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호 레드레터 크리스천] 생명운동으로 하나님 나라 일구는 이경자 권사

 

   
▲ (사진: 이경자 제공)

지난 11월 11일 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이하 개발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친환경 치약 만들기 무료 강좌가 열렸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에서 활동하며 수년 째 친환경 세정제와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써온 ‘생활밀착형 환경운동가’ 이경자(68) 권사가 수업을 진행했다. 가공식품과 일회용품을 일절 쓰지 않는, 일상생활 자체가 환경운동인 이 권사의 강의에는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마음이 깃든 듯했다. 몸소 큰 병을 앓고서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호되게 겪어서였을까. 그는 개발원 근처 카페에서 세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하나님께 감사하고 자연에 경탄했다.

- 치약 만들기 수업에 앞서, 배우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이 일종의 의식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을 오염시키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우리 몸까지 오염시키는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나만의 숙제가 아니고 우리들의 숙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거짓 없는 자연을 공부해야 한다. 오늘 자기 손으로 치약을 만들고, 가져가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또 달라진다.

- “자연”에 원래 그렇게 관심이 많았나?
어릴 때 살던 집 꽃밭이 넓어서 늘 보고 커왔기 때문에 들꽃이고 식물이고 워낙 좋아하고, 이름도 많이 아는 편이었다. 교회 다니기 전, 집안이 망하지 않았을 때 꽃꽂이강사 하는 친구에게 동네사람들이랑 우리집에서 꽃꽂이를 배우기도 하고 자격증도 땄다. 남편 죽은 이후로 본격적으로 교회에서 꽃꽂이 봉사를 한 게 만20년이다. 죽기까지 하겠다고 하나님한테 서원했는데, 아픈 뒤로는 힘에 부쳐서 쉬고 있다. 그래도 자연과 ‘인격적인’ 관계까지 맺기 시작한 건 어린 손자와 산으로, 들로 꽃을 찾아다니면서부터인 것 같다. 

 

   
▲ 여성지도력개발원에서 치약마들기 강의를 진행중인 이경자 권사 ⓒ복음과상황 이범진

- “집안이 망하지 않았을 때”라고 하셨는데,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오신 것으로 들린다.
얘기하자면 좀 길다. 공무원이던 남편이, 사정이 생겨 직장을 그만두면서 시동생이 하던 사업을 함께하다가 집이 망했다. 겨우 방 두 칸을 구해서 아이 셋까지 다섯 식구가 살았다. 남편이 직장 다닐 때 지인들에게 빌려줬던 돈 가끔 들어오는 거랑, 나도 하루 5천 원씩 일당 벌어서 생활했다. 그 즈음 교회에서 꽃꽂이 봉사하시는 권사님을 거들면서 교회 꽃꽂이도 배우게 됐는데, 권사님이 팔이 아프셔서 내가 아예 맡아서 하게 됐다. 애들 자라서 취직들을 하고 형편이 좀 나아졌는데 남편이 무거운 짐을 옮기다 넘어지면서 보도블럭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로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내가 쉰 두 살 때다. 너무 막막하고 슬퍼서 하나님께 전적으로 매달렸다. 완전히 어린아이가 됐었다. 어쨌든 남편 죽고 사업 뒷정리까지 다하고부터는 집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많은 걸 배웠다.

남편 사별 후 1년쯤 지났을 때 사업하는 딸이 둘째를 낳았는데, 아이 둘을 다 키우기 어려워서 태어난 지 이틀 된 손주를 내가 키우기 시작했다. 그 아기를 업고 새벽 꽃시장 가고, 강대상에 뉘여 놓고 젖병 물리고 꽃꽂이 봉사를 했다. 그렇게 키운 손자가 자라면서 함께 소통할 거리를 찾다가 생각한 게 들과 산으로 데리고 다니는 일이었다. 손자에게 작은 식물부터 보여주고 알려주면서 꽃마다 이름을 알아가며 사귀고 뛰어놀았다. 그 시절에 자연을 관찰하며 다니다 보니, 걔네들(나무와 꽃, 풀)은 여기저기서 상처 주고 밀어내는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더라. 걔네들은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때가 되면 사라지면서도 서로 잘 지낸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큰 나무들한테 너희한테 먹을 것들을 주는 작은 나무들에 고마워하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중얼거리면서 얘기했다. 작은 꽃들 때문에 나무들도 살고 그 가지들도 살고 가지에 있는 미생물들도 다 먹고 산다. 하나님이 그런 생각도 떠오르게 해주신 것 같다. 형편이 어렵지 않았을 때는 돈 주고 사는 것만 알았는데 돈 안주고 그런 걸 누리고 사는 걸 배우게 하셨던 거다.

