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호 반디마을 한몸살이]

어려운 길
일관된 삶을 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독교의 가르침을 교회의 테두리를 벗어난 곳에서 실현하는 일 또한 그렇다. 삶의 방향은 알겠는데, 다른 길은 없을까 생각하여 자꾸만 여기저기 뒤적거리게 된다. 유일신 신봉자들에게 절대 우호적일 리 없는 세상에 대해 희생과 오래 참음은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쉬운 길을 택한 것이 이원론이다. 교회 안에서는 기독교의 가르침으로, 세상에선 세상 방식으로 사는 것이 편리하고 개운하다. ‘교회가 구원의 방주요 세상은 폐기될 실패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마땅한 처사이다. 다만 하나님은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셨고, 교회처럼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삼으시길 원하시기에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와 아내는 대학생 선교 단체에서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사회문제들을 대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그래서 결혼 전 진지한 만남을 가지면서부터 우리가 꾸릴 가정에 기대가 컸지만 그 가정이 회복할 많은 사회문제에도 기대감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입양’이었다. 데이트 중 우리는 잠깐 시간을 내어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인상은 오랫동안 우리 뇌리를 떠나지 않고 강한 부담감으로 자리를 잡았다.

보육원 아이들은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욕구 불만과 반항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전쟁통에 고아가 된 아이들이 아니었다. 부모가 대부분 생존해 있으며 여러 사정으로 양육할 수 없게 되자 보육 시설에 위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버려졌다는 상실감은 그들의 정서를 건강하게 자랄 수 없게 만들 뿐 아니라 최선을 다해 반항하고 일탈하려는 의지로 발전하는 듯했다. 그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짧은 경험 때문에 결혼 후 입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바람직한 삶의 방향임에도 쉽게 실현될 수 없는 일이었다. 우선 선교단체 간사 월급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또한 첫 아이 출산 후 양육의 자신감은 크게 상실되었고 의욕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 마침 나보다 더 나을 바 없는 형편의 선배 간사가 셋째 아이를 입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선배 가족과 교제하면서 가라앉아 있던 우리의 부담감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막연하게 안 될 거라고 생각만 했지 실제로 문을 두드린 적 없는 ‘입양’에 대해 그 가족은 구체적이고도 중요한 정보와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그 후 우리는 공개입양가족 홈페이지에 가입하여 입양 일기들을 읽으며 본격적으로 입양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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