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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행복해지는 ‘하나님 나라 교육’을 꿈꾸다
기독대안교육 전문가 밀알두레학교 정기원 교장·이호훈 교목
[324호] 2017년 10월 27일 (금) 14:05:09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 기독교대안학교연맹(기대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기원 교장은 서울교대에서 초등교육을, 같은 대학원에서는 교육행정을 공부했으며, 공교육 현장에서 15년간 일한 교육 전문가로서 대안학교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한 활동을 펴왔다. 이호훈 목사와 함께 대안교육에 대한 비전을 품고 2000년 두레기독교사모임을 시작, 2005년에 두레학교를 설립하여 6년간 교장으로 일하다가 2011년 밀알두레학교를 세워 초대교장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예수길벗교회 대표목사로 섬기는 이호훈 목사는 한남대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장신대 신대원에서는 목회학을 공부한(M.Div) 뒤 San Francisco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과정(D.Min)을 수료했다. 활빈교회와 두레교회에서 15년 동안 교육목사, 예배 디렉터 등으로 섬겼으며, 정기원 교장과 함께 두레학교 설립에 참여하여 교목과 중등과정 교장으로 일했다. 밀알두레학교 설립에도 참여하여 지금까지 교목으로 섬기고 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지나치게 복잡한 입시제도 속에서 시들어가고(본지 323호 ‘사람과 상황’ 참고), 길거리 청소년들은 가정에서도 심지어 교회에서도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본지 318호 ‘레드레터 크리스천’ 참고). 위험수위를 넘긴 청소년 강력 범죄가 한국 사회에 연일 충격을 던지고, 청소년 자살률은 줄어들 줄 모른다.* 왜일까?

밀알두레학교 정기원(51) 교장과 이호훈(46) 교목은 그 원인을 무너진 가정과, 위기학생을 길러내는 교육 현실에서 찾았다. 정 교장은 지금까지의 국가 교육 방향은 실패라고 진단했고, 이 목사는 아이들을 불행으로 밀어 넣는 정점에 입시제도가 있으며 그 불행이 곧 사회와 국가를 더 큰 불행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구리 두레교회에서 ‘교육’이라는 키워드로 인연이 깊어져 두레학교(경기도 구리시 소재) 설립 때부터 함께한 두 사람은 긴 세월 대안교육 현장에서 함께 분투해오고 있다.

밀알두레학교(경기도 남양주시 소재)는 2011년에 개교한 초중고 통합 기독교대안학교(미인가)다. ‘예수님 가르침 그대로’ 아이들을 양육한다는 모토 아래 신체적·지적 성장, 영성과 사회적 감수성을 균형 있게 겸비한 인간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긴 추석연휴 바로 다음날, 학교에서 두 사람을 만나 (대안)교육의 현주소와, 기독대안교육을 통해 꿈꾸는 바를 들어보았다.


― 밀알두레학교를 포함해, 미인가 대안학교 규모가 꽤 크더라. 기독교대안학교만 보더라도 2016년 기준 275개교 중에 253개교가 미인가 학교다.
정기원(이하 ‘기원’): ‘미인가’ 학교라는 말이 고상하게 들리지만, 사실상 ‘무허가’ 학교다. 전체 대안학교 중 인가 학교는 10% 정도이고, 법적 실체가 없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훨씬 많다. 그간 정부가 인가를 해주려고 기준을 낮추기는 했는데, 대안학교가 처한 현실상 여전히 문턱이 높다. 대안학교가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3’에 들어가 있어서 초·중등교육법 이하의 법들에 다 적용을 받는다. 특히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대안학교가 인가를 받으려면 학교 건물과 옥외 체육장을 확보해야 하며, 담보가 있으면 인가받을 수 없다. 최근 들어 옥외 체육장은 국공립 시설을 임대해도 되는 것으로 기준을 완화하고는 있지만, 영세한 대안학교들이 인가 조건을 맞추기는 힘들다. 담보 없는 독립 공간을 갖추기도 어렵지만, 교사 자격증 비율 맞추기는 더 힘들다. 현행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에는 교사자격증 보유 비율을 70%로 정해놓았다. 중고등학교 과정은 사범대 출신이 워낙 많아서 이 비율을 유지하기가 쉽지만, 초등학교 과정은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교대 졸업생 중에 아주 큰 사명이 있거나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렵게 교대 들어가서 일반학교 급여에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대안학교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해당 비율을 현실에 맞게 50%로 낮춰달라고 꾸준히 교육부에 찾아가서 이야기해왔는데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사실 대안학교 태생 자체가 공동육아를 한 사람들의 필요로 시작했으니 애초에 교사 자격 요건을 채우기 어려운 맥락이 있다. 담보 조건은, 사학 비리가 생길 여지를 줄 수 있어서 사립학교법 안에서 완화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초·중등교육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별도의 대안학교 법이 있어야 한다.

