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호 브루더호프 통신] 그리스도를 위한 의술 베풀기

   
▲ 환자들은 그를 "밥 선생님"이라 부른다. (로버트 페이글로우 제공)

하나님의 생각은 달랐다
부르심이 있기 전까지 인생은 그럭저럭 살기 좋았다. 아내 리앤과 함께 여러 해 동안 빈곤과 싸운 끝에 성공적인 중산층 가족으로 가는 기로에 서 있던 참이었다. 의학을 공부한다는 부르심에 반응해서 다시금 빈곤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일은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생각은 달랐다. 비전을 통해 안일했던 삶과 당연한 의무에 게을렀던 일을 회개하게 하시더니 의사가 돼야겠다는 불타는 열정을 심어주셨다. 하지만 여전히 의대에 진학한다는 건 엉뚱한 생각을 넘어서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학창 시절의 성적으로는 면접조차 신청할 자격이 안 되는 처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다고 가난하게 자란 아이가 끝내 성공하는 식의 뻔한 얘기로 흐른 건 아니었다. 치유의 사역으로 떠나는 여행은 사실 가난한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과 주님이 내게 보내주길 원하시는 사람들을 위한 그분의 응답이었다. 내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거부할 재간이 없었다. ‘보아라! 네가 돌봐야 할 사람들이다. 가서 그들을 어떻게 돌보는지를 배워라!’

의대에 기적적으로 합격함으로써 그 부르심은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 분명함이 증명됐다. 수업 첫날 강의실에 앉아 동기들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은 여기에 올 자격이 있지만, 난 없어.’

그 자리에 내가 앉아 있는 건 순전한 은혜였다. 그리고 순전한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 가족은 의대와 레지던트 기간이라는 ‘시련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그분의 은혜로 나는 과 수석으로 졸업했다.

의대 4학년 때 내전이 막 끝난 모잠비크의 난민 수용소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된 것도 주님이 이끄신 일이라고 믿는다. 그곳에서 비참하게 굶주린 사람들을 만나 울부짖으며 보낸 시간 끝에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삶을 살기로 했다. 시련의 용광로에서 굳어진 확신이었다. 2000년 케냐와 우간다에서 한 달을 보낸 후, 국제구호활동이 내 일생의 사명이 될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우리는 길섶에 임시로 지은 진료소에서 1만7천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39일을 쉬는 날 없이 줄기차게 일하고 난 끝에 나는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고갈되고 말았다. 하나님께 이렇게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제발 집으로 데려가 주세요. 나눌 게 이제 바닥났어요.”

하나님은 다시 나의 뜻과 반대로 응답하셨다. 이번에는 뉴욕 주 알버니 시 최악의 빈곤지역인 웨스트 힐에 작은 병원을 시작하는 비전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자랐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었다. 병원을 열고 그곳에 예배자와 기도의 전사를 초청해서 하나님의 치유가 꽃필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비전이었다. 그곳에서 내가 하는 일이란 기본적이고 정신적인 건강을 돌보고,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치유의 기도를 해주는 거였다. 병원에 다녀간 7만 명의 환자 중 기도를 거부한 이는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웨스트 힐의 일은 아주 고됐지만 영광스러웠다. 재정이 너무 부족해서, 그때그때 기적적으로 마련된 돈이 아니었다면 꼼작 없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놓인 적인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내를 간호사로 고용한 건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고용할 엄두도 내지 못 했다. 나 역시 꼬박 11년을 월급 없이 일했으니까. 하지만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셨다. 기적적인 치유와 공급을 경험한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일일이 기록할 수조차 없다. 오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병원은 끊임없이 성장했다. 2013년에 우리 ‘코이노니아 가정 의원’이 뉴욕 주가 인증하는 진단 및 처방 센터로 지정될 정도였다. 그리고 내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월급이 나왔다. 인생은 살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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