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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을 넘은 망국의 보고서
〔독자 서평〕 부들부들 청년 / 경향신문 취재팀 / 후마니타스
[0호] 2017년 09월 26일 (화) 17:30:07 박종범 nelt_@naver.com
   
▲ 김서영, 김원진, 박재현, 송윤경, 이혜리, 이효상, 정대연 지음 / 15,000원

《부들부들 청년》은 경향신문 특별취재팀(김서영 기자 외 6명)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의 산물이다. 아울러 취재팀은 청년들의 언어와 목소리를 생생하게 반영했고, 특히 청년 담론에서 소외된 고졸 청년과 지방 청년에도 주목해 청년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문제임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스스로를 ‘똥통’, ‘노답’이라 부르며 무기력증에 빠진 서울 외 지역의 4년제 대학, 전문대, 고등학교 졸업 출신들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몇 안 되는 수단이다.

이 책은 청년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다만 한 장을 할애하여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 타이완, 스페인, 독일 청년들의 활동들을 보여줌으로서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현 상황의 타개법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이런 모습에서 이 책을 자꾸만 들여다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본다.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너무나도 암담한 현실을 다루고 있기에 외면하고 싶은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진솔하고 가감 없이 담아냈기에 매일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에는 상상으로만 그쳤으면 좋았을 현실이 책 안에서나 밖에서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공허한 마음으로 마지막 쪽에 닿고 말았다.

서평을 위해 책을 다시 읽어 내려가는 것도, 책상머리에 앉아 듀얼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시간 모두 쉽지 않았다. 평범한, 보통의 청년이 되고 싶었던 나였고, 너였고, 우리였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다양한(혹은 괴상한) 파생어만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아, 더불어서 암담한 현실에 대한 막연한 인식까지. 그럼에도 오늘을 구성하는 청년들의 단어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
  • 사축: 회사에 길들여져 가는 서로를 빗대는 말.
  • 청년 팔이: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에 의해 이용당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
  • 쌍봉형 가난: 비정규직 부모가 비정규직 자녀를, 저임금 노동자가 저임금 노동자를 낳는다.
  • 지·옥·비: 지하방, 옥탑방, 비주택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꽉 막힌 현실을 자조하는 말.

생소한 단어마다 마음 아픈 내용들로 가득하고 이에 덧붙여 있는 사례들은 더욱 마음을 어렵게 하였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부에서 일본과 타이완, 독일의 청년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저항해 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우울한 우리 사회의 단면으로 그칠 수 있는 이 책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부분이라 본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독일 통일을 주도한 헬무트 콜의 청년 시절에 대한 언급은 이 책을 읽는 청년 독자들의 가슴에 현실을 이겨내야 한다는 희망의 불씨가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말미에 위치한 ‘에필로그’를 모두들 읽어 보았으면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변화지 않는 사회, 그보다 현실적으로는 이 서평을 어떻게 쓰든 이 땅에 살아가는 청년들의 애환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하루를 종일 몇 글자 써내려가지 못하고 마냥 모니터 앞에 앉아있기도 했다. 그러다 에필로그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은 한 번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구조를 바꿔 내야 한다는 것을.” - 에필로그 중에서

특별히 나는 청년으로서의 답답함에 분노함과 함께 신학도로서 교회의 (일부)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에 분노함을 느낀다. 또한 이 분노가 그릇되었다는 안일한 태도들에도 분노함을 표하고 싶다. “노하기를 더디 하라”는 말씀은, 결코 현실에 대해 손가락 빨고 기다리라는 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죽어갈 때, 우리는 사람을 살리고자 분노해야 한다. 분노함의 끝이 파멸이 아닌 생명의 연장을 위한 끊임없는 자정작용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오늘도 우리는 막막했고, 두려웠고, 답답했던 사회 앞에 선다. 그리고 여전히 분노한다.

“우리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아니라, 사정이 나쁜 사람들입니다.” - 손아람, ‘망국선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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