―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일정 부분을 감당하는 대안학교들이 거의 다 ‘불법’ 교육기관이라는 얘기 아닌가.
이호훈(이하 ‘호훈’): 엄밀히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우리 학교 관계자들은 다 초·중등교육법 제67조와 제68조를 위반한 사람들이다. 현실적으로 국가가 손을 놓고 있는데, 국가가 관리하지 못하는 영역을 감당하고 있으니 대안학교는 존재 자체로 교육부의 자존심에 상처인 셈이다.
기원: 정부에서 미인가 대안학교를 없애고 싶어도 못 없애는 이유는 대안학교의 규모도 커졌지만, 공교육이 실패한 인성교육의 한 축을 대안학교가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안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우선 공교육을 정상화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할 경우, 모든 책임이 정부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67조에 따르면, 대안학교 설립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제68조에는 미인가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에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되어 있다. 지금까지 이를 집행한 사례는 없다.
호훈: 사실 대안학교 중에는 문제 있는 학교들도 있다. 공립학교에서 터지는 사건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양성화해야 건강한 대안학교들이 세워질 수 있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지난 9월 1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안교육진흥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안학교 양성화에 도움이 되는가?

기원: 내가 속한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이하 ‘기대연’)에서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1년 정도 노력하여 김병욱 의원에게 발의를 부탁했다. 법안 내용에 대해 ‘대안교육연대’와도 의견을 많이 나누었다. 대안교육 현장에 있는 두 단체가 동의하니 무난하게 통과하리라 기대한다. 현재 90% 넘는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불법인 상태로 있는 게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일 것이다.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대안교육기관으로라도 등록되면 교육부 입장에서도 실태 파악이 되니 반길 일 아닌가. 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교육의 다양성 안에서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대안학교를 관리한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홈스쿨링까지 대안교육으로 인정하는 주가 많다. 그 정도까진 아직 아니더라도 어느 수준까지는 우리나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대안학교 교육은 다양성 측면에서 역할이 상당하다. 그리고 대안학교 학부모들도 세금 다 내는데 교육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포용해야 한다. 학교를 이탈하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이 어느 교육 기관에도 속하지 못한다면 굉장한 사회문제다.

― 학교를 이탈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기원: 교육부 통계를 보면, 2010년도 이후로 매년 초중고생 6-7만 명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그 수가 여전하니, 비율로 보면 계속 증가 추세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된 〈위기학생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전체 초중고생의 24%가 위기학생으로 파악됐다. 상위 학교로 갈수록 그 비율이 높다. 이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안 된다. 학교가 위기학생을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조사 후 7년이 지난 오늘은 이 비율이 과연 줄었을까 늘었을까? 

