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호 사람과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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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오지은 | ||
정부가 상당수의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꾸고, 최고세율을 매기는 과세표준을 낮추는 등의 세제 개편을 하면서 연말정산을 놓고 13월의 직장인 ‘세금폭탄’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총 급여 5,5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5,500만∼7,000만 원 근로자는 2∼3만 원 정도의 세금만 더 내면 된다고 정부는 강조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거짓임이 드러났다. 미리 계산해본 근로자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난 세금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도 놀랐는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많은 불편을 드려 유감”이라고 했다. 정치권 역시 다시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형평성’이었다. 2월 초 해외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인터뷰에 응한 안창남(57) 교수 역시, 교묘한 방식으로, 그것도 월급쟁이에게만 증세하려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동시에 형평성을 전제한 증세의 필요성과, 의무를 넘어서는 세금의 공동체적 가치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또다시 유보된 종교인 과세 문제도 짚었다. 이 땅에서 세금으로 만들어가는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이야기하는 안 교수는 프랑스 파리 제2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세법 전문가로, 월드텍스연구회 회장 및 한국세무사회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2월 4일, 일산역 근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 최근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동을 겪었다. 사실상 서민 증세라는 논란 속에서 형평성 문제로 납세자들 불만이 컸다.
지난 2013년에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 즉 연봉 3,450~5,500만 원 사이 중간 계층 근로자도 추가로 세금 부담을 하게 되어 있는 안이 나왔을 때 조세 저항의 움직임이 있어 급히 보완책을 내놓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연말정산파동이라는 조세 저항을 맞았다. 지적했듯이, 이번 저항은 세금 자체에 대한 저항이기보다는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번 조세 저항은 저소득 근로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현 정권에 표를 준 중위권 그룹의 불만이 컸다. 예를 들면, 기업의 과장 정도의 납세자들이 자기보다 훨씬 급여가 높은 사장이나 회장이랑 똑같은 세율 적용(최고 세율 38%)을 받는다는 상대적 불공평성에 열 받은 거다. 지금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규모 법인들, 금융주식이나 채권을 대량 보유한 대자산가들도 많은데 그들 세금은 안 오르고 유리지갑인 근로자들 세금만 오른다. 이해하기 힘들다.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격이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 법인세 인상에는 절대 반대한다. 그러니 근로자들이 ‘우리가 봉이냐’는 생각을 왜 안 하겠나. 이번에도 당황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보완책을 소급해 적용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 나라 살림인 조세정책인데 애초에 잘 세워야지, 왜 이렇게 문제가 자꾸 불거지나?
지금까지의 정부 행보를 보면 조세정책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각한 수준이다. 대선 후보 시절에야 표를 얻기 위해 노인들에게 20만 원씩 나눠주겠다는 식의 공약으로 정권을 잡았더라도, 대통령이 됐으면 복지의 방향과 모델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재정 현실을 감안하여 공약사항을 수정할 수밖에 없음을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에 맞는 증세정책을 써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복지모델을 세웠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한다. 정부도 적자 문제를 알고 있을 터인데, 대통령은 계속 증세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미 세금 적자가 30조 정도 발생했다. 2017년이면 현 정부의 누적 재정적자는 40~50조 원 정도 되리라고 예측된다.
- 진짜로 증세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나.
증세 개념에 대해 정부가 국민을 교묘하게 속이는 거다.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기존 세율을 높이는 것만 증세고, 다른 방식으로 세수를 늘리는 것은 증세 아닌 것처럼 하는 거다. 납세자의 세금 부담이 높아졌으면 증세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것도 증세에 속한다. 증세정책이 나쁜 것은 아니다. 집안 살림살이를 생각해보면 된다. 수입이 적으면 지출을 줄여야 하고, 지출을 많이 하려면 수입도 많아야 한다. 안 그러면 파탄 나는 것이다. 국가도 이와 똑같다. 복지지출을 늘리려면 그만큼 세입도 늘려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무책임한 정권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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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 증세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앞서 말했듯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이, 급여가 뻔하게 드러나는 월급쟁이 근로자들에게만 증세할 것이 아니다. 다른 납세주체들, 예를 들면 법인도 복지재원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한다. 즉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 법인세는 쉽게 말하면 회사에 부과하는 소득세다. 세금은 크게 소득세, 소비세, 재산세로 나뉘는데, 조세정책은 주로 이 세 가지를 상호 조정한다.
