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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340호 표지]
[340호] 2019년 02월 22일 (금) 16:27:24 옥명호 goscon@goscon.co.kr
   
 

10대가 만든 다큐 영화 <박차정을 찾아서>(2017)를 보면 ‘웃픈’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 자신 여성인 10대 감독이 로드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이들에게 묻습니다. “알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가 있나요?” 대답은 거의 “유관순 열사”에서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웃자고 한 대답 같은데, 한 중년 남성은 “전지현!”이라고 답합니다. (설마, 을사늑약 후 의병 활동을 하던 친정아버지를 도왔던, 중국 지린성에 12개 교회를 세우고 사이토 마코토 총독 암살계획을 결행하려다 실패했던 ‘남자현’ 지사를 잘못 말한 걸까요?) “우리나라에 여성독립운동가는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는 분도 있더군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기획들이 선을 보일 때, 저희도 고민과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1년 내내 연속기획으로 다룰지, 한 차례 커버스토리로 담을지, 초점과 방향을 어디에 맞출지 등. 수차례 대화를 이어오다 결국 우리나라 독립운동 역사에서 지워지거나 제 목소리를 얻지 못한, 그래서 ‘잊혀진’ 여성독립운동가들 이야기를 담아보자 했지요. 그들은 대체로 선교사들이 설립한 근대적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려줄 화자(필자) 또한 모두 여성으로 꾸려보기로 하고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기독교’ ‘여성’을 키워드로 역사학자의 외길을 걸어온 윤정란 박사 인터뷰(“독립운동사에서 여성은 어디에 있는가”_10쪽)와, 교회사와 기독교 여성사, 기독교 젠더 담론을 연구해온 하희정 박사(“100년 전 그들은 ‘참인간’의 세상을 위해 싸웠다”_24쪽) 인터뷰에서는 잊혔다기보다는 애초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3.1운동 속 여성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독립운동사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신하고 10년 전부터 비영리단체인 ‘한국여성독립연구소’를 세워 여성독립운동가 발굴과 인식 확산에 매진해온 심옥주 소장과, 여성신학자로서 현재 이화여대에서 강의하는 최순양 목사 이렇게 여성 필자 네 분의 목소리를 담아냈습니다.

커버스토리의 주제와 같은 맥락에서 한 여성 활동가의 이야기를 ‘사람과 상황’에 담았습니다(“낙태죄 문제, 이제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_56쪽). 헌재 판결을 앞두고 있는 낙태죄 이슈 또한 주로 태아에 대한 생명 윤리 차원에서 언급되었고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는 파묻혀왔기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역사에서 파묻히고 잊혀가는 이들을 제 이름으로 불러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일이 작으나마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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