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호 에디터가 고른 책]

바울
그의 생애·서신·신학
브루스 W. 롱네커·토드 D. 스틸 지음
박규태 옮김
성서유니온 펴냄 / 44,000원

두 저자는 같은 대학에서 신약학을 가르쳐온 오랜 학문적 동지요 벗이다. 그들은 엄밀한 지성의 위력과 공동체를 향한 헌신, 타자를 향한 선의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도 바울에게 “건강한 존경심”을 담아 이 책을 썼다.

저자 말대로, 이 책은 바울의 생애와 서신과 신학에 대해 독자들이 실용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쓴 ‘바울 입문서’다. 물론 미주와 용어 해설, 참고문헌, 색인 등을 빼더라도 본문만 690여 쪽에 달하는 분량과 두께를 보면, ‘입문서’라기엔 좀 과하지 않으냐 반문할 법하다. 실제로 바울의 생애(1부), 옥중서신·목회서신 등 서신서 연구(2부), 바울 신학(3부) 등 총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특별히 바울 서신 13권에 대한 성서신학적 연구(2-10장)가 가장 많은 분량(무려 430쪽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신학 전공자가 아닌 독자들이 바울의 생애와 사상을 공부하고픈 마음이 들 때, 추천도서 목록 맨 윗줄에 오를 만하다. 여러 고고학적 자료 사진, 다양한 그림·지도·사진 등 현대 독자를 배려한 내용 구성과 편집에도 신경을 많이 쏟은 흔적이 역력하다.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의 성생활” “1세기의 주택” “테르툴리아누스가 과부에 관해 밝힌 견해” “바울의 빛나는 지성” “톨킨과 골룸” 등 중간중간 나오는 짧은 읽을거리인 ‘노트’는 본문의 내용을 독자들이 더 흥미 있고 풍부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게다가 바울 서신·신학에 관한 다양한 논의와 최근 연구 성과를 반영하는 등 충실하고도 유능한 ‘바울 셰르파(안내자)’ 노릇을 해낸다. 같은 출판사의 ‘예수 입문서’인 《네 편의 초상, 한 분의 예수》(무려 1,000쪽이 넘는다!)를 공들여 번역한 박규태 목사가 이 책에서도 우리말 단어와 표현에 공을 들인 노고가 느껴진다. 

그런데 왜 이 시대에 굳이 바울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 말이 답이 될 듯하다.

“우리는 바울이 품었던 신학적 비전이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기독 지성과 그리스도인이 실천할 행동을 만들어 내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할 자원을 제공한다는 것을 절감한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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