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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최전선, 페미니즘
[332호 3인 3책]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민주주의 / 정희진 외 6명 지음 / 교유서가 펴냄 / 2018년
[332호] 2018년 06월 26일 (화) 16:43:23 오수경 goscon@goscon.co.kr
   
 

이 글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쓰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엔 전국동시 지방선거(선거)를 치른다. 한국 사회가 오랜 전쟁의 사슬을 끊고 평화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갈지, ‘촛불혁명’을 경험한 한국 사회의 정치가 어떻게 변화할지 운명의 시간을 앞두고 제법 비장하게 글을 쓴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하나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혜화역 앞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성범죄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열렸다. 약 1만 명 정도 모인 이 집회는 여성들이 단일 의제로 모인 최대 규모 집회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약 20일 후인 6월 9일, 이 기록은 깨진다. 1차 집회보다 두 배 많은 여성이 모였기 때문이다. 서울 시청에서 6·10 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이 열린 6월 10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는 낙태법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열렸다. 온라인에서는 10-20대 여성들 중심으로 ‘탈 코르셋’ 운동이 퍼지고 있다. 더 이상 남성 사회가 요구하는 외모 가꾸기를 하지 않겠다며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화장품을 버린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선거는 ‘중년 남성’ 정치와 각종 혐오의 언어들과 폭로전이 여전한 가운데 젊은 여성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지예 서울시장 녹색당 후보는 ‘페미니스트 서울 시장’을 자임하며 선전했다.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사전 여론 조사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앞섰다. 물론 이들의 등장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신지예 후보의 경우 선거 벽보 및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이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특히 ‘페미니스트’라는 글자 주변, 후보의 얼굴이 심하게 훼손되었다. 후보측과 수사 당국은 ‘여성 혐오’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임했다. 어느 ‘인권변호사’는 젊은 여성 후보의 선거 벽보가 ‘개시건방지다’며 ‘찢어버리고 싶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선명하게 갈리던 진보와 보수도 ‘페미니즘’ 앞에서는 합치를 이루는 이 풍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촛불혁명’을 일으킨 ‘페미니스트 대통령’ 보유국인 2018년 한국 사회 풍경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누군가는 위에 열거한 사건 중 일부에는 관심이 없을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나 선거에 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지만, 5월 19일과 6월 9일에 혜화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를 수 있다. 당선이 목표인 선거에서 겨우 1% 남짓의 표를 얻은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코웃음 칠 수 있다. 또 어떤 독자는 ‘그날’ 혜화역에서 마스크를 쓰고 피켓을 들고 있었을 수도 있다. 평화라는 시대적 흐름,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페미니즘과 상관이 없는 걸까?

우리는 흔히 ‘공적 담론’이라고 일컫는 흐름과 소위 여성의 일로 분류되는 ‘사적 담론’이 다른 세계의 일이라 생각한다. 분단이라는 특수상황, 민주주의라는 ‘대의’는 언제나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요구는 ‘나중’ 일로 여기도록 주문했다. 틀렸다. 페미니즘은 사회 진보의 척도이며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분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 웨이브’를 이해하지 못하면(그럴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고 도모할 수 없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7명의 저자와 함께 쓴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민주주의》에서 “좋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왜 우리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가?”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한국 사회의 “지금 여기의” 문제들을 여러 측면에서 성실하게 기록했다. 페미니즘을 정치제도와 상관없거나, ‘나중에’ 생각할 주제로 여기고 있었다면 이 책으로부터 페미니즘과 만나도 좋을 것 같다.


오수경
낮에는 청어람ARMC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드라마를 보거나 글을 쓴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이웃들의 희노애락에 참견하고 싶은 오지라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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