― ‘불법’을 무릅쓰고 대안학교를 세우고 가꿔온 과정이 궁금하다.
기원: 출발부터 말하자면, 고민의 시작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에 대한 의문이었다. 나는 원래 초등학교 교사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동안 서울의 모든 초등학교 유형을 경험해야겠다 생각했고, 다양한 학교를 경험했다. 첫 발령지는 성북구의 달동네에 위치한 공립 서울삼선초등학교,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열린 교육을 제일 먼저 받아들인 사립학교인 영훈초등학교, 세 번째는 신설학교이면서 공립인 서울연지초등학교, 마지막 학교가 사립 미션스쿨인 화랑초등학교였다. 낙후 지역의 공립학교와 신설학교, 유명한 사립학교와 미션스쿨 등 유형별로 경험했다. 그 가운데 영훈초와 화랑초에서 근무할 때 특히 의문이 들었다. 전국에서 제일 좋은 학교여서, 많을 땐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하는데 3, 4학년이 되면 울며불며 학교 안 다니겠다는 아이들이 한두 명 정도는 꼭 나왔다. 이해가 안 갔다. 의문을 갖고 바라보니, 점차 학교마다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학교 중엔 전통을 넘어서지 못하는 곳도 있었고, 교장선생님이 탁월하셨는데 너무 오래 하다 보니 더 이상 새로운 게 나오지 않는 곳도 있었다. 교장선생님 앞에서 의견을 제대로 말 못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그런 경험상 나는 우리 학교에서 교장은 10년 이상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경험중에 ‘아이들에게 자다가도 가고 싶어서 눈이 떠지는 행복한 학교’를 세우고 싶은 꿈이 생겼고, 그래서 2001년부터 2005년 2월까지 4년 동안 방학마다 외국의 좋은 학교들을 탐방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 설립에 뜻을 둔 선생님들과 연구도 하고, 세 번의 계절학교를 열어본 후 2005년 2월 28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하고서 기독대안학교로 두레학교를 먼저 설립하게 되었다.
호훈: 나는 교육전도사 사역을 시작한 곳이 당시 남양만에 있던 두레공동체 활빈교회다. 마침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었고, 좋은 기독교사들과, 교육운동·교육목회에 비전을 품은 사람들을 만났다. 특별히 2000년에 구리 두레교회로 오면서 정기원 선생님과 인연이 시작되어 기독교사모임 팀들을 주축으로 대안학교를 준비했다. 사실 정 선생님이 공립 초등학교 근무시절부터 당시 젊은 교사들이 시작한 학급경영연구회라는 굉장히 큰 단체 안에 속해 있었는데, 그게 대안학교의 씨앗이었던 거 같다. 당시 두레교회 목회 방향과 맞물려 2005년에 두레학교 설립에 함께했고, 정 선생님 후배 교사들도 참여했다. 교회 내부 문제로 정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교사들, 학부모들과 함께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분들과 동고동락하면서 2011년에 지금의 밀알두레학교를 설립했다. 호응이 이렇게 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사람들 사이에 교육에 대한 갈망이 많았나 보다.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은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시대가 나아지고 부모들의 의식 수준도 올라가면서 공동육아라든지 교육 민주화에 대한 열망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시작되었다. 대안교육 현장의 현실에 부딪힐 때 신앙을 바탕으로 현직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미 사람들 안에 좋은 교육, 대안 교육, 우리 언어로는 ‘하나님 나라 교육’에 대한 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원: 사실 2005년 두레학교를 세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목사님이 활빈교회에서 두레교회로 오면서 교회와 소통이 이루어지고 기독교사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일이 진행될 수 있었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밀알두레학교가 합의하고 만들어온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대안교육’이란 무엇인가?
기원: 우리 학교 교육 철학이나 정신은 세 가지 말씀에 근거를 둔다. 첫째가 학교 설립의 근거인 비전의 말씀이다.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는다’는 이사야 58:12 말씀인데, 학생들을 통해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이 비전을 이루려면 예수님처럼 아이들을 키우면 되겠다 싶어, 예수님의 어린 시절 성장하는 모습을 교육 목표로 삼았다.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눅 2:52). 이 구절에서 네 가지 성장을 꼽았다. 지혜가 자랐다는 건 지적 성장을, 키가 자랐다는 건 신체적 성장을,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는 건 영적 성장을, 사람에게 사랑받았다는 것은 사회적 성장을 의미한다. 네 가지를 꼽고 보니 오늘날 인성 교육의 3요소인 지덕체(智德體)가 이 말씀에 이미 들어있더라. 예수님이야말로 자신의 꿈, 비전을 하나님 앞에서 발견하며 살아가도록 인성 교육을 잘 받고 자란 분인 거다. 위의 네 가지 성장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신체의 성장을 기반으로 건강한 정신이 만들어져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고, 그때 지적 성장과 사회적 성장도 같이 이루어진다. 하나님 앞에서 인생 목표를 발견한 아이라면 ‘전교 1등’이 아니어도 공부에 소홀히 하지 않기 때문에 지적 성장을 하고, 이런 아이가 혼자만 잘먹고 잘사는 길을 택할 리 없기에 사회적 성장도 이루어지는 셈이다. 더불어 사는 것이다.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네 가지 중에 영적 성장을 제외하면 신체의 성장이 지적 사회적 성장에 동기 부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따로 논다. 우리나라 교육의 주된 화두가 쭉 인성교육이었는데, 지금까지는 실패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걸 놓쳐서다. 일반학교 교육에서는 영적 성장이 빠졌다. 교육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네 가지가 균형 있게 성장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일반적인 교육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교훈이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 12:24)이다. 우리 예수님이 한 알의 밀알로 오신 본이다. 아이들에게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서 살아가도록 가르치려 한다.
호훈: 우리나라 교육은 일반적으로 목표가 지적 성장에 상당히 치우쳐 있다. 이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까지 해악을 미친다. 그 맥락에서 서울대폐지론까지도 나온 것이라고 본다. 균형 있는 성장이 중요하다. 사도 바울도 빌립보서에서 “사람의 헤아림을 뛰어 넘는 하나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켜 줄 것”(4:7)이라고 했다. 여기서 ‘마음과 생각’이란 하나님을 향한, 우리 자신의 소명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하나님이 빠지면 이 자리에 자기 욕망이나 탐욕을 쌓을 수밖에 없다. 우리 본성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종교 교육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서양에서는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종교 교육이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생각으로 대다수 종교 교육을 한다. 삶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미디어 시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주제로 올여름 열린 초등 학부모 교육 ▲ 사진: 밀알두레학교 홈페이지