- 친환경 세제 만들기는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
손자가 자라고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또 같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는데 딱히 배울 게 없더라. 그러다 동네 백화점 문화센터 프로그램에서 ‘유기농 비누 만들기’를 보았다. 환경도 살린다고 하고, 내가 그런 거 좋아하기도 해서 함께 등록했다. 내가 원래 피부에 맞지 않아서 화장품 같은 걸 못 썼는데, 그거 배우면서 환경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강사한테 듣는 걸로 끝내지 않고, 궁금한 건 책이든 인터넷이든 다 뒤져가며 공부했다. 개념부터 시작해서 성분과 유해성 등 나쁜 화학제품들이 우리 몸을 어떻게 망치는지도 알아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에서 나는 것들에 더 관심이 갔고, 계절마다 나는 것들과 그 활용 방법을 알게 됐다. 자연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이미 다 갖춰져 있더라. 먹고 바르고 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다 하나님의 섭리이자 신비로, 기적으로 다가왔다. 알게 된 것들은 계속 새롭게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계속 공부했다. 배우고, 생각하고, 실천해보고, 재료들과 소통하면서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원료와 재료들을 섞어가면서 만들어 보고 사용해본다.

 

▲ 이경자 권사표 샴푸, 비누, 얼굴에 바르는 오일 (사진: 이경자 제공)

- 그렇게 시작하여 지금은 강사로 가르치면서 환경 운동에까지 관여하신다. 권사님 연세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처음에는 혼자 만들어 쓰고 주변의 지인들한테 나눠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몸이 아프고 보니까 더 시급한 문제로 여겨지고, 우리 자식세대 젊은이들은 더 이상은 나쁜 화학적인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환경호르몬에서도 해방되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여선교회 안에서 내 물건들을 써본 사람들을 통해서 점점 나를 불러주는 곳이 늘어나고, 기독교환경운동단체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감리교 서울연합회를 거쳐 전국연합회 환경연구위원이 되면서부터는 더 본격적으로 기독교환경운동쪽으로 강의를 해오고 있다. 비누 만들기를 처음 배울 때는 환경까지 생각하지는 못했었는데, 알아갈수록 환경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비누 만들기의 기본 재료가 글리세린인데 식물에서 오일을 제거하고 남은 나머지다. 이 나머지에 새 기능을 넣어 친환경 창조물로 다시 태어나는 게 내가 만드는 비누다. 만드는 방법은 모두 공개하고 새로운 제품도 계속 연구한다. 누구나 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이건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몸이 아팠던 게 삶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어디가 많이 편찮으셨나?
올해 10월에서야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8년 전에 유방과 자궁 내막에 암이 생겨서 수술 받았다. 여성호르몬이 다니는 길에 문제가 생겨서 암이 생긴 거다. 손자가 9살 때였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다가 유방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 큰 병원으로 갔더니, 내가 하혈한 적도 있고, 유방과 같은 호르몬이 작용하는 자궁 내막도 검사하라고 하더라. 두 곳에 암 검사를 하면서 끔찍하게 많이 아팠는데 예수님 생각이 많이 났다.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얼마나 아프셨을까 싶어서. 검사 결과, 자궁 내막도 암이었다. 그것도 손만 대도 순식간에 퍼지는 종류여서 곧바로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했다. 수술실로 들어가면서는 수도꼭지 틀어놓은 것처럼 소리없이 눈물만 쏟아졌다. 구불구불한 길을 몇 차례 통과하여 수술실로 향하면서 “무서워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를 눈동자같이 지키는 네 하나님이다. 자지도 않고 졸지도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씀이 내내 들렸다. 하나님의 음성인가 싶어서 기도하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7시간 반이 넘는 수술이 끝난 후에는 비몽사몽간에 “네가 기쁘고 즐겁고 신나고 화나고 속상했던 그 모든 일들이 내 영광이요 나를 영화롭게 했다”는 말씀이 또 들렸다. 살림만 할 때는 집안일 외에는 아는 게 없었는데 그동안 하나님이 어쩜 나를 이렇게 바꿔놓으셨을까 싶어 너무 감사하다. 내 병도 그랬겠지만, 호르몬 문제로 인한 질병은 합성세제 사용과 상관성이 정말 높다.

