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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되어야 한다
[234호 커버스토리]
[324호] 2017년 10월 27일 (금) 14:58:58 장현호 길가는밴드 리더, 본지 편집위원 goscon@goscon.co.kr
   
▲ 부당해고를 당한 하이디스테크놀로지 시설관리노동자들의 국회 앞 농성장에서. (사진: 장현호 제공)

#1. 메멘토 0416
지지 마요 지지 않을 테니 꽃으로 피어나
지지 마요 지지 않을 테니 꽃으로 피어나
일어서요 다시 태어날 테니 꽃으로 피어나
지지 마요 지지 않을 테니 꽃으로 피어나

가난하여 가장 높은 곳에 사는 내가 보이시나요
억울하여 가장 높은 곳에 사는 내가 보이시나요
어찌할 수 없음은 받아 들여요
어찌할 수 있음으로 간절히
노란꽃으로 당신 곁에 피어날 테니

가난하여 가장 높은 곳에 사는 내가 보이시나요
억울하여 가장 높은 곳에 사는 내가 보이시나요
가슴 아픈 그리움 받아들여요
죽음을 넘어서 함께 간절히
노란꽃으로 당신 곁에 피어날 테니

지지 마요 지지 않을 테니 꽃으로 피어나
지지 마요 지지 않을 테니 꽃으로 피어나
일어서요 다시 태어날 테니 꽃으로 피어나
지지 마요 지지 않을 테니 꽃으로 피어나

- <지지 마요 2>(길가는밴드 장현호, 2017)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문예출판사)에 나오는 구절 “4월 16일 아침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자신의 진찰실에서 나오다가 층계참 한복판에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보았다”를 읽으면서 가슴이 철커덩 내려앉았다. 읽어도 몇 번은 읽었을 《페스트》의 4월 16일 아닌가. 내가 서른아홉 번을 지나온 4월 16일 아닌가. 그런데 중학생 시절 찬양팀을 함께하면서 찬양 사역자 꿈을 같이 꾸었고 그 꿈을 조금씩은 이루며 각자의 삶을 살던 친구를 십수 년 만에 만나러 가던 광주 방면 고속도로 위에서 접한 세월호 참사 뉴스 속보는, 《페스트》에서 4월 16일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보여주듯 참담함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참사 이후의 고통을 일일이 나열한들 무슨 소용일까. 별이 된 희생자들 그리고 희생자 유가족들의 아픔은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참담함의 연속이었다. 잘못을 시인하지도 뉘우치지도 않는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연발할 때 우리는 억지로라도 입을 열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안산에서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아 색이 바랜 노란 추모 현수막을 보며 나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시때때로 기억해내고 아직도 고통 받는 유가족들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내 가슴은 색 바랜 누런 가슴이겠구나.’ 시시때때로 노란색을 가슴에 덧칠해보고 그마저도 소용이 없는 날은 노란색 옷이라도 입어본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내려가라〉란 노래를 참 많이도 불렀다.

오르고 또 오르면
당신을 볼수 있다 하여서
오르고 또 올라가니
없다 하고
그러면 어딜 찾아가랴 물어보니
가야 할 곳은
내려가라 내려가라
내리고 또 내려가면
이야길 들어준다 하여서
내리고 또 내려가니
아이쿠 이 양반들아 번지를 잘못 찾아왔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
내려가라 내려가라
이제는 내릴 곳도 내려갈 곳도 없는 우린
어디로 오르고 또 오르면
당신을 볼 수 있다 했으니 올라가 보련다

〈내려가라〉 가사 일부인데 마음은 간절했고, 노래는 높았고, 노래 주인공은 더 높은 곳에서 ‘혼밥’과 드라마를 즐기며 살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혼밥과 드라마를 즐기던 분은 자택으로 거처를 옮겨 그것들을 즐기시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는 막말에 대항해 “꺼지지 않는 촛불이 여기 있다”라면서 LED촛불을 들고 성난 횃불이 되어 버린 광화문 광장의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이렇게 합창했다.

크리스마스에는 퇴진을
크리스마스에는 구속을
당신이 내려올 그날을 기도할게요
우리 손의 촛불이 까만 밤을 수 놓으면
온 세상이 퇴진 함성으로 가득하겠죠
주말을 반납해도 감기에 걸려도 우리는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만 우리 곁을 떠나 준다면은 언제까지라도 영원히 촛불을
우리 다시 모이면 촛불은 횃불 되어
온 세상이 퇴진 불꽃으로 가득할 거야
크리스마스에는 퇴진을
크리스마스에는 구속을
당신이 내려올 그날을 기도할게요
하야야 하야야야 하야야야 헤이 박(박근혜를 구속하라 이재용도 구속하라)
하야야 하야야야 하야야야 헤이 박(박근혜를 구속하라 이재용도 구속하라)

그 겨울 함성에 한 목소리 보탤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던가.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길가는밴드의 상징인 노란 드럼을 연습실로 나르면서 이정미 재판관의 판결문 낭독 장면을 동영상으로 시청했다. 그러고 나서 평소 쓰던 다이어리의 12월을 펴서 빨간색 20이란 숫자를 검은색으로 덧칠했다. 그리고 스케줄 칸에 ‘대통령선거일 아니거든요’라고 적었다.

