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호 사람과 상황] 남한살이 12년차, 탈북자 M의 실명(失名)과 절망

▲ ⓒ김승범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약 2만 5천 명. 70여 곳이 넘는 탈북단체가 있으나 목소리는 천편일률로 극우적이거나 보수적이다. 이들 단체는 북한에 삐라를 날려 보내거나, 여·야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각종 퍼포먼스로 보수정당을 지원한다. 대다수 탈북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투명인간처럼 조용히 산다. 언제든 간첩으로 ‘조작’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험하다.

M(38)은 이런 분위기를 거슬러,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왔던 몇 안 되는 탈북자 중 한 명이다. 그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고, ‘진보적인’ 의견을 가진 시민으로 여러 매체에 토론자로 나서길 마다치 않았다. 탈북자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와 편견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M의 롤모델은 동독 출신의 독일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다. 10년, 20년 후 통일 한반도에서 메르켈 같은 여성 정치인이 되겠다는 포부였다. (그녀의 익명 M은 ‘메르켈’에서 따왔다.) 이후에도 국회 인턴 등을 경험하며 활기찬 활동을 이어갔던 그녀가 돌연 잠적(?)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익명을 요구했다. 이유를 듣고자 11월 7일, 경북의 한 시골 마을로 향했다.

※ M은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인터뷰 내용이 '지면'을 통해서만 공개되기를 원했습니다. 이에 인터뷰이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부득이 해당 인터뷰는 온라인상에서 공개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