- 샴푸나 화장품 같은 합성세제들의 유해성이나 환경오염 문제는 알려졌지만, 심각하게 거론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세제들은 하나님이 주신 자연, 우리 물과 땅을 오염시키는 환경호르몬과 연관되어 있고, 그 환경호르몬이 체내 호르몬의 신호 체계를 방해해서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유방암이나 자궁암도 그중 하나인데, 자연도 사람도 병들게 하는 것이다. 특히나 자궁은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특별한 메시지가 담긴 신체 기관이다. 수만 년 전 하나님이 이 땅을 창조할 때부터 존재한 자연의 법칙을 인위적으로 깨니 우리가 고통을 받는 거다. 돈만 생각하는 기업들이 화학적으로 대량생산해서 원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공급하면서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 공부하다가 알게 된 건데 일본의 어느 화장품은 로션 하나 만드는 데 기본 방부제를 포함해서 180여 가지 화학성분이 들어간다. 하나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하나 때문에 계속해서 첨가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드는데 값도 비싸지 않나. 우리 몸이 받지 않는 것들을 사용하니 몸에 이상이 오고 아프게 되는데도, 여전히 몸에 좋지 않은 제품들을 계속 사용한다. 암 걸린 후로는 우리 몸과 환경에 대한 생각들이 커지고,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면서 하게 되었다. 감리교전국연합회 환경연구위원일 때는 설거지나 세탁 할 때 세제로 활용할 수 있는 미생물을 한국의 미생물 회사에서 가져다 교회에서 파는 일도 시작했었다. 먹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로 변화해왔다.

 

   
▲ ⓒ복음과상황 이경자

-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는 말은?
돈을 위해 먹거리에도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들 하나. 환경호르몬 덩어리인 일회용품과 가공식품들로부터 농지를 황폐하게 하는 유전자조작식품까지, 이 모든 게 자연과 인간을 병들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먹고, 또 먹으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음식이 산과 들에 널렸는데 인공적인 것을 계속 첨가하고, 그것을 더 많이 먹으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벗하여 살면서 신이 주신 재료들로 연구해서 먹고살았고, 방부처리 역시 자연의 방법으로 가능한 만큼만 했다. 그러니 자연히 건강한 음식들이 발전한 것 아니겠나. 그중에서도 발효음식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으뜸이다. 제발, 된장 고추장만이라도 집에서 담가 먹어야 한다. 교회 공동체에서라도 우선적으로 농약 치지 않은 우리 쌀과 제철음식먹기 운동을 해야 한다. 기환연 기독여성살림문화원에서 하고 있는 생명밥상운동의 방향성이 그것이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형마트 가실 일이 없을 것 같다.
서울에 사니까 아예 안 갈 수는 없고, 가끔 식재료를 사긴 하지만 가공식품은 사지 않는다. 키울 수 있는 것들은 키워 먹고, 제철 재료로만 음식을 한다. 우엉 키워서 차로 만들어 마시고, 상추랑 고추도 조금 집에서 심어서 먹는다. 명월초도 키우는데 이파리가 자라면 아침 공복마다 뜯어서 그냥 먹는다. 그리고 제철 나물 같은 먹거리는 시골 마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사먹는데, 지금은 평창 사는 분한테서 1년 동안 나물을 대서 먹는다. 제철 야채에는 그때그때 필요한 영양분이 풍부하다. 고사리, 곤드레, 엄나무순 등 산에서 나는 식물들을 다 먹는데, 초록잎들은 몸을 해독해주고, 연근은 피를 맑게 해주고, 우엉은 섬유질이 많다. 끈기가 있으려면 뿌리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런 것들을 먹다 보면 땅에서 나는 것이며 나무 잎사귀들까지도 먹을 수 있게 하신 하나님이, 이렇게 알도록 해주시는 하나님이 너무 고맙다.
한번은 여럿이 나들이 갈 일이 있는데 나한테 김밥 열 줄을 사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싼 값에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것들을 사가는 게 싫어서, 장아찌 주먹밥을 만들어 갔다. 현미밥에 김치와 우엉을 넣고 매실청으로 주물주물 뭉쳐서 싸갔는데 다들 맛있게 먹었다. 이러니 손자가 어릴 땐 힘들어했다.(웃음) 소시지 같은 반찬을 일절 해주지 않으니까 다른 친구들은 다 먹는데 얼마나 먹고 싶었겠나. 때로는 나도 못 이겨서, 끓는 물에 삶아서 나쁜 물질을 제하고 해주기도 했다.