― 부모가 기독교인이 아닌데 아이들을 밀알두레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있나?
기원: 그렇다. 알고 보면 모든 부모는 자기 자녀가 위 네 가지 성장을 모두 하길 바란다. “건강하게만 자라달라” 말하지만 들여다보면 사실이 아니다. 공부도 잘하고, 사람들에게 평판도 좋고, 하나님도 잘 믿기를 바란다. 즉,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자녀를 예수님처럼 키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들 마음속에 그런 DNA를 넣어 주신 건 아닐까?

― 청소년 자살 및 범죄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것 같다.
호훈: 아이들의 폭력성은 사실 마음의 문제다. 갈등이 있고, 아픈 아이가 있으면 마음을 위로해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징계하거나 격리한다. 내 아이만 보호하면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 그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결국 모든 아이의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인 셈이다. 사회문제도 교회 밖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문제인 것처럼. 사실 청소년 문제의 근원적 원인이 상당 부분 지나친 입시경쟁에 있다고 생각한다. 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자기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또 아이들을 억누른다. 아이 인생이 점수화 된다. 전 인생을 통해서 어떤 인간으로 자랄지 모르는 아이들을 과연 점수로, 숫자로 제한할 수 있는 걸까. 우리 사회에서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나오기 힘들다. 앞서 정 선생님이 유기적인 성장을 설명하셨지만, 신앙 교육, 종교 교육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자랄 확률은 현저히 낮다.
기원: 우리는 모두 성인 반열의 예수님과 전혀 자라지 않은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 같은 시기에 태어나 같은 양의 밥을 먹고 교육을 받아도 성장에는 차이가 난다. 위기학생은 왜 생길까.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축복받으며 태어난 아기와, 여러 가지 문제로 축복받지 못하며 열 달을 지내다 태어난 아기가 있다면 과연 똑같은 성장기를 보낼까? 눈에 당장 보이지 않을 뿐, 이후 성장에도 차이가 있으리라고 본다. 공부를 잘하는 건 뇌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임시기억장치에 해당하는 해마와 전두엽의 기능이 중요한데, 이 두 기관은 행복할 때 가장 활성화 된다. 등교할 때부터 억지로 일어나서 잔소리 듣고 혼나고, 투덜투덜 학교 오다가 지각해서 정문에서 꾸중 듣고 수업에 들어가는 아이가 있다. 반면에 매일 학교 갈 때마다 사랑한다고 집에서 안아주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격려를 받으면서 공부하는 아이가 있다. 둘은 지적 성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일 거다. 신체적 성장도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운동을 잘해도 인스턴트식품만 먹으면 효과가 감퇴한다. 이런 조건들을 생각하면 위기학생이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학생 개인보다는 성장환경의 영향이 크다. 즉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하겠다. 좋은 환경에서 나고 자라면 누구든 위기학생이 되지 않았을 거다. 시각을 바꿔야 한다.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발견하면 그 아이가 아니라 부모와 가정, 학교가 바뀌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교나 가정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위기학생은 사실상 자신이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고 몸으로 말하는 셈이다. 이런 학생을 학교와 가정에서는 꾸중하고 잘못을 지적하면서 나무라고 있지 않는가. 위기가 더 깊어지는 이유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위기가정과 사회가 위기학생을 길러낸다?
