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박홍규 옮김 / 들녘 펴냄 / 16,000원

톨스토이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 말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국내에선 아직도 불법인) ‘양심적 병역 거부의 삶’이다. 당혹스러워 하는 기독교인들도 적잖겠지만 사실이다. 저자는 기독교를 신비의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생활의 이해’라고 말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 곧 실천과 생활, 삶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 여기서 “‘새로운 생활’이란 비폭력 무저항, 반권력의 자유와 평등 및 평화의 삶”이다.

“현대인의 생활이 도달한 모순의 극치는 일반적 징병제에서 놀라울 정도로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폭력의 최후 수단이며 마지막 표현이다. 사실, 이런 일반적 군비와 병역의무라는 상태는 점진적이고 알아차릴 수 없게 변화해왔기 때문에, 그리고 국가들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위협, 매수, 바보화, 폭력 사용 같은 거의 모든 자원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현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스며든 기독교의 사상과 감정이 그런 것들과 명약관화하게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선뜻 깨닫지 못한다.”(293쪽)

톨스토이는 병역 거부만이 아니라 전쟁, 사형, 재산 소유를 모두 반대하며, 그것이 곧 기독교의 본질이라고 여긴다. 아울러 그는 세 가지 인생관, 곧 개인적인 (동물적) 인생관, 사회적인 (이교도적) 인생관, 신적인 (영성적) 인생관에 따른 인류의 발달 과정과 각 차원에 수반되었던 모순들을 설명한다. 과연 우리가 어떻게 하면 ‘신의 나라’라고 일컫는 고차원적인 삶에 이를 수 있는지 그 길로 안내하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결국 당대 러시아정교회로부터 파면당했다. (그런데 사실 예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처형까지 당했다!) 백 년 만에 완역된 이 강렬한 책이 21세기 ‘폭력의 나라’ ‘폭력의 교회’인 한국사회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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