유럽의 경우는 이미 소득재분배가 잘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특출한 부자들을 빼면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산다. 유럽 부자들은 연소득 5억 이상이면 45%까지도 소득세를 낸다.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이 경우엔 주로 소비세를 조정하면서 세금정책을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소득 1등부터 꼴등까지 알파벳순으로 줄을 세운다고 치면 A+와 A0 사이, B+와 B0 사이에도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 소득재분배가 잘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법인세율을 보면 22%인데, 비과세 감면을 한 뒤 실효 세율로 따지면 17%다. 일본의 실효 세율이 24%, 미국은 28% 정도고, 유럽은 미국보다도 높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투자 활성화 목적이라면서 그나마 25%였던 법인세율을 3% 인하했는데, 투자 활성화? 안 이루어졌다! 현재 22%인 법인세율로 44조 원 정도가 걷히는데, 법인세율을 1% 인상하면 추가 세수입이 2조 원 정도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가 인하하기 전 수준, 즉 25% 법인세율로 돌아가면 6~7조 원 정도 추가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올해 세수 적자 예상이 3조5천 억 정도인데, 내가 볼 때는 6~7조 정도 날 것 같다. 이 적자는 법인세율을 올려서 메꿔야 한다. 갑자기 올릴 수 없다면 매년 꾸준히 올려야 한다. 이번에 담배세 인상으로 2조 원 정도 세수 증가를 예상하는데, 전 국민을 상대로 세금 인상을 할 것이 아니라 법인세율부터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슈퍼부자들 세율도 현 38%에서 42% 정도로 올려야 한다. 이렇게 걷히는 세수로 복지를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설명을 하고 재산세를 손보고, 그래도 필요하다면 마지막에 소비세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
현 정부를 지지하고 안 하고의 문제를 떠나 재정적자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조세정책의 기본 원칙이다. 어느 정부든 시간이 가면 다 지나가는 과객일 뿐이다. 그런데 나라 살림을 거덜 내버리면 어떡하나? 더군다나 한국은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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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 소득세 비중을 낮추고 불로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학생이 공부를 잘하려면 예·복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 ‘지하경제는 양성화해야 한다’와 같이 지극히 타당한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라, 실천하고 달성하기 어려운 말이다. 어느 나라 어느 정권이든 늘 추구해야 할 정책이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과제다. 우리나라도 많이 개선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 ‘불로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걷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증세 방향이 분명한 정책조차 실행하지 못하는 정치 현실이 답답하다.
자본주의 국가 속성상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정치 자금이 재벌에서 나오니, 정치는 계속 재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재벌의 압력을 정치권이 이겨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30대 재벌 영향력 하에 있는 표들도 대단히 신경 쓰이는 점이다. 그러니 법인세나 재산세 인상에 주저하는 면도 있을 거다.
- 지난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낭비했고, 이어서 이번 정부는 증세 형평성 논란 중에 있다. 점차 세금 불신이 커지는 추세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세금 내기를 아까워하는 정서가 있다. 현재 750만 정도 규모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그 중심이다. 집 있고, 주식도 좀 있고, 기독교인도 상당수인 것이 특징이다. 세금 내라고 하면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는 정서로 반응한다. 납세에 대한 시민의식이 낮은 거다. 인사 청문회 보면 다 나오지 않나.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 게다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실제로 이들은 국가의 혜택을 거의 못 받고 자라기도 했고, 민주주의를 해본 역사도 일천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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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 탈세 이야기가 나왔는데, 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어떤가.
