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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은 소명을 일구어가는 공간”
[337호 사람과 상황] 엄마로서 사회적 소명을 살아가는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337호] 2018년 11월 27일 (화) 16:07:01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를 만났다. 교회 배경에서 성장하고 대학생 선교단체 경험이 있는 그에게 ‘하마들’의 사회적인 의미와, ‘하마들’ 활동에 대한 신앙적 맥락을 물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2013-2018년 감사 결과, 1,878개 사립유치원 비리가 적발됐다. 전수 조사 결과는 아니다. 유치원 원장들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이 드러났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사립유치원 명단을 지난 10월 11일 공개했다. 여론이 들끓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같은 달 15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88.2% 응답자가 “어린이 교육 관련 비리는 보다 엄격하게 처리해야 하므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회계 비리를 저지르고, 그 사실이 공개되어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 유치원은 안하무인으로 나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는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 대상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헤드 랜턴 퍼포먼스’를 펼치며 비리 적발이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즈음 유치원의 폐업 통보 소식이 뉴스거리로 등장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불법 비리를 저지른 사립 유치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당국과 정부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제대로 처리 못했다. 심지어 공론화하지도 않았다. 작년부터 사립 유치원 회계 비리 사실을 알게 된 ‘엄마’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하 ‘하마들’)은 손 놓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및 행정소송을 벌이고, 지속적으로 언론 활동을 해왔다. ‘하마들’은 2017년 온라인을 통해 생성된 단체로, 출범과 동시에 생활의 주제인 육아와 연결되어 있는 사회 구조적 모순들을 개선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걷고 있다. 여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 외에도 ‘성평등 노동’ ‘무기 장난감 캠페인’ ‘탈핵’ ‘보건’ 등의 이슈로 사회적 운동을 기획하고 있다.

11월 초 조성실 ‘하마들’ 공동대표를 만났다. 교회 배경에서 성장하고 대학생 선교단체 경험이 있는 그에게 ‘하마들’의 사회적인 의미와, ‘하마들’ 활동에 대한 신앙적 맥락을 물었다.

― ‘정치하는엄마들’ 소개부터 해주시면 어떨까요?
장하나 전 국회의원이 작년 4월 〈한겨레〉 주말판에 ‘엄마 정치’ 칼럼을 기고한 것을 시작으로 페이스북에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어요. 그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났고요. 처음엔 30-40명이 모였어요. 6월 11일 창립총회를 하고 1년 반 정도 흘렀네요. 회원은 참여회원과 회비를 내는 권리회원으로 나뉘는데, 권리회원은 의결권과 공동대표, 기타 선출직 운영위원에 대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습니다. 전체 회원은 현재 1,400명을 넘었어요.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회원 수가 급증했지만, 사실 그동안 주력한 일들이 꽤 있었어요. 그중 하나는 성평등 노동 정책 이슈예요. 며칠 전엔 서울시 주최 정책박람회 행사로 성평등 노동 포럼을 맡아 진행했고요. 한유총이 연결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는 작년 초반부터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준비해온 일이고요.

― 다른 활동들도 더 설명해주세요.
우리 단체에는 여러 소모임이 있어요. 무기 장난감에 문제를 제기하는 캠페인, 탈핵, 보건 관련 등의 이슈를 소모임에서 다루고, 관심 있는 모임에서 중복 활동이 가능합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정책적 변화를 갖고 온 주제는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식이장애 아동 건강권’ 관련 활동이에요. 몇 년 전 급식을 먹고 사망한 아동이 있었을 때, 오롯이 부모의 주의와 관리 감독이 부족해서 일어난 것으로 판결났어요. 학교 책임은 없다고요. 이 문제를 놓고 ‘하마들’ 내 보건 관련 주제를 다루는 ‘벌레먹은 사과팀’이 의원실과 함께 작년 국정감사에서 문제제기했고, 이런 식이장애 아동에게 필요한 ‘젝스트’ 혹은 ‘에피펜’ 주사를 보건 교사가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기존엔 문제가 생겨도 사실상 학교에서는 암암리에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방침이었지만, 이제는 ‘학교보건법’이 개정되어 해당 질환으로 호흡기가 붓거나 위급한 상황일 때 보건교사가 응급처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요. 의원실과 함께 지속적으로 환아동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밖에도 영유아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에 관한 규제와 관련해서 미국, 호주, 유럽의 법과 정책을 참고한 복합적인 대책을 전방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현재 한국은 아동 프로그램에 관한 젠더 불평등을 비롯한 각종 차별과 폭력성 관련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상황이에요. 애니메이션은 곧 산업으로만 읽혀서 주로 경제지에서 다루고요.

