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호 커버스토리] 어느 목사의 가나안교회 실험

가나안교회의 시작
지난 6월 18일 주일 아침 나는 스스로 ‘아름다운 실험’이라고 부르는 가나안 성도(교회 ‘안 나가’는 성도)를 위한 소위 ‘가나안교회’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첫 출발을 ‘마지’라는 사찰음식점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 그리스도교의 시작을 알리는 첫 출발점이 1777년 권철신 등의 남인파 유학자들에 의해 경기도 여주의 ‘주어사’라는 절에서, 중국에서 들여온 가톨릭교회 관련 서학 책을 연구하는 강학에서 시작된 것처럼, 우리 가나안교회도 사찰음식점에서 불교인의 요청으로 시작되었다. 우연치고는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이렇다.

2016년 1월 중순께, 경북 김천에 위치한 절 ‘개운사’에 한 개신교인이 난입하여 불상은 우상이라며 그 불당을 모두 훼손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나는 한 기독교인이자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의 교수로서 큰 충격과 함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웃 종교의 시설물을 훼손하고 또 이웃 종교를 폄하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큰 잘못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불교 측에 사과하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훼손된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 운동을 펼쳤다. 모금된 돈은 사찰의 요청에 따라 개운사 대신 기독교와 불교 간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한 종교평화운동 단체에 기부되었다. 그리고 나는 황당하게도, 모금 운동을 벌인 것이 화근이 되어 오랫동안 봉직하던 서울의 모 신학대학에서 지난 2월 파면 처분됐다. 이유는 ‘우상숭배죄’였다.

학교에서 해직된 후, 나는 목사로서 어떻게 교회를 섬길까 고민하던 중 가나안 성도를 돕는 가나안교회를 설립하여 목회하기로 마음먹고 그 뜻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데 마침 ‘마지’ 대표께서 그 글을 보고 내게 연락한 것이다. 마지는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사찰음식점인데,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놀랍게도 기독교인, 정확하게 말하면 가나안 성도라면서 그들의 요청에 따라 음식점에서 가나안 신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였다. 가나안교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찌보면 마지에서 시작된 가나안교회는 일종의 ‘주어사’급 교회인 셈이다. 한국교회 역사에서 가나안 성도가 늘어나고 있는 때에 매우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매월 한차례 모일 때마다 ‘나와 불교, 그리고 가나안교회’와 마지의 인연을 살려서 ‘기독교와 이웃 종교, 특히 불교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우 아름다운 실험이 아닐 수 없다.

‘마지 가나안교회’가 시작되고 필자는 넉 주에 걸쳐 가나안교회를 하나씩 더 설립하여 장소를 달리하여 운영하고 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후 광야에서 40년 동안 성막을 옮기며 하나님께 예배했던 것처럼, 가나안교회도 그렇게 순례자처럼 매주 장소를 옮기면서 순례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배는 초대교회의 참모습을 찾아 그 원형을 추구하면서 매주 성찬예배를 기본으로 하되, 2부에는 가나안 신자들의 독특한 요구에 따라 각자 다른 주제의 모임을 갖는다. 매주 모이는 순서에 따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매월 첫째 주에 모이는 가나안교회는 ‘열두광주리 가나안교회’이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열두광주리 영성센터에서 예배를 드린다. 여기에서는 필자가 펼치고 있는 예술목회운동을 중심으로 하여 예술 영성의 형성에 관심을 갖고 가나안교회 모임을 갖는다. 둘째 주에 모이는 가나안교회는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카페 그라찌에에서 모이는 ‘그라찌에 가나안교회’이다. 이 교회는 ‘신학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모인다. 평신도의 신학 수준을 신학교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신학대학에서 논의되는 모든 신학 이슈들을 다룬다. 개념을 설명하는 언어만 쉽게 할 뿐 내용은 신학대학에서와 같다. 평신도들과 비판적 대화로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 주의 ‘마지 가나안교회’는 앞서 설명한 그대로이고, 넷째 주에 모이는 가나안교회는 ‘부천 가나안교회’다. 영성 수련을 중심으로 모인다. 여기서는 최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명상이나 치유 명상, 혹은 관상기도 등을 전문가의 안내로 실습한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주가 있을 경우에는 별도의 가나안교회로 모이지 않고, 향후 출석하고 싶은 교회를 방문해 예배드리도록 권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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