선진국들은 탈세를 하면 우리나라의 ‘병역 기피’와 동일한 정도로 처벌한다. 거의 그 사회에 발을 못 디디게 하는 거다. 미국 내에서도 그렇고 유럽도 마찬가지고, 탈세가 불가능한 구조다. 애플, 구글, IBM, 론스타 같은 기업들이 미국 기업이면서 아일랜드 같은 조세피난처에 사업체를 만드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몇 년간 노력을 해오면서 고소득 자영업자의 조세 관리는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개인에 치우쳤다는 점에서 아직도 부족하다. 그리고 여기서 한 단계 뛰어넘어서, 세금이 의무에서 권리 수준이 되어야 한다. 세금을 많이 낸다는 건 많이 번다는 것 아닌가. 미국이나 유럽은 이 권리 의식도 상당하다. 이렇게 되려면 먼저 국가가 세금을 형평성 있게 걷어야 하고, 걷힌 조세를 잘 써야 한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이라면 사실 더 세금을 잘 내야 한다.
- 기독교인들이 세금을 더 잘 내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어찌 보면 세금 내는 것도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데 당연하고 필요한 과정이다. 세금으로 저소득층도 보호하고, 환경도 보호하고, 교육도 하고, 의료보험도 잘 작동된다면, 당연히 가진 재능으로 돈 벌어서 세금도 팍팍 내야 하는 거다.
- 종교인 과세가 또 유보된 걸 보면, 조세 저항이 제일 심한 곳이 교회 아닌가 한다.
이 지점이 기독교가 ‘개독교’를 비롯해서 온갖 욕을 다 얻어먹는 근원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는 사실 심플하게 생각할 문제다. 예수님도 가버나움에서 세금논쟁이 붙자, 당시 개인에게 부과되던 성전세를 내셨다. ‘아버지 집’에 들어가면서 돈 내고 들어가신 것이다. 심지어 베드로 몫의 세금도 내셨다. 예수님이 그렇게 하신 이유는 그들에게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행여 세금 문제가 복음 전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건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예수님도 내셨는데 목사가 뭐라고 세금을 안 내겠다는 건가.
다만 교회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유보 기간을 줘야 한다. 아직은 회계 지식이 부족하니까 익숙해질 기간을 줘야 한다는 거다. 10년 정도 정부가 지켜보면서 지도하고 세무조사는 면제해줄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가 문제 많지만, 장점도 많다. 아프리카라든지 저개발국가에 나가 보면 어김없이 그곳엔 한국인 선교사의 눈물과 땀과 헌신이 있다. 단점 때문에 장점까지 다 뽑아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교회가 세금을 내게 되면 교회 내 돈의 흐름이 투명해지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
우선은 종교인들 급여 차이를 비롯해서 선교 명목으로 사용되는 돈의 들고 남이 다 드러날 거다. 아마 그거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계속 유보시키려는 속셈도 있을 거다.
- 앞서 통일을 위해서도 국가 재정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우리 사회가 과연 통일을 준비하고 있기나 한 건지 생각해보게 된다.
정부가 통일한국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통일 후의 혼란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독일을 봐라. 10년이 지나니까 잘 돌아간다. 한국도 통일되면 오히려 분단비용이 사라진다. 예산을 제일 많이 쓰는 국방비가 확 줄고, 상호 갈등으로 인한 비용도 없어진다. 통일의 역량으로 더 좋은 사업들을 할 수 있는데, 과거 역사의 피해의식과 종북갈등 같은 것들로 통일의 가치를 놓친다. 그간 보수 진보 간 갈등 속에서 통일은 사라져버리지 않았나.
게다가 통일은 정치 성향이 보수든 진보든 기독교인이라면 마땅히 붙들고 가야 하는 것이다. 북쪽 사람들은 같은 민족이 아닌가. 예수 믿는 사람들조차 통일을 안 하겠다고 하거나, 적극적으로 덤벼들지 않으면 어떡하나. 복음을 전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를 봐도, 통일해야 해결된다. 남한 사람들이 일해온 경험들이 통일 이후에 다 필요하다. 통일하면 다양한 인력이 많이 필요해서 남북 모두의 실업문제가 해결될 여지도 많다. 바울은 터키와 이스라엘을 떠나 그리스와 로마로 가서 복음을 확대시키는데, 우리는 안에서도 못 나간다. 비참한 일이다.
