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확장 / 김효연 / 스리체어스

▲ 스리체어스 펴냄, 12,000원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본지 5월호 ‘대선 발언대’ 코너에 실린 한 청소년의 글 제목이다. 그는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 광장에서 촛불을 든 수많은 청소년 중 한 명이었다. 

온 국민이 알다시피, 장장 20회에 달하는 지난 겨울의 촛불시위에는 수많은 청소년이 함께 있었다. 시민 발언대에 올라 자신이 왜 굳이 광장에 나왔는지를 밝힌 이들 중에도 역시 수험생 청소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고로 획득한 ‘장미대선’에서 정작 청소년들은 스스로 대통령을 선택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19세 미만에겐 어떠한 투표권도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한국이 얼마나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권에 박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24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갖는다’고 명시했으나 공직선거법에서 19세 미만의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모든 투표권을 제약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 18세에게 투표권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미 세계 236개 국가 중 214개 국가에서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했다. 오스트리아는 모든 선거의 최소 연령이 16세이고, 독일, 스위스, 스코틀랜드는 16세부터 일부 선거권이 주어진다. 세계적인 선거권 연령의 추세가 16세가 된 마당에, ‘촛불시민혁명’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평화 시위를 완수하여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준 한국에서 투표 연령을 낮추는 일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선거권 연령에 의한 아동·청소년의 선거권 제한은 보통 선거 원칙과 평등 선거 원칙에 위배”되는 소지가 있기도 하다.

책은 세계적으로 아동 청소년이 그들의 권리를 찾는 과정과 그 기초적 제도인 선거권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면서, 아직 18세 선거권조차 없는 국내 입법부에 ‘단계적으로 선거권 연령 하향’이라는 개선방향 또한 제시한다. 시민의 역할을 이미 수행 중인 아동 청소년들에게, 늦었지만 국가가 그 권리를 인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시민의 확장은 성숙한 민주주의와 함께한다.”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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