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호 동교동삼거리]

우리 사회는 갈등이 꽤 높은 공동체입니다. 굳이 OECD ‘사회갈등지수’ 같은 데이터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구성원이라면 피부로 느낄 터입니다. 그렇기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은 제게 큰 관심사였습니다.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맞서는 국가적 갈등 사안을 놓고, 시민참여단 471명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와 공론조사를 통해 최종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생소하면서도 신선해 보였는데요. 특히 시민참여단 93.2%가 ‘최종 결론이 본인 의견과 다르더라도 존중하겠다’고 응답하게 된 배경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의사 결정에서 사람들은 그 결정 내용 자체 때문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결정 과정 때문에 분노한다. 사드 배치 결정이 대표적이다. … 숙의하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 이유는 그런 갈등을 줄이고 같이 답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실무자로 참여한 박지호 한국갈등전환센터 센터장이 한 말입니다.(‘커버스토리’, 36쪽) ‘갈등전환’ 전문가인 그는 ‘갈등을 부정적으로 여기기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를 강조하는 신학자이자 철학자, 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 대학 교수는 갈등 상황을 권력의 문제로 풀어냅니다.

“‘갈등’이라고 규정된 상황 속에는 권력의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그 상황을 갈등이라고 규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봐야 하지요. … 그래야 쉽사리 ‘갈등을 해소하자’라든지, 맥락없이 ‘갈등은 나쁘다’라는 말이 성급히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사람과 상황’, 8쪽)

평화 활동가로 오랫동안 일했던 이형우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조정팀장은 내부 갈등으로 인해 깨어진 공동체와 무너진 정의를 회복시키는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42쪽) 25년간의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하는 박숙영 회복적생활교육센터 센터장은 생생한 학내 갈등 사례와 함께 안전한 소통 공간으로서 ‘서클’을 소개합니다.(52쪽) 김복기 한국아나뱁티스트 총무는 세계적인 신학자 존 하워드 요더의 성범죄 사례와 이에 대한 메노나이트 교회의 대응을 바탕으로, 목회자 성범죄와 그로 인한 교회 내 갈등 이해와 예방에 대해 들려줍니다. 그의 글은 한국교회가 교회 내 성범죄 및 이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엿볼 수 있어 유익합니다.(71쪽) ‘동성애’ 이슈로 인한 갈등 속에서 상호존중에 기반한 학문적 토론은 없고 선악 관점의 판단과 마녀사냥식 비난 여론이 횡행하는 한 기독교 대학 구성원인 정담은 학생은, 그러한 갈등과 아픔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성장통이 되기를 희망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64쪽)

이렇듯 본지 3월호는 ‘갈등’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비추어 다시 성찰해보려 했습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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