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호 곱씹어 보는 영화] <파울볼>

“감독보다 스승이 필요합니다”
한 사업가가 있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성공을 했고 많은 돈을 벌었다. 자신이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한 이 사업가는 우연치 않게 KBO(한국야구위원회)의 한 관계자를 만났다. 그 관계자는 수많은 고등학교 야구부원들이 졸업 후 프로나 대학 야구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흔히 ‘엘리트 체육’에서 발생하는 한계와 그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 사업가는 ‘선택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야구단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고등학교 이후 프로나 대학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 프로에 입단했지만 부상이나 여러 사정으로 퇴출당한 선수들. 그 이후 누구는 택배기사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고, 누구는 이미 은퇴 후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다. 야구를 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프로에 진출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것.
그래서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희망’이 중요했고, ‘꿈’이 중요했다. 그리고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가능케 해줄 지도자가 필요했다. 이 야구단을 만들고 단장으로 취임한 사업가 허민 씨는 초대 감독을 선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에겐 감독보다 스승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을 선택했습니다.”
문성준 카이로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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