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호 민통선 평화 일기 08]

▲ 전쟁의 소문 속에서 비무장지대를 바라보며 평화의 기도를 드린다. (사진: 국경선평화학교 제공)
   
▲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열리는 소이산 평화촛불 기도회. (사진: 국경선평화학교 제공)

한반도 전쟁 소문과 평화기도
이 땅에 전쟁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70여 년 동안 전쟁 소문이 끊일 날이 없었지만 이번은 꽤 끈질기고 전에 없는 심각성이 짙게 밴 느낌이다. 미국의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우리나라 바다에 들어왔다. 북한 공격 방어와 대응공격 훈련을 한다는 소식이 텔레비전 뉴스에 흘러넘친다. 미국 폭격기들은 북한 가까이 날아가 폭격 훈련을 하고, 핵잠수함은 군함과 함께 북한 가까운 바다에서 훈련을 한다. 한반도의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온통 전쟁 훈련 중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를 대비해 남한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훈련도 한다. 미국 정부의 관심은 오직 자국민 살리기일 뿐,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사 여부는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북한 정권 역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며 전쟁 불사(不辭)를 외친다. 미국과 북한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은 남북한 전쟁이 될 것이다. 핵전쟁은 한반도 전체 생명의 생사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전쟁은 놀잇감이 아니다. 전쟁정책은 야만적인 것이다. 평화만이 길이다. 우리 정부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혔다. 위태로운 중에 다행스럽고 안심이 된다. 촛불민주주의 시민평화운동 덕분이다.

전쟁의 소문이 높아가는 중에도 이곳 남북한 국경마을 가을풍경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한 일상이다. 추수가 끝난 민통선 남녘 들판은 한가롭고, 비무장지대 너머 북녘 평강 고원은 고요하다. 틈틈이 비무장지대 너머 북쪽으로부터 들려오는 대남선전 방송이 바람소리와 뒤섞인다.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겨울철새 떼들이 날아오고 있다. 북으로 남으로 자유로이 날고 있다.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롭고 고요한 땅에 전쟁은 상상할 수 없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전쟁은 절대 불가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은 안 된다. 이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길은 우리 자신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우리가 평화를 원하고 기도하고, 실천하고 행동할 때 평화의 소망은 실현된다.

전쟁이 나는 순간 이곳 국경마을은 가장 먼저 파괴될 것이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서울로 쏘는 북한 장거리 포탄이 비무장지대 국경마을 머리 위로 날아갈 것이기에 오히려 이곳이 안전할 것이라 말하는 순진한 사람도 있다. 전쟁의 비현실성을 믿는 마음에서 하는 우스갯소리일 테지만 끔찍한 유머다. 전쟁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격전지가 될 곳은 군부대가 밀집한 이곳 국경마을이다. 그렇다고 남북한 삼천리 방방곡곡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우리 기도는 오직 평화, 한반도 땅에서 전쟁 절대불가를 외치는 것이다. 전쟁을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평화를 기도하는 사람은 그들보다 많은가? 전쟁의 소문 속에서 우리의 평화 기도 소문도 늘어가야 한다.  

한반도 전쟁 소문으로 오스트리아, 프랑스가 평창 동계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한다. 독일도 내년 1월 이후에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전쟁의 소식만 들은 까닭이다. 그러니 평화의 소식이 더욱 활발하게 전해져야 한다. 우리가 이곳 국경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평화의 기도운동. 이 소식을 전 세계에 전하고 퍼뜨려야 한다.

시작이 중요하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기도운동은 특히 그렇다. 한 사람이 시작하면 두 사람, 세 사람 모이고 늘어갈 것이다. 평화의 기도 촛불을 켜야겠다. 우리 평화학교 피스메이커 친구들이 먼저 시작해야겠다. 이곳 남북한 군사 대결의 국경마을이야말로 평화의 촛불이 켜져야 할 곳 아닌가. 그러면 삼천리 방방곡곡 가정마다, 교회마다 평화의 촛불은 켜질 것이고, 남북한 내국경선 250km에 평화의 촛불 띠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소문은 사라지고, 미국 핵잠수함과 핵폭격기도 사라지고, 북한의 핵무기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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