#2. 여전히 길거리를 수놓는 모든 이들을 위한 노래
아래에서 위로 부르는 노래
아래에서 서로 위로하는 노래
아래에서 위로 부르는 노래
아래에서 위로 부르는 노래

우린 사소한 것에서도 희망을 잡으려 애쓰지만
우린 서로에게 그런 하찮은 것들도 주지 못 한다

우리가 도망하듯 일부러 비켜가듯 지나쳐온 그 자리에 필요했던
자그마한 웃음 조심스런 손
함께 흘릴 눈물 같이 들 촛불

아래에서 위로 부르는 노래
아래에서 서로 위로하는 노래
아래에서 위로 부르는 노래
아래에서 서로 위로하는 노래 

- <위로> (길가는밴드 장현호, 2017)

제2롯데타워 아래에서 이 노래를 처음 불렀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서울로 상경하여 투쟁을 하는 자리에 노래로 연대하러 갔는데 하필이면 높아도 너무 높은 타워 아래서였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거리에서 노숙하며 농성하는 이들이 있다. 콜트콜텍 선배님들, 반올림 가족들, 세월호 유가족들,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 동광기연 해고노동자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강정마을 평화활동가들 등 수많은 이들이 이곳저곳에서 살고 있다. 사실 이분들은 탄핵 정국 때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촛불을 들고 더 높이 외쳤다. 그분들의 평소 삶이 투쟁이기에 그 겨울 풍경이 익숙했을 거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어쨌든 우리는 그들에게 빚진 사람들이라고.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살고 있고 나는 기타를 들쳐 매고 그곳으로 연대하러 간다.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던 날, 위로 올라가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희생당하여 별이 된 사람과 남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한 사람뿐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1970년대 중반 즈음, 비틀즈의 현실 도피를 순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움직임이 커졌고 상실과 외로움, 소외라는 강력한 경험이 이 자리를 대신했다. 비틀즈가 우리를 어딘가로 데리고 가려 했다면 핑크 플로이드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탐험했다.”(《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에서)

이 글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 도피보다 현실을 탐험하기를 선택하고 싶다. 사랑과 탐험의 공통점을 생각해본다. 마음먹고 시작하기 어렵고 평생 한 번도 못 해볼 수도 있고 상처 입을 수 있다. 생애 꼭 한 번만이라도 현실 탐험에 성공하고 싶다고 속삭여본다. 확신 있게 말하는데, 난 위로 올라가면 변할 것이다. 그러하니 바닷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며 거리의 친구들과 현실을 탐험하다 보면 도적 같이 다가온 그날에 수증기가 되어 위로 올라가지 않을까?

#3.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
2014년 4월 16일 그 주 부활절에 어떤 교회보다도 더 크고 화려한 추모현수막을 걸었던 어느 교회는 일 년 후 부활절에서 세월호 추모예배를 시작 10분 전에 엎어 버리고, 그 일 년 후 부활절에는 계란 음식 콘테스트를 벌였다. 동시간대 안산에서는 부활하신 예수를 기억하며 살아 돌아오지도 부활하지도 못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예수의 부활을 곱씹었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세월호 유가족이던 안산은 처음에는 ‘우는 자와 함께 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라고 말하고, 지금은 세월호 안전공원이 납골당이라고 주장하며 반대를 한단다. 세상도 교회도 닮은꼴이다.  

언젠가 교회에서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목사님이 아픈 곳에 손을 얹으라고 했다. 그리고 치유 기도를 시작하셨다. 양손이 아팠던 나는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어느 손을 어느 손 얹어야 할지 고민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내 양손을 붙잡고 기도해준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처럼 양손이 아픈 이가 있다면 내가 그 두 손을 붙잡고 기도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고 싶다.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어쩌다 보니 살아남은
어쩌다 보니 여기 남은 우린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도
존재를 잃지 않고 함께 사는 우린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 (길가는밴드 장현호, 2017)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속수당 인정’을 외치며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 노숙농성 중에 있다. 서울시 교육청에 걸려 있는 “사랑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온전한 말이 되기를 바라며 배가 부르지 않는 노래로 밥을 지어 드렸다.

생각은 달라도 우린 이야길 나눈다
차별과 혐오를 서로 배제 한다면
생각은 달라도 우린 함께 걷는다
차별과 혐오를 서로 배제 한다면

차별을 차별하고 혐오를 혐오하고
배제를 배제하고 사람은 사랑하고
차별을 차별하고 혐오를 혐오하고
배제를 배제하고 사람을 사랑하면

사랑이 길이 되어 함께 걷는다

-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길가는밴드 장현호, 2016)


장현호
본지 편집위원. 아름다운 풍경 하늘 지붕 아래에서 노래하는 ‘길가는밴드’에서 곡을 지어 부르고 있다. 물속만 빼고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노래한다. 구리의 희망찬 가족들에겐 찬양 인도하는 형제로 불린다. 가늘고 길게 끝까지 노래하는 들러리들의 수호자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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