   
 

―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데요.
우리는 모두 서로 활동가이고 직함은 큰 의미는 없어요. ‘하마들’은 본래 사무국 운영비용도 없었고, 완전 재능 기부로 돌아가는 자발적인 모임이었지만 두어 달 전부터 서울시NPO지원센터에 책상 두 개를 받아서 공간이 생겼습니다. 안정적인 활동을 위해 사무국을 운영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 중입니다. 다만 우리는 사무국과 후원자가 분리된 이중 구조가 아니라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누구든지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원해요. 사무국이 생기더라도 기존처럼 활동가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장을 열어주는 길로 가고 싶습니다.

― 최근 〈한겨레〉 포럼에서 ‘집단모성’의 힘을 언급하셨는데요. 육아 및 가사 일과 병행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끼리는 ‘이어달리기’라고 표현해요. 활동가 모두 단체 활동뿐 아니라 다른 일상도 있으니 많은 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절박하니까 가능한 거 같아요. 혼자 다 하려면 어렵지만 이어달리면 되니까요. 중앙집권화된 조직이 아니라서, 앞서 말씀드린 주제별 소모임 팀도 모두 메신저로 소통합니다. 사립유치원 비리의 경우 열 명 정도의 소모임에서 진행하다가 최종 네 명이 게릴라 팀으로 모여서 집중해서 일했어요. 두 명의 공동대표가 단체 활동을 파악하고 있는 정도가 전체의 90~95% 정도 될 것 같아요.(웃음) 각각의 운영위원이 알고 있는 걸 다 합치면 아마 전체 퍼즐이 완성될 거예요. 운동 방식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요. 모두 처음 시도하는 일이니 어떤 것이 답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요.

―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회계시스템을 투명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박용진 3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통과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한유총 관계자들은 관련해서 가짜 정보를 퍼 나르고, 사립유치원들은 일방적인 폐업을 통보했었죠. ‘하마들’은 공격받은 일이 없나요?
많은 분들이 우려하셨지만 워낙 언론에서 주목을 받다 보니 직접적인 공격은 없어요. 이전엔 이런 숨어 있는 적폐 권력의 폭주를 막았던 그룹이 없었는데, ‘하마들’이 한유총을 형사고발하니까 그쪽에서 전략을 짤 때 더 준비를 많이 하는 거 같긴 해요. 향후로도 긴 싸움이 되겠죠. 법률 지원을 자원하는 분들도 생겨서 팀도 꾸려졌어요. 외부에서도 지원하고 싶다고 마음을 모아주시는 분들이 있고요.

   
▲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사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 사립유치원이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는 대상이고, 대규모 단위의 운영비를 굴리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회계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없었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었는데요.
전체 운영비에서 평균 45% 수준(강원도의 경우 70% 정도)으로 국고 지원을 받으면서 완전 사유재산처럼 관리되고 있어요. 억대 단위의 돈을 지출하는데도 관리 기준이랄 게 없고, 영수증 처리도 간이로 대충 하고요. 요즘 1인 기업도 그렇게 안 하잖아요? 회계시스템으로 도입되는 ‘에듀파인’이라는 것도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에요.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되는 것이고, 실제로 감사가 이루어져야 하거든요. 이것조차 없었던 한유총이 지금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 단체 대응을 하고 있어요. 에듀파인은 물론이고 정부 종합대책이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허점이 많은데 말이죠.

