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호 곱씹어 보는 영화]
더 이상 무너질 것이 남아 있을까 싶은 대한민국에서 아직 가능해 보이는 최악의 재난을, 영화 〈터널〉은 기어이 찾아냈다. 신도시의 하도터널이 개통 한 달 만에 붕괴되고, 자동차 영업사원 이정수(하정우)가 터널 속에서 구조를 요청해온다. 휴대폰 배터리 잔량은 78%, 주유소 노인이 실수로 가득 채워놓은 자동차 연료와 그가 건넨 생수 두 병, 딸 수진의 생일케이크가 있고, 트렁크에는 영업 판촉물인 손톱깎이 세트와 손전등 두 개가 있다. 삼풍백화점 최장 생존 기록이 17일이었고, 물에 잠긴 세월호에서는 끝내 아무도 살아 올라오지 못했는데, 이정수는 과연 이 암흑을 뚫고 살아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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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 영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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