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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근원 해결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
[324호 커버스토리]
[324호] 2017년 10월 27일 (금) 14:53:59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goscon@goscon.co.kr
   
▲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 9월 10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해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추락해 숨졌다. 2015년 7월 14일 부산 강서구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2명이 숨진 사건을 시작으로 지난 2년 동안 타워크레인 사고가 15건 일어났고, 27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원청인 KR산업, 타워크레인을 대여한 백경중기, 크레인 해체를 담당한 청원타워, 현장사무소 등 4곳에 수사관을 파견해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20년 이상 된 크레인의 비파괴검사 의무화 △사망사고 발생 시 임대업체는 영업정지 △원청업체에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전 과정에 대한 감독 의무 신설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타워크레인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 업계에 뿌리박힌 관행 때문이다. 대기업 건설사가 중소 건설사에 타워크레인 작업 관련 하도급을 준다. 중소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재하도급을 준다. 재하도급 업체는 오래된 타워크레인을 값싸게 빌려 쓴다. 위험천만한 장비들이 건설 현장을 누빈다. 사고가 나도 원청 건설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매년 2,400여 명이 일하다 죽는 나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 1위 국가다. 국민의 힘으로 불의한 권력자를 감옥에 가두고, 권력을 바꾼 지 5개월.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대기업 고용 비중은 세계 꼴찌
OECD가 최근 발행한 〈한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7〉 자료에 따르면, 노동자 250명 이상인 한국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12.8%였다. OECD 37개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대기업이 총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로 한국과 같은 미국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58.7%로 한국의 4.5배이다. 한국보다 대기업 총부가가치 비중이 낮은 일본(50%)도 고용 비중은 47.2%로 한국보다 3.7배 높다.

한국 대기업의 총부가가치 대비 노동자에 대한 보상 비중(제조업 기준)은 28%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과 같은 제조업 강국인 독일 대기업은 총부가가치의 73%를 노동자에게 돌려줬다. 한국의 중소기업(10~19명) 노동자 임금은 대기업의 41.3%에 그쳤다. 핀란드(70.9%), 스웨덴(69.4%) 등 북유럽 국가일수록 대·중소기업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작았다.

한국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최하위인 이유가 있다. 한국의 재벌들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00인 이상 기업의 고용형태공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475만 5,000명)의 19.0%가 간접고용(소속 외 근로자)이었다. 기간제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183만 명으로 10명 중 4명 꼴(38.5%)이었다. 5,000인 이상 기업의 간접고용 비율은 25.5%로 500인 미만 기업(14.0%)의 2배 가량이었다.

상위 5대 재벌이 전체 자산 5조 원 이상 재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 53%, 매출 56.2%, 당기순이익 70.5%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반기 보고서를 공시한 1,904개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6조 1,7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9조 3,400억 원)보다 34.1% 증가했다. 그런데 10대 그룹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39조 3,4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72.1% 급증했고,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813개 상장사 영업이익은 26조 8,300억 원으로 1.3% 증가에 그쳤다.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6.3%에서 올해 59.5%로 13.2% 상승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33조 5,000억 원으로,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50.6%였다.

자산 상위 30대 그룹 소속 178개 상장사의 감사보고서 기준 사내유보금은 2017년 3월 말 기준 691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2012년 말 515조 4,000억 원, 2013년 말 557조 7,000억 원, 2014년 말 602조 4,000억 원, 2015년 말 655조 원, 2016년 681조 원 등으로 매년 급증했다. 요약하면 한국의 재벌 대기업은 떼돈을 벌면서 돈을 금고에 넣어두고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산업연구원이 2015년 3월 발표한 〈대기업 협력업체의 경영 성과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과 5년 뒤인 2013년 사이 삼성전자의 평균 임금은 6,190만 원에서 9,995만 원으로 1.6배가량 늘어났지만, 협력사들의 평균 임금은 3,313만 원에서 4,465만 원으로 1.3배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의 평균 임금은 2008년 6,774만 원에서 2013년 9,458만 원으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현대차 비계열 협력사의 임금은 3,948만 원에서 5,289만 원 수준으로 늘었다.

