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쉼에 포함되는 … 항목은 취미입니다. 젊을 때 취미는 보통 스포츠인데, 친구들과 함께 신체적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이 들어 운동하기가 어려울 때도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취미가 있어야 합니다.”
나이와 무관하게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취미를 ‘강추’하는 이 말은 ‘새 관찰’이 취미였던 복음주의 리더 존 스토트가 어느 수련회에서 한 말입니다. 40여 년 전 국제복음주의기독학생회(IFES) 남미 지도자 수련회에서 한 그의 강연을 담은 책이 얼마 전 《리더가 리더에게》(IVP)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물론 강연 주제는 취미가 아니라 ‘리더십’이었는데요. 그리스도인 리더가 영적 생기를 유지하기 위한 ‘쉼과 휴식의 훈련’으로 취미를 언급합니다. 여러 도전과 압박을 겪는 리더는 “고인 웅덩이”처럼 활기와 생기를 잃어버리기 쉬운데, 취미가 생기를 유지하는 중요한 쉼의 훈련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구속 교리에는 강한 반면 창조 교리에는 약한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은 동식물과 자연을 다루는 박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할 수만 있다면 “밖으로 나가는 취미”가 좋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당당하게 새 관찰을 추천합니다. 새 관찰자들은 거의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습니다. 새 관찰을 하면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게 됩니다. … 새 관찰에 몰두하면서 사무실에서의 압박감이나 사역의 압박감에서 벗어납니다. 또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복잡다단함과 아름다움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각별히 ‘새 관찰’을 언급한 그는 “새는 세상 어디에도 있었기에 망원경을 꼭 휴대”하고 다녔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실린) 《새, 우리들의 선생님》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책까지 썼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존 스토트는 세계 9천여 종의 새 가운데 2500종을 관찰했으며, 스스로 ‘조류신학’(orni-theology) 혹은 ‘새의 신학’(the theology of birds)이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발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작년 12월호에서 “취미의 영성”을 다루었을 때, 더 다양한 취미생활의 사례를 담아주면 좋았겠다는 독자 의견을 꽤나 접했습니다. 이번 10월호에서 “취미의 영성, 시즌 2”를 다루는 건 그 영향이 컸습니다. 다만, 이번 호는 다양한 취미생활 사례보다는 좀 더 심화된 취미 이야기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대용 종교’로 우상화할 수 있는 취미의 여러 측면을 짚어보고(강영안), 체험이 수반되는 종교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 문화적 대체물로서 취미를 고찰(이길용)해보았습니다. 전 지구적 우정을 맺을 수 있는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을 취미로 하는 그리스도인 노동문제전문가의 흥미로운 이야기(하종강)와 함께, ‘여성의 영성’ 맥락에서 쉼의 영성으로서 취미를 이야기하는 글(강호숙)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탈북민’으로 남한 사회에서 5년에서 10년을 살아온 노동자 세 분의 ‘편견에 지친 남한살이’ 이야기는 어느 때보다 긴 여운을 남깁니다. 강도와 횟수가 점점 더 높아져가는 한반도의 지진과 여진, 그리고 긴장과 대립이 더 격화하는 듯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그리스도의 평화를 빕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