― 그동안 어린이집, 유치원 환경이나 교사 자격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번에 함께 생각해볼 만한 주제 아닌가 해요.
맞아요. 어린이집은 가입률은 낮아도 그나마 보육 교사 노동조합이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노조가 없는 상태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도 유치원 지부는 없어요. 그리고 유치원은 보육 교사 1인당 아동 수가 어린이집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불법 차용하는 돈의 규모도 훨씬 커집니다. 문제의 핵심은 사립 유치원이 회계를 비롯한 운영 전반에서 공적 기준이 없이 불법 경영을 해도 전혀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번에 명단이 공개된 비리 유치원 중에 한 해 예산이 20-30억 원이 넘는 유치원들도 많았죠. 국고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썼다는 기사가 많이 나갔지만 사실상 ‘쌈짓돈’ 수준이 아닌 거예요. 또 문제가 뭐냐 하면, 가족 중심의 편법 불법 경영이에요. 예를 들면, 평교사 본봉이 월 160-180만 원인 곳에서 운전기사나 사무직원 연봉은 억대인 경우의 제보들이 들어와요. 원장 가족이거나 허수로 등록된 사람인 경우임을 바로 알 수 있죠. 원장 급여는 상한액이 없고요.

   
▲ 경기도 김포의 어린이집 교사 신혜란 씨는 11월 1일 <뉴스룸> 인터뷰를 했다. "누군가 1명이 나서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이고요 이게. 그리고 저는 아이들한테 자기 주장을 하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라고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그런데 그런 교사가 내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정말 아이들한테 부끄러운 교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이렇게 용기를 냈습니다." (사진: <뉴스룸> 갈무리)

― 최근 JTBC 〈뉴스룸〉에서 사립 유치원 교사였다가 노동권에 관해 문제제기를 한 뒤 협박과 해고를 당한 분이 얼굴을 노출하고 원격 인터뷰를 통해 그 사실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동안 사립유치원 비리에 관해 유치원 평교사가 문제제기를 하면 고립되거나 잘려서 업계에서 갈 곳이 없어지는 상황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철학을 갖고 영세한 상황에서도 양심적으로 어린이집, 유치원을 운영하는 분들이 있어요. 인터뷰할 때마다 말하지만 운동장 자체가 너무 망가져 있어서 안타깝죠. 사실 박근혜 정부 말미였던 작년 2월에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에서 95개소 기업형 어린이집 실태를 조사해서 정책 추진 일정을 발표했었어요. 그때 나온 것이 현재까지 거의 반영되지 않았죠. 재무회계 규칙 도입 건으로 한유총이 작년부터 끈질기게 반대 대응을 해왔는데 정부 당국은 이렇다 할 조치가 없었고요. 사실 현 정부의 종합대책 안은 이전 정부 안보다도 진일보하지 못했어요. 족벌 경영의 폐해를 막을 길이 안 보이거든요. 교원교직원 급여나 채용 가이드라인도 없고요. 정부나 국회나 그간 대체 사립유치원 비리 척결을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부 진행 행사에서 단체로 단상을 점거하는 등 행사를 계속 무력화해왔는데도 공권력 투입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의지가 없거나, 오히려 비호했다는 해석을 할 수밖에요. 같은 맥락에서 교육부는 비리 유치원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해 정보공개를 결정한 회의 자료가 있음에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서를 제출했어요. 유은혜 장관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고요. 덧붙여 이번에 유치원이 문제가 되었지만 이게 유아교육 기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린이집 쪽도 대동소이해요. 4년 전 국공립연합회 회장이었던 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대표는 현재 검찰 수사 중입니다. 사무실도 압수수색 당했고요. 당시에 여야 의원 로비 정황이 발각되었거든요.

