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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의 경제학
[322호 3인3책] 《우애의 경제학》 / 가가와 도요히코 지음 / 홍순명 옮김
[322호] 2017년 08월 25일 (금) 15:33:54 김광남 번역가, 저술가 goscon@goscon.co.kr
   
 

내가 출석하는 교회는 매달 권장 도서를 선정해 교우들에게 소개하고 판매도 한다. 지난달 권장 도서는 일본인 목사 가가와 도요히코(1886-1960)가 쓴 《우애의 경제학》이었다. 《사선을 넘어서》라는 자전적 소설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가가와는 일본의 각종 시민운동을 이끌었던 기독교 사회주의 운동가이기도 하다. 근래에 나의 신앙적 관심이 영적인 것보다 현실적인 것에 쏠리고 있는 터라 한 권 사서 읽었다.

책은 저자가 1930년대 중반에 미국 콜게이트 로체스터 신학교에서 “기독교 형제애와 경제 재건”이라는 제목으로 행한 네 차례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가가와는 22살 때 고베의 빈민 지역에서 5년간 빈민 사역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공부했다. 공부하는 동안 그는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빈민을 돕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했다. 훗날 그는 ‘일본 근대 협동조합 운동의 창시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가가와는 기독교 신앙은 경제와는 상관없다는 세간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는 주기도문 중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청원과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채무자)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채무)를 용서하여 주시고”라는 청원 모두가 경제와 관련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은 기독교 신앙의 사회적 성격을 드러낸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것은 개인들의 영혼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를 구원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십자가 사랑을 경험한 신자들이 복음을 전하고 가난한 이들을 직접 돕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운동은 ‘개인적인 십자가 의식’에 그쳐 사회 전체를 바꾸지 못한다. 그런 운동이 하나님 나라를 위한 그리스도의 계획에 따라 ‘사회화’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가가와는 경제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종교운동을 ‘종교적 반신불수’라고 부른다. 그는 자신의 신앙을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행동을 통해 나타내려 했다. 그런 행동의 구체적 방식은 기독교적 형제애에 기초한 협동조합운동이었다. 그는 협동조합운동이 자본주의로 인해 피폐해진 일본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변혁하는 수단이 되리라고 믿었다. 가가와는 책의 상당 부분을 여러 형태의 협동조합운동을 소개하는 데 할애한다. 그는 자신이 협동조합운동을 전개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엄지손가락으로 책을 들어 올릴 수는 없지만, 다섯 손가락을 모두 쓰면 책상도 움직일 수 있다.”

오늘 우리가 1930년대 일본에서 전개되었던 협동조합운동을 되풀이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협동조합이 가가와의 말대로 정말로 세상의 경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가 그 운동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기독교의 사랑의 ‘교리’ 대신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을 햇볕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햇볕을 받으면서 그것을 통과시키지 않는 유리창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슬프다! 세계에는 빛을 통과시키지 않는 흐릿한 유리창이 너무나 많구나!”

우리는 어떠한가? 지금 우리는 그 빛을 통과시키고 있는가?


김광남
숭실대에서 영문학을, 같은 학교 기독교학대학원에서 성서학을 공부했고, 책을 쓰고 번역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하나님 나라의 비밀》, 《아담의 역사성 논쟁》등 다수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한국 교회, 예레미야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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