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호 내 인생의 한 구절]

“너 목사 만들려고 미국 온 것 아니다”
제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불쑥 실망과 허탈을 감추지 못하셨던 부모님의 음성이 들려오곤 합니다. 일제시대에 태어난 부모님의 출생지는 이북이었습니다. 해방 후 6·25 전에 남한으로 내려오신 아버지는 신문기자였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지요. 그때 제 나이는 열네 살. 덕분에 저는 미국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명문대학을 나왔고 뉴욕 시에서 도시계획가로 살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만난 자매와 결혼하여 첫 아들을 낳고 5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신학교를 가겠다는 결심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부모님은 마치 당신들의 꿈이 깨진 듯 저를 말리셨습니다. 온갖 하소연에 눈물까지 쏟으며 만류하시고 집안에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그 시절에 한국을 탈출하듯 이민을 가신 부모님 마음에 못질을 하면서까지 목사가 됐지만, 부끄럽기만 한 죄인의 글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제 심경을 적어봅니다.

당시 저를 달래시면서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꼭 목사라야 하나님을 섬길 수 있냐?”

그냥 직장 조금 더 다니다가 박사과정도 마쳐서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면 좋겠다고, 구걸하듯 말씀하시던 부모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심정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지금 와서 마음 아파해도 부질없는 듯하여 겨울 동토보다 더욱 얼은 게 제 마음입니다. ‘은혜 받으면 다 목사 되는 게 정말 하나님 뜻이냐’고 말리시던 부모님이 솔직히 많이 그립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반대하시는 부모님이 믿음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복신앙’에 젖어서 말리시는 거라 생각하여 매정스럽게 다른 주로 이사를 가면서 한 치의 죄송함도 없었습니다. 요즘 들어 지난날의 그런 제 모습을 생각할 때면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쓴웃음이 나옵니다.

‘그러게요, 어머니…. 지금 생각하니 꼭 목사라야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건 아닌데 왜 그때는 그토록 목회자가 되려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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