   
▲ 박근혜 정부에서 2017년 2월 <유치원·어린이집 실태점검 결과 및 개선방안>을 내놨으나, 추진 일정대로 실행된 바가 거의 없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 이렇게 낮은 수준의 유아 아동 교육 단체 관리 수준을 보면서 문득, 한국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출생률이 줄어드는 국면을 벗어날 수가 있을까 의문이 드네요.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3대 우선 과제로 삼았는데요, 사실 그동안 관련 예산들이 철학 없이 쓰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무관한 내용을 저출생으로 엮거나 정책 우선순위에 맞지 않게 돈이 쓰이는 경우도 많았어요. 실제로 출생률을 반등시킨 국가들의 정책을 보면 성평등 노동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육아 및 보육 구조의 체질을 개선했어요. 최근 방한한 스웨덴의 통계석학 한스 로슬링 카로린스카 의학원 교수 역시 대한민국 저출생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성평등을 꼽았습니다. 무상보육에 돈 쓰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것만으론 효과 없다는 말이에요. 관련 지출로 OECD 국가 평균을 보면 대한민국은 절반 이하 혹은 3분의 1 이하거든요.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가 무상보육 지출을 많다고 비판하는데, 우선은 절대액이 많지 않아요. 전방위적이고 장기적인 구조 개선을 해야 합니다. 제 아이들 상황으로 보면 어린이집은 교사 한 명에 아이들 20명, 유치원은 30명이거든요. 교사 입장에서는 사고 안 나게 하는 게 최선이에요. 보육 교사 1인당 아동 수를 법제적으로 줄여야 아이들도 행복하고 교사도 만족하고, 원 단위에서도 퇴출이 아니라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하지 않을까요?

― 한국 사회에서 ‘하마들’이 주목을 받은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사실 이름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분명 한국에서 저출생이 심각한 최근 5-6년 이전에는, 대다수 여성이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엄마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는 엄마라는 정체성을 거세했다가 집에서만 다시 입었죠. 엄마라는 정체성은 철저하게 개인적 영역으로 축소되었던 거예요. 그런 점에서 엄마를 사회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의도인데, 또 한편으론 엄마라는 이름을 내세울 때 ‘양육자는 곧 엄마’로만 착각하는 문제가 발생해요. 그런데 사실상 젠더 문제로 보면 경력 단절 여성은 있어도 남성은 없고, 현실에서 임신·출산·육아의 모순을 엄마가 독박으로 겪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성의 육아 휴직률을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박탈된 엄마의 노동 권리를 말하진 않아요. 대신 아빠가 육아 휴직을 하는 데는 인센티브를 주죠. 엄마가 휴직을 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이런 형식에서 또 다시 젠더 불평등이 발생해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엄마’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사회적 모성으로서의 엄마를 새로 설정해서 의미를 설득시키기로요. 흔히 엄마 역할을 ‘마더링’이라고 하는데, 그 경험의 주체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엄마’로 통칭하는 거예요. 처음엔 엄마들이 동의하겠지만, 점차 그 방향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정치하는 엄마’가 되는 거지요. 실제로 비혼 남녀 회원뿐 아니라, 생물학적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회원들도 많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 "유치원 문제가 아닌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우리는 쭉 사회적 모성을 말해 왔는데, 이번에 남성 회원 수가 압도적으로 늘었거든요. 사립유치원 비리의 직접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피해자라는 점에서 공공의 의식이 건드려진 게 아닐까요?" ⓒ복음과상황 이범진

―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주목을 받으면서, 여전히 이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기보다는 육아 당사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제, 특히 엄마들의 문제로 프레임이 설정되는 느낌도 받았는데요. ‘엄마들만 몰랐다’거나 ‘엄마가 화났다’라는 미디어의 표현들은 그 역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 일로 기자들 전화를 받으면서 제일 어이없었던 말이 ‘정치하는 아줌마들’이냐는 질문이었어요. ‘엄마=아줌마=맘충’ 같은 혐오와 편견의 알고리즘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우스운 게, 유모차 끌고 편한 옷 입으면 아줌마 취급을 받고, 아이들 없이 일하러 가면 공동대표로 대우받아요. 엄마라는 이름이 씌워지면 평가절하되고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프레임의 왜곡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실제로 한국 사회 공공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것은 사실이에요. 유치원 문제가 아닌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우리는 쭉 사회적 모성을 말해 왔는데, 이번에 남성 회원 수가 압도적으로 늘었거든요. 사립유치원 비리의 직접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피해자라는 점에서 공공의 의식이 건드려진 게 아닐까요? 최근 TBS 라디오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 채널에 출연하면서, 기존에 육아 혹은 페미니즘에 별 관심이 없었던 분들에게도 이런 소식을 알리는 매개가 되기도 했어요.