기원: 단적인 예를 살펴보자. 2014년에 육군 22사단 총기사건이 터졌을 때, 그 사단의 20%가 ‘관심병사’라고 발표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22사단뿐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 군대 대부분에서 20%의 관심병사가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언급한 2010년 〈위기학생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위기학생 비율이 전문계고와 인문계고의 평균을 내면 36.8%였다. 거기서 여학생 비율을 제하면 남학생 비율이 군대의 관심병사와 거의 일치한다. 고등학교 남자 위기학생들이 그대로 성장해서 군대에 가서 관심병사가 된 것이다. 관심병사가 제대해 직장을 다니면 ‘문제사원’이 되고, 가정을 꾸리면 ‘위기가정’이 되고, 거기서 다시 위기학생이 길러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유추할 수 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이 상황이 악화된다면 국가·사회의 문제로 확대된다.
호훈: 지금 우리 사회는 가정적인 삶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가정의 안정성이 사회를 유지하는 힘인데, 가정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사회가 만들어주지 못하고, 그것은 고스란히 교육의 문제로 나타난다. 부모 역시 여러 이유로 교육의 책임을 단지 학교에만 맡긴 채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사실상 대안교육 현장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참여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 일반학교처럼 부모가 아이들을 학교에만 맡기고 방치할 수가 없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이들 교육과 가정이 같이 호흡을 맞춘다. 점점 이런 교육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커지는 것인지 대안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교육과 가정이 계속 늘어난다면 사회도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 앞서 입시문제를 지적했다. 밀알두레학교 아이들도 대학을 진학하는지 궁금하다.
호훈: 우리나라 대안학교 학생들 대다수가 대학 진학을 한다. 사실상 고등학교 때까지의 교육으로 우리 사회에서 내적 잠재력을 발산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주도적으로 자기 인생을 선택하는 일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학을 다니다가도 그만두고 재도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롭게 결정권을 발휘한다. 당연히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책임질 줄 안다. 그렇게 살아야 인생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입시 정책도 다른 문제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텐데, 모든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먼저 만들어야 모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이 사라질 거다.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오면 된다.
기원: 잘못된 입시 정책으로 유치원생까지 입시 스트레스가 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규 교육 안에서는 방황할 여유도, 역전의 기회도 없어 보인다. 입시에서 수시 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70%까지도 가는데, 내신이 반에서 5-8등 안에 못 들면 소위 ‘인서울’도 어렵다고들 한다. 우리 학생들은 미인가라서 검정고시를 보는데, 대입 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정시를 준비한다. 그런데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실컷 놀다가 때가 되면 자발적으로 공부해서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거다. 사실 일반 학교에 다녔으면 대학 못 갔을 성적인데, 우리 학생들이 면접과 논술에 강하더라.

― 지금 상황에서 공교육 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기원: 우선 제도 개선이 시급하고, 위기학생의 1차적 문제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교사에게도 책임이 있다. 어려움에 처한 학생이 위기학생으로 전락하느냐 마느냐의 키는 학교가 쥐고 있다. 가정의 위기에 놓인 학생이라도, 선생님이 학교에서 그 학생을 귀한 존재로 여기고 사랑하고, 친구들도 그 아이를 따돌리지 않고 사랑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위기학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하면 100% 위기학생으로 전락한다. 사회와 가정의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학교가 조정 능력을 어느 정도 발휘할 여지가 분명 있다.

