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대학 졸업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저에게도 아직 취업준비중인, 혹은 계약직으로 일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졸업 후 취업이 어렵다는 건 대학 신입생 때부터 이미 익숙한 현실이어서 그 ‘문제성’을 오히려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요. 최근 청춘희년운동본부의 부채탕감 사업을 깊이 취재하면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더바짝모임’(자조모임) 이야기를 듣던 중 아차 싶었습니다.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힘든 ‘취업난망’의 시대와 ‘청년부채’는 결코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같은 청년인 저조차도) 그제서야 철저히 체감했습니다. 고개가 떨궈졌습니다. 두 가지 시대 상황은 연결되고 심화되어 청춘들의 인생을, 그러니까 저와 제 친구들, 우리들의 인생을 헤어나기 어려운 절망의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악마적인 사안입니다. 청춘희년운동을 통해 ‘빛나는 청춘’으로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 오늘의 청춘들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희년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보았습니다. _오지은

누구나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천사’ ‘악마’처럼 이정표를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세상일이 그렇지 않습니다. 자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늘 분위기에 휩쓸려 만족스럽지 못한 ‘선택’을 하죠. 선택의 대가가 무거울수록 어느 것 하나 선택하지 못하고 뒤로 미루기 일쑤이고요.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우리의 운명과 직결된 선택을 유보한 결과가 쓰나미처럼 밀려듭니다. 통일 실험의 중요한 현장이었던 개성공단의 폐쇄, 노동자에게 불리한 노동법 개정, 규제를 ‘모두 물에 빠뜨려’ 발생한 세월호 사건까지 모두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인, 혹은 선택 유보가 가져온 결과이듯 말입니다. 이번호에는 선택을 위한 꽤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겼습니다. 특히 “개성공단 중단과 보수 정치의 타락”(시사프리즘·78쪽)은 우리의 투표(선택)가 왜 중요한지 일깨워주며, “착한 기독교인들의 악마성”(세상읽기·84쪽)은 선택의 본질에 정직하게 다가가게 합니다. 기본소득 로드맵을 마련한 ‘흙수저 정당’ 녹색당의 하승수 대표가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유도 ‘사람과 상황’(6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_이범진

‘프라임 사업’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회 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사업으로, 구조개혁을 진행한 19개 대학을 선정하여 올 한 해에만 2000억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사실상 ‘산업 수요’(결국 취업률)에 따라 학과를 폐지하거나 신설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거지요. 그 결과, 인문사회계열이나 예술계열 학과들은 통폐합 내지 폐과하면서, 이공계열 학과들은 신설 내지 증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학이 적지 않다는군요. 이미 작년 한 해에만 무려 456건의 학과통폐합(통합폐과 227건, 단순폐과 52건 등)이 이뤄졌는데요(통계청 블로그, <2015 전국대학 학과통폐합 현황>). 학과가 아예 사라진 ‘단순폐과’의 경우, 총 52건 중 32건(62%)이 인문사회계열 및 예술계열 학과였습니다. 이러니 ‘철학에 빠져버린’ 20대 대학생이 “빼앗긴 캠퍼스에도 봄은 오는가”(스무살의 인문학·142면) 하는 울분을 어찌 토해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_옥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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