   
▲ "저에겐 엄마 정체성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복음과상황 이범진

― 실제로 엄마로서 ‘하마들’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개인적 맥락도 궁금한데요?
저는 결혼을 일찍 했어요. 임신하면서 1년 남짓 한 직장 생활을 그만뒀죠. 중소기업에서 사회조사연구원으로 일했어요. 대한민국 리서치 회사 중 거의 유일하게 종교 조사를 하는 업체여서 기독교 조사 쪽도 많이 다뤘어요. 출산 후엔 프리랜서로 재택 업무를 했고요.

― 직장 생활을 왜 그만두셨나요?
유산 위험이 높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첫째 출산 후 연년생을 임신했는데 무리해서 일을 하다가 유산했어요. 주변에서 육아를 지원받을 수 없어서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러면서 관념적으로만 알던 것들을 실제로 경험했어요. 당시의 일들을 지금은 서술할 수 있지만 그땐 트라우마를 겪는 것처럼 힘들었거든요. 태아 심장 박동 소리가 안 들려서 생명을 상실했다고 의사가 판단하고,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어요. 유산의 과정을 겪으면서 모멘텀이 있었어요.

― 어떤 모멘텀이었나요?
저는 스스로 기독교인 정체성이 강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도 의식적으로 의미 부여를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것은 정말 무엇을 위해서일까’ 회의가 들더라고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사는 것보다 실제로는 단지 내가 사회에서 도태될까 봐 불안했던 게 아닐까 혼란을 느꼈거든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선교단체 훈련을 받았고, 내 전공을 살린 직업으로 하나님 나라 소명이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육아와 병행이 불가능했어요. 물론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원해서, 그것도 어렵게 임신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일을 그만 두는 건 아깝지 않았어요. 그런데 유산했을 때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신앙적 규범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았고, 나라는 사람은 교회에서는 ‘센 누나’여도 온건한 가부장제에 스스로 잘 정착해서 살아왔음을 알았죠. 나만 봐도, 일을 그만둘 때 남편은 박사 과정 중에 있고 내가 나이가 어리고 학사니까 다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합리화하면서 결론을 냈거든요. 한편으로 깊은 밑바닥에서는 사회에서 나는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었죠. 그동안 ‘하나님이 하셨다’ 고백한 많은 말들이 실은 부모의 무엇이든 다른 것이든 다양한 불로소득에 기반한 것이란 사실을 알았죠. 아무런 사회적 자산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상황에서 그때도 하나님이 일하신다고 믿을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때가 뭔가 내 인생을 던져야 하는 시기 같아서, 내일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육아를 하고 일상에 집중해보기로 했어요.

― 그래도 육아를 도맡아 하는 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마침, 친하진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다 출산 후 경력 단절이 된 상태였던 네 명의 선교단체 선배들을 알게 되어 같이 기도모임을 하다가 공동육아를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이미 있었어요. ‘엄마 신화’가 아니라 나에겐 하고 싶은 일이라서 대학교 첫 학기 소논문 과제를, 당시엔 흔한 주제가 아닌데 공동육아로 쓰기도 했고요. 아이를 전적으로 위탁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기를 수 있는 방법이었거든요.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이미 있는 공동육아 커뮤니티에 편입하려면 기탁금도 필요하고 조건이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자본금 없이 새롭게 만들었어요. 선배들과 서로의 집을 돌아가면서 시작하고, 출퇴근 문제, 아이 교육 등 논의를 거쳐서 재개발을 앞두고 300가구가 모여 있는 서울의 동네로 다 이주했지요.