― 교장선생님 건강이 좋지 않으시단 얘기를 들었는데….
기원: 일주일에 세 차례, 매회 네 시간씩 신장투석을 받는다. 사실 내가 대안학교 교장이라고 하면 밖에서 다 긍휼히 여긴다.(웃음) 안경점 하는 친구도 긍휼한 마음이 생겼는지 불쌍하다면서 안경을 공짜로 해준 적도 있다. 여기에 신장투석까지 받는다고 하면 날 아주 긍휼하게 여긴다.(웃음) 그런데 사실 병이 오히려 내게는 축복이다. 2005년에 두레학교를 시작할 때부터 내 삶은 일 중심이고, 일에 파묻혀 살았다. 일 년 통틀어 가족과 함께 밥 먹은 날이 일주일이 안 될 정도였으니까. 아들은 거의 아빠 없는 아이처럼 컸고, 아내는 아내대로 외로웠다. 가정에 위기가 왔다. 아들과의 관계, 부부 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데도 내가 원인이라는 생각은 커녕 ‘나 정도면 괜찮은 아빠, 괜찮은 남편’이라고 자부했었다. 병을 얻고 치료를 하면서부터야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라는 걸 알았다. 그때 ‘열심히’ 살면 안 된다는 걸 깨우쳤다. 하나님은 우리가 ‘열심히’ 살기보다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열심히 살면 몸에 병을 얻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깨어지는데, 나는 둘 다 경험했다. 우리집이 위기가정이었다.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고백하고, 아내에게도 달라졌다. 그렇게 5년 정도가 흘렀고 많은 것이 회복됐다.

   

6월이면 3박4일간 떠나는 여행 수업. '우리땅즈려밟고'의 한 장면. 고등과정 학생들 중심으로 전과정 학생들이 팀을 짜서 숙박, 교통을 포함한 여행의 모든 일정을 알아서 꾸린다. ▲ 사진: 밀알두레학교 홈페이지

― 그간 대안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두 분 얼굴이 평안해 보인다.
 기원: 웬만한 일로는 걱정 안 한다. 과거에 학교 건축 때문에 사기당할 뻔한 적이 있다. 건축업자들과 사기 치러 온 자들을 고소하고 내보내는 작업을 했더니 이 일로 경찰서나 법원에 여러 번 불려갔다. 건축업자에게서 돈을 못 받은 하도급 업체들이 6개월간 교장실을 점거하고 돈을 달라고 떼를 썼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우리는 이미 돈을 다 지급했고, 줄 책임이 없어서 지급을 안했다. 결국 나를 의정부 지방법원에 고소하고 나는 피고로 재판을 네 번이나 받았다. 다행히 우리가 이미 돈을 지급 완료한 사실이 인정되어 승소했다. 이런 일을 겪는 처음엔 간이 콩알만 해져서 3일 전부터 밥도 못 먹었는데 지금은 담대해졌나보다. 하나님께서 이런 대안학교를 운영하려면 마음이 강하고 담대해져야 한다고 여기셔서 나를 그렇게 훈련하셨다고 믿는다. 지금도 학교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사실 요즘은 문제가 생기면 내심 기대도 되는 게, 하나님이 얼마만큼 나를 더 쓰려고 이런 훈련 기회를 주시나 싶다. 기대 속에 감사가 나오고,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경험 가운데서 와 닿는다.
호훈: 지금도 내용상으로 보면 언제나처럼 심각하다. 학교 빚도 많아서 예수님이 빨리 오셔서 탕감해주셔야 한다.(웃음) 그런데 교장선생님이나 나나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다. 학교 모토인 ‘예수님 가르침 그대로’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내 삶을 예수님이라면 좋아하실까 질문하며 사는 지금이 좋다. 학교 빚은 많고, 나도 집도 없고 좋은 차도 없지만 학교가 더 좋은 전당이 되면 좋겠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호훈: 교육운동, 교육목회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준 사명이라고 여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대안교육 현장에서 주어진 일을 신실하게 감당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여건이 되면 우리만의 교육이 아니라 가능한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교장선생님이 신체적 한계 속에서도 우리 학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독대안교육 전체 일을 감당하시는 것처럼, 가진 걸 흘려보내는 것 자체가 은혜다. 교장선생님은 이미 한 번은 죽음을 경험하신 거 같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처럼 우리 자신도 이 현장에서 죽음을 겪고 은혜를 나눌 때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하고 돌아오게 될 거 같다. 거기에 교육의 원리와 역설이 담겨 있고, 역설의 은혜가 있는 것이 하나님 나라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OECD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 결과, 한국 청소년들은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6년째 최하위, 자살률은 1위였다. 지난 8월 2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십대 자살사망률은 4.2명에서 4.9명으로 작년 대비 16.5%가 증가했다. 2011년 이후 이어져 온 감소세에서 6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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