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뒷골목 풍경 / 차정식 지음 / 예책 펴냄 / 15,000원

“노예들만 해도 소속이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인권 보장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사람 대접을 받았다. … 이들보다 더 힘들게 산 비천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완전히 배제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았다.”
사마리아인, 아람인 족속도 ‘땅의 사람들’이라 하여 천대받았다. 그런데 예수가 하나님 나라 운동의 근거지로 삼았던 갈릴리 일대가 바로 천민들이 많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예수의 사역 현장에 주로 등장하는 ‘목자 없이 유리하는 양 떼’와 같았던 자들이라든가, 각종 귀신 들린 자들, 부정하게 취급받던 더러운 이들, 그리고 각종 질병에 걸려 공동체에서 소외되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이들이 바로 하나님 나라 복음의 수혜자들로 환대를 받았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를 향해 ‘먹을 것을 탐하는 자요 술꾼의 친구’ ‘죄인들의 친구’라 비판한 것도 바로 예수가 천민들과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수는 거침없이 천민들에게 다가갔고 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쳤다.
흔히 예수의 제자 중 어부 출신을 두고 ‘하류서민층’(민중)으로 보지만, 저자는 “고기잡이배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중요한 생산수단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말”이라며 중간층으로 분류한다. 문득 질문이 생긴다. 우리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는 ‘천민’이나 ‘하류서민층’이 얼마나 함께하고 있을까? 혹시 ‘중간층’ 이상의 운동이기만 한 것은 아닐까? 정교한 자기성찰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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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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