― 그렇게 하루하루 엄마로 살아가는 삶과 일상은 어떠셨나요?
저에겐 엄마 정체성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출산이고,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참 컸어요. 여성이라서 차별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엄청난 일이 많고, 그래서 너무 힘든데도 엄마여서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다른 계기를 맞았거든요. 모성이 갑자기 생겼다는 말이 아니에요. 저는 모성은 자란다고 생각해요. 태아는 생명으로 인식되지도 않고, 몸도 조심해야 하니 일도 그만둬야 했고 너무 외로웠어요. 남편은 아기랑 같이 있는데 뭐가 외롭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지만, 아기가 태어나도 처음엔 데면데면했어요. ‘잘 지내보자’ 생각했죠. 막상 아이와 함께 내가 자라면서 우리 애가 6살이면 저도 엄마 나이 6살이에요. 아이는 완전한 타인이지만 내리사랑이라고, 아이 없는 내 삶은 이제 상상할 수 없어요. ‘하마들’이라고 하면 엄마된 것이 억울해서 뛰쳐나온 이미지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로 그런 질문도 받았고요. 그런데 나는 나로 살면서 엄마로도 살기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거든요.

― 엄마가 되면 나 따로 엄마 따로가 아니라 ‘엄마인 나’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회는 둘을 오히려 분리시켜요.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 것이 곧 아동 인권의 하락인 것처럼 지금까지 프레임을 씌운 것도 그래요. 엄마가 나가면 정부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아이는 양육자가 키우는 게 정상이고, 동시에 그 양육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라는 거예요. 현실에서는 정부가 대행하는 역할의 품질이란 너무 후져서 아이들의 생명을 담보하는 꼴이 되어요.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엄마가 없어서 불쌍해지는 게 아니라 이미 불쌍한 상황입니다. 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틈을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이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상이죠. 그게 노동 구조에서부터 해결되면 저출생도 해결될 텐데 국가가 헛물만 켜고 있어요. 교사 공무원의 첫 아이 출산 후 경력 단절율이 11%라고 해요. 그래도 좀 나은 경우인데도, 교사로 육아휴직을 다 사용하고 칼퇴근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찾는다고 해도 한 아이가 하루에 기관에 머무는 시간은 9시간이에요.

― 성인 하루 노동 시간보다 기네요.
그렇죠. 물론 기관의 품질이 매우 좋아서 아이들이 상호작용을 충분히 하고 신뢰 관계를 만들어갈 환경이라면 비교적 날 거예요. 아이는 엄마가 아니라 신뢰를 구축하는 관계가 필요한 거니까요. 그런데 한국의 어린이집은 놀이터가 인접해 있지 않아도, 횡단보도로 건너갈 수 있으면 인허가가 나요. 하루 30분 이상 두 번 외출한 기록은 서류상으로 있으면 되고요. 가짜로 쓰거나, 선생님 한 명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대롱대롱 줄에 매달아서 위험한 찻길을 건너 30분 놀기를 권장하는 사회인 거죠. 한국 사회는 아동 인권이 열악한 사회예요. 그러니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노동을 착취 못하면 애가 불쌍해서라도 엄마가 일을 그만두는 수밖에요. 지금처럼 성평등하지 못한 구조 속에서 급여 차이든 다른 차별 때문이든 엄마가 일을 그만두는 것이 개별 가정에서 최선 값이죠.