- 권사님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광화문에서 내성천 살리기 1인 시위 하시는 사진이 있더라.
내성천을 직접 보러 간 적이 있다. 직접 보니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 자녀세대들도 볼 수 있도록 보존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자연을 봐야지 생명에 대한 감수성도 살아나고 아름다움도 느끼는 것이다. 물도 하나님, 바람도 하나님인데 그런 것을 없앤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숨이 넘어간다. 그래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주관해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에 나도 참여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내성천이 어디에 있고 시위는 왜 하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발 봐주기라고 해줬으면 좋겠는 마음이었다. 내성천만이 아니고 곳곳에서 가슴 아픈 일이 많다. 가리왕산에서는 기껏해야 3~4일의 올림픽 경기를 위해 600살 먹은 나무를 잘랐다. 600년의 시간을 하루아침에 죽인 것이다. 지난 7월에 교회 수련회로 평창에 갔었는데 그 땅이 삼성 땅이 다 된 꼴이더라. 자본이 생명을 죽이고 있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속에서 분노가 나서 욕이 다 나왔다. 곳곳에서 이렇게 생명이 죽어가는데도 언론은 제 노릇을 못해서 사람들이 알기도 어렵다. 언론이 죽으면, 교회에서 목사님들이 알리는 노릇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리기는커녕 아직도 많은 교회가 예수만 잘 믿으면 된다고 말한다. 도대체 뭘 믿으라는 건가. ‘예수 살기’를 잘하는 것이 잘 믿는 것 아닌가?

 

   
▲ 광화문 앞에서 내성천 살리기 시위 중인 이경자 권사 (사진: 이경자 제공)

- 환경과 생명을 위해 이렇게 몸을 던지시는 동력이 무엇인가.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밥상을 먹고, 하나님이 곳곳에서 만나게 해주시는 사람들한테 계속 배우고 더 자라나는 것이 신이 나서 그렇다. 난 집에 있는 손자 둘 말고는 얽매인 것도 없으니 자유롭지 않나. 손자들 키우면서,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밖으로 돌아다니고 그러면 어쩔 때는 주일에 일어나기도 버겁다. 그래도 많이 먹지 않고, 좋은 음식 먹으면서 다시 살아간다. 땅, 바람, 해. 얘네들과 노는 것이 즐겁다. 사실 얘네들이라 부를게 아니고, 자연은 신적 존재다. 이 존재들과 같이 놀고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 아닐까. 내 존재 이유인 것 같다. 가진 것도 없고 힘들던 시절, 잘사는 형제들에게조차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을 때 집에 심방오신 전도사님이 고린도후서 6장 9~10절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라는 말씀을 이야기하시는데, ‘내가 (하나님) 아버지로 인해 모든 것은 가졌구나’ 싶어서 소름이 끼쳤다. 지금도 그렇다. 다니다 보면 시비 거는 분들도 있지만,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마음이 든다.

- ‘자연’에 대해 아직 눈이 뜨이지 않은 젊은 세대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다.
자연은 자꾸 보아야, 보이게 된다. 진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후손들이 볼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자연을 남겨 놓아야 한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의 것을 먹지 않으면 결국 없어진다. 우리 것이 없어져도 정말 괜찮은지 묻고 싶다. 익숙하지 않더라도 우리 것 먹기를 배우고, 직접 만들어 먹어보자. 초청하는 곳에 와서 잠깐만이라도 먹고 체험해보면 좋겠다. 젊은이들에게 정말 자연의 것들을 맛보고 체험해볼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 몸소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지혜는 어디서 갑자기 나오지 않고 경험, 체험에서 나온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하나님이 더해주시고, 생각도 계속 발전한다. 우리 시대는 만들기보다는 소비하기가 익숙한데, 소비만 하면 우리 몸은 망가진다. 각자는 자기 것이기 전에 하나님의 것이다. 젊은 부모라면 자녀를 어릴 때부터 어떻게 키우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우리 손자들도 애기 적부터 기른 둘째랑, 커서 함께 사는 첫째는 참 다르다.(웃음)

- 앞으로 계획하시는 일이 또 있나.
카인의 후예들이 만든 도시를 떠나서 땅을 일구며 살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모여 살면서 땅을 일구면 좋겠다. 아는 분이 그런 마을을 계획하면서 거기서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하기를 제안하는데, 어떻게 시도할 수 있을지 생각중이다.

자연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자연이 말하는 것인지 경계가 희미해지는 이 권사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문득, 생태주의자 레이첼 카슨이 《센스 오브 원더》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만일 한 어린이가 착한 요정의 도움 없이도 자연에 대한 타고난 경이의 감정을 지킬 수 있으려면, 그러한 감정을 함께 나눌 한 명 이상의 어른이 필요하다.” 500년을 보존한 원시림을 한순간에 베어버리고, 태초부터 흘러왔는지도 모를 강줄기를 서슴없이 끊어버리는 ‘오늘’에 대한 저항은 ‘생명을 경탄하는’ 한 명 이상의 어른에게서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았다.  

진행 _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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