- 최근 그리스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했는데….
바울의 전도여행 코스를 돌았다. 1차 전도여행이 끝나고 2차를 어디로 갈까 헷갈려 하는 바울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 바울이 갇혔다가 나오게 된 감옥도 갔었다. 그곳에 가보니 풀려나온 게 정말 기적일 수밖에 없겠더라. 하나님의 역사였다. 지진이 났으면 당연히 같이 무너졌어야 하는 감옥인데 멀쩡했다. 딱 감옥 문이 있는 곳만 지진으로 흔들려 문이 열렸음을 알 수 있겠더라. 그렇게 감옥을 나와 고심하다가 고린도로 내려가서 텐트메이커 생활을 1년 정도 하고, 그 기간을 통해 하나님께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에게로 전도할 마음을 먹은 것이다. 바울이 혈연 지연을 떠나서 코즈모폴리턴(세계주의자)을 생각하는 과정이 2차 전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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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오지은 | ||
- 여행 다녀와서 생각이 더 풍성해졌겠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코즈모폴리턴까지는 못 가더라도, 남북통일까지는 해야 하지 않겠나. ‘종북몰이’가 한국사회를 계속 지배하는데,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예수의 사상이야말로 좌파 중에도 급진좌파이자 요즘으로 따지면 최고 종북이다. 또한 바울은 소위 수구꼴통이었던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거꾸로 종북좌파가 된 경우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보수적이 되는 게 보통의 흐름인데, 바울은 거꾸로 갔다. 예수님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엔 목이 잘려 죽은 거다.
예수 믿는 사람은 선택을 해야 한다. 예수께서 분명히 보여준 길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했을 때 버릴 건 하나, 돈이다! 납세도 같은 맥락에서 의무라기보다는 결국 권리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통일도 권리이고. 통일 되면 중국으로도, 러시아로도 뻗어갈 수 있다. 기독교가 한국사회의 틀에 갇힌 것 같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바울처럼 튀어나가면 결국 목이 잘려 죽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천국 소망이 있으면 목 잘리는 게 뭐 어떤가.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육신 아닌가.
- 세법을 프랑스에서 공부하셨는데, 왜 하필 프랑스였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도 심플하다.(웃음) 국세청 공무원으로 일할 땐데, 옛날로 따지면 세리다. 세리라는 직업이 참 재밌는 게 예수님이 세리와 창기보다 낫지 못하면 절대 천국 못 간다고 하시지 않았나. 일하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성경을 읽다가 구레네 시몬이 떠올랐다. 예수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른 구레네 시몬. 나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보다도 그가 맘에 들었다. 알렉산드리아 지방 사람인데, 어떤 언어를 썼나 찾아보다가 불어를 쓴 걸로 잘못 알고 불어 공부를 시작했다. 3년을 불어 공부 하다가 국세청 그만두고 무역업 쪽 일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마침 국가가 프랑스로 유학 보내주는 기회를 잡아서 가게 되었고, 1997년도에 학위를 받았다. 이듬해 학회 참석차 이스라엘로 갔는데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구레네 시몬이 십자가 짊어지고 간 곳이라고 표시된 위치에서 울었다. 네놈 때문에 내 인생 망쳤다고.(웃음) 그 구레네 시몬 때문에 내 마음속엔 아프리카 선교에 대한 빚이 남아 있다.
- 지금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통일이라는 비전을 꼭 품었으면 좋겠다. 제3의 나라에 대한 꿈을 가지면 좋겠다. 내가 애들에게 가르칠 것도 그런 거다. 지금 대학이 가르치는 식의 정보와 기술 같은 건 학원에서 혹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다. 나는 세금에 대해 가르치니까 그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가르쳐주고 싶다. 기독교적으로 이야기하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바라는 재물관, 그 안의 세금관 같은 것들. 어차피 청년 세대는 꿈을 먹어야만 다가오는 시대를 힘차게 살아갈 수 있지 않나.
진행_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정리 _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