― 현재의 삶에서 ‘하마들’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모든 여성이 출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저에게는 스스로를 키우는 일이에요. 최근엔 집에 거북이 두 마리가 왔는데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신기해요. 작은 생물 하나 키우는 데도 수고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사회는 무언가 키우는 일을 저비용으로 하는 게 최고이며, 무임금으로 치룰 수 있으면 장땡이고, 경제적 효율이 최고라고 하죠. 하나님 나라 원칙은 그렇지 않잖아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고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여성 개인에게 전가하기 위한 말이 아니에요. 우리 사회에 대입해야죠. 한 사회가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책임을 나누면 아이 키우는 일이 모든 양육자들과 그걸 지켜보는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성장의 경험이 되고 경탄할 만한 과정이 됩니다. ‘하마들’로 사회 구조를 바꿔서 우리의 죄성을 극복하도록 하는 것이 저에게 사회적인 소명이에요. 이전엔 정치인, 혹은 보좌진 역을 하는 것만 직업적 소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직업이었던 지난 몇 년의 시간을 통해서 엄마 경험으로 생명의 가치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구나 생각해요. ‘하마들’ 활동도 그래서 하고 있고요.

   
▲ '정치하는엄마들' 정관

― 교회 밖에서 ‘하마들’을 통해 소명을 실천하고 계시네요.
우리 단체는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 공감하는 게 문화로 정착되어 있어요. 신앙적 대화라는 게 사실 별 건가요? 가치관에 기반한 대화잖아요. ‘하마들’ 안에서는 종교성이 없고, 종교적 언어가 없을 뿐이에요. 기도해서 하나님 뜻을 받는다는데, 믿는다면서 자기 편의대로 말씀을 기복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모태신앙이었는데, 전북에서 손에 꼽히는 큰 교회에서 반주를 했어요. 권사님 장로님들, 철야하고 제직회 하는 분들 이야기 주제가 누구 딸이 반주하고, 누구 집사 권사 아들 딸이 어느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더라 하는 거예요. 그런 게 평판에 유효했고요. 그런 교회의 모습에 환멸을 깊이 느꼈는데, 그렇지 않은 기독교를 찾으면서 회심하고, 삶에서 그런 한계를 직면하고 깨려는 모습에 감화했어요.

― 그런 감화를 안겨준 어떤 모델이 있었나요?
짐 월리스가 쓴 《회심》(IVP)이라는 책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날 때부터 페미니스트 정체성이 강했는지, 대학교에서 선교단체를 하고 비운동권 학생회 활동을 할 때에도 그 신앙적 정체성과는 교집합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회심》을 읽으면서, 그리고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의 삶을 보면서 무엇에 저항하고 무엇에 순종할 것인가 고민했어요. 지금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나에게 가르치는 게 또 다른 이데올로기라는 걸 알 때쯤 ‘하마들’을 만났죠. 따로 역할 모델은 없지만 교리에 매이지 않고, 종교적이지 않고, 신심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구체적으로 그리는 하나님 나라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미가서 6장 8절 말씀에서 찾아요.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미 말씀하셨다. 오로지 공의를 실천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한국교회는 그 정의에서 동성애는 빼고, 또 뭐는 빼고, 차별하는 게 너무 많지 않나요?

― ‘하마들’ 활동이 교회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주목받을 땐 교회에서도 격려를 받았어요. 갑자기 페이스북에 찾아오셔서 ‘네가 그렇게 될 줄 믿었다’ ‘단체의 귀감이다’ ‘하나님 나라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식의 반응을 보여주시는 선교사님들이 꽤 있는데요, 벌써부터 인기란 허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만간 ‘하마들’이 준비해온 다른 운동을 하면 어떤 반응일지, 좀 충격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 2017 보육노동자한마당 연대 행사 직후에

― ‘하마들’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립 유치원 관련해서는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하고 거기에 부모를 의무적으로 운영위원에 포함시키는 데까지 갈 것이고요. 애초 정관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직접적인 제도 정치 참여를 통해서도 사회 모순을 바꿔 갈 생각이에요. 생활과 밀접한 엄마 경험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거든요. 특히 지자체 의원의 경우는 생활 이해가 높은 사람이 유리해요. 지금 제도권 정치인은 변호사, 판사 판에 가끔 정치인이잖아요.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과 편차를 반영하지 못해서 대의민주주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엄마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직접 현실정치에 참여해야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겠어요? 부족한 부분은 국회의원과도 계속 협업해갈 생각이에요. 중성 혹은 전문직 여성상이 아닌 ‘엄마’ 정치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고무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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