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호 잠깐 독서]

오늘을 위한
희년을 상상하다

이매진 주빌리
양희송 지음
메디치 펴냄 / 11,500원

50년에 한 번씩 부채 탕감, 노예 해방, 토지 반환이 이루어진다는 ‘희년’(禧年, jubilee). 토지의 공공성을 회복해 인간 존엄과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지혜가 담긴 이 사상이 오늘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현실에서 적용된, 적용 가능한 희년정신의 사례들이 실렸다.

옛날에 흉년이 들면 부잣집에서는 소작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는 했다. 경주 최부잣집이나 구례 운조루는 그런 관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는 너무 가혹하다. 한번 빚을 지면 끝까지 쫓아가 받아낸다. 주빌리은행을 시작한 것은 그런 무자비한 자본주의에 맞서 작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였다. 양희송 선생의 이번 책을 보면 주빌리(희년)의 뜻이 구약시대부터 내려온 오래된 전통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희년을 상상하라’고 했는데, 이것이 종교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사회적인 혁신의 이론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추천의 글’ 중에서)


 

“주님의 백성을 도우시고
이 밤도 지켜주소서”

저녁 기도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블룸하르트 지음 / 칸앤메리 옮김
포이에마 펴냄 / 14,000원

본회퍼, 자크 엘륄, 칼 바르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블룸하르트의 기도집이 국내 처음으로 번역됐다. 공동체 기도문으로 쓰였기에 함께 읽으며 기도하기에 적격인 책이다.

생산성의 악귀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은 밤을 최대한 연장시켜놓고 온갖 일로 자신과 이웃을 들볶는다. … 저녁이 되면 일손을 멈추고 잠시 물러앉아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감사하며 예배드리고, 남은 시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정담을 나누며 밤을 준비하는 것은 얼마나 복된 삶인가! 하나님께서는 일주일에 하루를 안식일로 정하셔서 일을 멈추고 이미 주어진 복을 감사하고 축하하고 누리고 나누게 하신 것처럼, 하루의 일부를 밤으로 정하셔서 감사하고 축하하고 누리고 나누게 하셨다. 어떻게 우리의 밤을 구속(redeem)할까? 이것이 이 기도서를 손에 든 사람 누구나 고민해야 할 숙제다. (‘머리말’[김영봉] 중에서)

 

 

룻기를 중심으로
균형잡힌 내러티브 읽기

 

성경은 남성적인가?
리처드 보컴 지음 / 박영희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 6,000원

지금까지 성경 연구는 거의 남성 해석자들이 특별한 고민 없이 자신들 관심의 지평에서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현대 성경 연구의 중요한 흐름인 여성주의 비평은 교계나 학계에서 간과하거나 무시해온 것들에 문제제기함으로써 우리 의식을 일깨운다. 성경 본문이 지닌 전혀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보게 된다.

룻기의 족보는 이스라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의 관점이 다른 경우에서 얼마나 결여되어 있는지 절실히 깨닫게 한다. 룻기 족보의 결론은 룻의 여성 중심주의와 구약성경 다른 내러티브의 남성 중심주의 사이의 대조를 책 자체의 구조에서 제공하는 효과를 준다. 이런 방식으로 룻기는 족보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이스라엘 내러티브가 제외시킨 여성의 관점을 그 자체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족보로 대표되는 이런 본문들의 철저히 남성 중심적인 관점이 얼마나 부족한지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49쪽)

 

 

 

미국장로교회의 20년
동성애 논쟁

예수, 성경, 동성애
잭 로저스 지음 / 조경희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 14,000원

미국장로교회가 지난 20년 동안 어떤 논쟁의 과정을 거쳐 동성결혼을 승인하는 것으로 결정했는지 자세하게 다뤘다. 저자는 미국장로교회 총회장을 지낸 보수 신학자로서 성경, 교리,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개정증보판.

도대체 어떻게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은 성경에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200년 이상 동안 노예제도와 여성의 예속을 받아들일 수 있었는가? 선량하고 지적이며 경건한 크리스천들이 도대체 어떻게 성경의 기록 속에서 지금은 우리가 노예제도와 여성의 예속을 완화시키는 가르침들로 인정하는 본문들을 보지 못했을까? 어떻게 우리는 생각을 바꾸었는가? 어떻게 교회는 그 길을 바꾸는가? 최소한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음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우리의 논의와 관련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60~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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