 원. 이번 호 ‘사람과 상황’ 인터뷰에서는 전 국민을 ‘부채 인생’으로 전락시키는 금융자본의 올가미에 맞설 대안은 없는지, ‘빚 탕감 운동’을 벌이는 시민운동가 두 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_옥명호

“어쨌든 비판 의식을 갖고 개선점을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이 우리 역할 아닌가요?”
치킨과 함께한 이번 호 ‘청년주의’ 뒷담화 모임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누군가 불쑥 던진 말입니다. 기독 단체의 젊은 실무자들은 이 자리에서 때론 흥분된 목소리로, 또 한편으로는 공감과 이해의 마음으로,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들을 가감없이 나누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를 포함한 청년들은, 어쩌면 삐죽삐죽한 모난 돌 노릇을 하는 쪽이 나이와 맞는 품행인 듯합니다. 이 시대 청춘의 문제가 바로 그 모난 모습을 잃고 너무 일찍 늙어버리는 것 아니던가요. 그러니 한국의 기독교 단체에서 이른바 ‘간사’로 일하는 청년노동자들이 쓴소리 좀 했다고 하여, 대표나 리더 되시는 분들은 행여 노여워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얘들 도대체 누구냐”며 궁금해하지도 마시고, 그저 아직 미숙하지만 열정이 남아 있는 청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_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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