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호 잠깐 독서]

몸은 기억한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 제효영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 22,000원

트라우마의 굴레 
벗어던지기


저자는 평생을 트라우마 연구에 매달렸다. 트라우마의 개념과 그 영향, 그리고 치료 방법을 소상하게 적고, 개인들의 트라우마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혀냈다. 트라우마의 임상심리·정신의학적 분석을 넘어 사회문제와 엮어내는 ‘인문서’다.

우리 뇌의 회로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기능에 집중되어 있다. 트라우마로부터 회복되려면 같은 인류, 다른 사람들과의 (재)연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사고나 자연재해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보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을 치료하기가 더 까다로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이 가장 흔히 겪는 트라우마는 다름 아닌 자신의 부모나 애정 관계에 있는 친밀한 사람들에게서 발생한다. 아동 학대, 추행, 가정 폭력 모두 자신을 사랑해 주어야 할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다. 트라우마로부터 가장 강력한 보호 효과를 발휘해야 할 관계, 사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야 할 보호막이 무너지는 사건이다. (332쪽)

 

 

 

렉시오 디비나
제임스 윌호이트·에반 하워드 지음 / 홍병룡 옮김
아바서원 펴냄 / 12,000원


행동으로 완성되는 
‘거룩한 독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란 문자적으로 ‘신성한 독서’라는 뜻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신성한 독서’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에 담긴 치유와 회복, 변화와 갱신의 능력을 풍성히 누리는 삶으로 차근차근 안내하는 책이다. 읽기, 묵상하기, 기도하기, 관조하기를 통해 천천히 텍스트와 함께하는 법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인생의 시련 중에 행동하기’까지 이르게 한다.

성경은 우리를 행동으로 인도할 터인데, 우리가 그 말씀의 선생이 되는 것은 바로 행동을 통해서다. 이는 인생의 시련을 겪는 중에 그 텍스트의 뜻대로 살아가려는 정직한 노력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훌륭한 신학자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요컨대, 좋은 신학은 어려움에 직면해서 성경대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삶을 통해 정립되는 것이다. … 렉시오 디비나의 춤은 거듭해서 하나님과 새로운 스텝을 밟도록 우리를 이끌어준다. (218~219쪽)

 

 

피할 수 없는 은혜
짐 월리스 외 지음 / 최태선 옮김
대장간 펴냄 / 13,000원


50가지 
창조적 영성과 감동


“이제는 진짜 은혜가 외면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역자의 말처럼, 종교적 카타르시스만 가득한 한국교회는 영성을 잃은 지 오래다. 이 책은 진짜 은혜를 맛본, “은혜에 항복한 사람들”의 다양한 글 모음이다. 진짜의 힘은 가짜를 가려내는 데 있다. 책의 편집을 맡은 멜로디 데이비스는, 매일 혹은 일주일 간격의 모임을 통해 이 책을 읽을 때 “각각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주는 신선함 속에서 반복해서 충격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나는 은혜에 관해 생각할 때, 내가 실패했거나 혹은 무언가를 받기에 부족했던 때를 떠올린다. 또한, 비록 내가 이러한 은혜의 선물들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은혜와 용서를 베풀었던 때를 생각한다. 혹은 한 편으로,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다른 누군가를 내가 기꺼이 용서했을 때, 나는 은혜의 전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기독교 안에서, 우리는 은혜를 구원 받는 수단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은혜는 하나님과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받을만한 자격이 없지만, 참회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37쪽)

 

 

 

적정 소비 생활
박미정 지음
씨네21북스 펴냄 / 13,000원

돈과 
내 삶의 미래


돈 때문에 상처받아 자존감이 쪼그라든 이들을 해방하고자 쓴 책이다. 돈 걱정 덜어내고 주체적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법, 즉 ‘불안이 사라지는 돈 관리법’(부제)이 담겼다. 경제실용서로 읽어도 좋고, 맘몬과 맞서 ‘불안을 몰아내는’ 영성을 쌓기에도 좋다.

제철에 맞는 신선한 먹거리를 고를 줄 아는 기술, 영양소 파괴를 줄이고 식재료 본연의 맛과 풍미를 살리는 요리 및 가공 기술, 웬만한 생활가구나 소품들을 스스로 만들어 애착을 가지고 사용할 줄 아는 기술, … 어쩌면 가사노동은 가족들과 삶의 과정을 공유하고 생존의 기술을 꾸준히 연마하는 일종의 공동 수련 과정이 아니었을까요? 이것을 돈 주고 타인에게 맡겨버리면서 가족은 공동의 경험을 하나둘 잃어가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가사 노동에서 놓여난 대신 가족 간의 대화와 소통은 부족해졌습니다. 이는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104~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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