삼성전자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8년 5.7%에서 2013년 13.8%로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4.6%에서 2013년 4.2%로 거꾸로 감소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5.8%에서 2013년 8.9%로, 현대차그룹 소속 협력사의 영업이익률은 8.2%에서 9.3%로 증가했는데, 비계열 협력사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6%에서 3.3%로 감소했다. 재벌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가 얼마나 극심한지 보여주는 수치다.

비정규직 1,100만 시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6년 8월)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수는 2016년 8월 기준 874만 명이었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사내하청 노동자(92만 명),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 노동자(179만 명)가 빠져 있다. 이를 더하면 대한민국 비정규직 규모는 1,110만 명이다. 전체 노동자의 50%가 넘는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49.2%, 남자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할 때 여자 비정규직은 35.8%, 저임금계층은 23.9%이다. 임금불평등(상위 10%와 하위 10% 임금격차)은 2014년 8월 5.00배, 2015년 8월 5.25배, 2016년 5.63배로 가파르게 증가해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됐다. 정규직은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률과 퇴직금·상여금 적용률이 96∼100%인데, 비정규직은 32∼40%였다.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0%가 소득 하위 10%의 72배에 달하는 소득을 거두는 등 소득 계층별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2015년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100분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통합소득 기준 상위 10%의 월 평균 소득은 1억 1,974만 원으로 하위 10%(166만 원)의 71.9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근로소득 기준으로 상위 10%의 연봉은 1억 516만 원으로 하위 10% 연봉인 214만 원의 49배였다. 중위 소득은 2,073만 원(월 평균 172만 원), 중위 연봉은 2,272만 원(월 189만 원)이었다. 경제의 양극화가 노동의 양극화를 낳은 것이다.

각종 통계는 한국 사회의 적폐가 다름 아닌 불평등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노동의 문제,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불평등한 사회의 근원이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대기업 정규직의 3분의 1을 받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삶은 박근혜 파면 이전과 달라지지 않는다.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집중해야 할 과제
촛불의 힘으로 불의한 권력을 쫓아냈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감옥에 가둔 재벌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삼성과 현대차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대한민국을 바꾸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원이 바로 비정규직 문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논의가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난 9월 11일 교육부는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5만 5,000여 명의 비정규직 교원 중 유치원 돌봄교실, 방과 후 강사 1,034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사립학교를 포함해 기간제 교사 4만 6,000여 명과 영어회화·스포츠 강사 등 5개 직종의 강사 7,000여 명은 제외됐다. 추석 연휴 동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청 앞에서 곡기를 끊었다. 인천공항 1만 명의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중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는 2천여 명이다. 그것도 공사 직원이 아닌, 인천공항운영관리㈜라는 자회사 소속이다. 40개 사내 하청 8천여 명은 언제 정규직이 될지 모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정규직 전환하는 그룹이 있을 거고 끝까지 비정규직으로 있어야 될 그런 부분도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장벽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종교계까지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조하기 좋은세상 운동본부’를 꾸려 노조 결성에 나섰다. 노동건강연대·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노동·사회단체들은 ‘직장갑질119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직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합리한 관행과 직장 내 갑질을 찾아 세상에 알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되찾는 운동을 추진한다.

종교계도 할 일이 많다. 종교계가 운영하는 학교, 병원, 시설 등에서 비정규직 고용 실태를 조사하고,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교회가 앞장서서 불평등한 일터를 평등하고 공정한 일터로 전환시켜야 한다.


박점규
전국금속노동조합 비정규국장을 지냈다.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서비스 등 시급하고 절박한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적극 참여해왔다. 2015년 현직 언론사 노동기자들과 함께 〈굴뚝신문〉을 만들고, 비정규노동자 특별잡지 〈꿀잠〉, 광화문광장 캠핑촌 〈광장신문〉을 발행했다. 지은 책으로는 《25일》(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울산공장 점거 투쟁 기록) 《노동여지도》 《연장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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