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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생·기성세대·한국교회
[347호 사람과 상황] “쉽게 ‘판단’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347호] 2019년 09월 20일 (금) 11:13:24 정민호 bourned@naver.com
   
▲ 대화는 ‘불안’ ‘학업과 신앙’ ‘사회참여’ ‘유대감’ ‘기성세대’ 등을 넘나들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90년생부터 99년생까지가 20대, 이른바 90년대생이다. 사회에 진출한 사회 초년생부터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까지 흔히 ‘요즘 것들’로 불리는 이들은 교회 기성세대로부터 ‘청년’이라 불린다. 교회에서 기성세대들은 ‘청년’이라 쓰고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 라 읽는다. 그들은 청년을 두고 말한다. ‘단체보다는 개인을, 충성보다는 효율을 중시한다는 세대, 이상한 말을 쓰고 꿈도 열정도 없는 무기력한 세대’라고. 과연 ‘요즘 것들’이 정말 문제일까?

최근 출간된 책 《90년생이 온다》를 비롯해 90년대생을 둘러싼 수많은 분석과 담론이 오가는 요즘, 다른 이가 아닌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자 90년대생들을 불러 모았다. 주변 어른들의 훈계를 자주 듣는다는 자칭 ‘꼰대 감별사’ 98년생 백영재 씨, 목회자 자녀로 교회 생활은 ‘웬만큼’ 해본 96년생 민예지 씨,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96년생 김자은 씨, ‘N포’세대가 포기했다는 취업·결혼의 꿈을 모두 이룬 ‘공공의 적’(?) 92년생 최용규 씨까지 네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는 ‘불안’ ‘학업과 신앙’ ‘사회참여’ ‘유대감’ ‘기성세대’ 등을 넘나들었다. 이들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3시간 내내 웃고 떠들었다. 섣부른 대상화를 피하기 위해, 인터뷰 진행과 정리도 90년대생 기자들이 도맡았다.    

 

― 90년생이라서 주목받는 이 분위기가 어떻게 느껴지세요?
민예지: 딱히 주목받는 느낌을 받은 적 없어요. 제가 아직 대학생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90년대생이 주목받는다는 걸 알 수 있겠죠?
최용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 제목은 어디선가 들어봤어요. 그땐 ‘난 읽을 필요가 없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어른들이 90년대생을 이해하기 위해서 읽는 책으로 보였거든요.
백영재: 저는 이 책이 맘에 들지 않았어요. 누군가가 제 또래를 진단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제가 그 연구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 왜 이 책이 재밌었어요?
영재: 공감이 되더라고요. 90년대생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물이긴 하지만, 우리 세대를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느껴졌거든요.

― 책에서 90년대생에 대해 몇 가지 특징을 이야기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 우리 또래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영재: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불안이 크다고 생각해요. 특히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죠. 초등학교 때부터 상대평가 당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경쟁하는 분위기에서 자라다 보니 불안을 습득했던 것 같아요.
예지: 그 불안함이 하고 싶은 일이랑 연결될 때도 있어요. 주변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면 ‘안정적인 거’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꽤 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단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는 게 더 절실하기 때문이겠지요.
 

   
▲ 교회 어른들에게 훈계를 자주 듣는다는 자칭 ‘꼰대 감별사‛ 백영재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 목회자 자녀로 교회 생활은 ‘웬만큼’ 해본 민예지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예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더 불안해하는 것 같아요.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질 것 같아서 부지런히 쫓아가려고 하죠.
김자은: 그 이유를 딱 한 가지로 정의할 순 없겠지만 불안이란 감정의 기저에는 ‘부모 세대의 기대감’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80년대 초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경제 호황을 누렸잖아요. 90년대생의 어머니들은 저희가 어렸을 때 육아에 전념하다가, 교육비를 벌기 위해 급하게 일자리로 나가셨던 거 같아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엔 친구 집에 가면 친구 어머니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어머니들도 다 일하러 나가셨던 거로 기억해요. 동시에 부모님에게 ‘너는 이렇게 살지 마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죠. 그때부터 부모님보다 더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어요. 사회구조적으로 우리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잘살 수 없는 세대라는 분석도 있잖아요. 불안 때문에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선택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은 시대인 것 같아요. ‘나는 나만의 삶을 살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죠.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절대적인 평가지수로 우위를 차지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겠다는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용규: 90년대생은 시대가 변화하는 시기에 이리저리 치이는 세대 같아요. 우리 윗세대들은 민주화운동, 학생운동을 하면서 시대 변화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이 자랐잖아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우리보다 어린 세대들은 이미 급변한 환경에 적응을 잘했고요. 다른 세대들은 그들만의 문화가 뚜렷하게 있는데 우리 또래는 그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어있는 거죠.

― 그렇다면 여기 계신 분들은 우리 또래‘답게’ 살아왔나요?
영재: 저는 오히려 ‘낡은 것’을 좋아했어요. 사라진 것들에 집착했고, 포크 음악, 라이브 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자취하면서 LP판도 장만했어요. 제 나이에 비해 ‘올드’한 감성인데 그건 제가 속한 집단과 환경으로부터의 반발이었어요. 저는 4형제 중 셋째로 자랐고 남중·남고를 나왔어요. 빡빡하게 느껴졌던 남성문화 속에서 거꾸로 가고 싶었던 거죠.
예지: 저는 신앙이 있으면서 동시에 경쟁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있었어요. 중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해서 기독교 계열 자사고에 갔는데 그곳에서 제가 전교에서 몇 백 등을 했어요. 그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공부를 포기했죠.(웃음) 공부를 열심히 하기보다는 신앙생활을 즐기는 쪽을 선택했죠.

― 저도 그랬어요.
용규: 저도요.
영재: 저도 그랬어요.(웃음)
예지: 그런 말 들어보셨어요? ‘교회에서 네가 이것(봉사)도 하면서 공부까지 잘하면 하나님이 알아서 다 채워주실 거고 앞길을 열어주실 거야’라는 얘기요. 그때 저는 그 말을 정말 믿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둘 다 감당하지 못하고 교회 생활만 열심히 했죠.
자은: 저는 교회에서 임원, 찬양팀 리더로 헌신했지만, 공동체 안에서 겉도는 사람이었어요. 모태신앙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주장이 불편했거든요. 예를 들면 ‘하나님이 주신 생각’이라는 단어나 ‘전통을 지켜라’ ‘동성애는 죄다’ 등의 주장 말이에요.
용규: 저는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모이는 기도 모임을 만들었어요. 돌이켜보면 그것도 하나의 도피 방법이었어요. 제가 가진 불안을 신앙으로 승화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죠. 새벽기도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나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게 기복적인 행위는 아니었지만 어디선가 위로를 받고 싶어서 한 일이죠.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행동이 의미가 없진 않지만 뭔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교회 생활을 되게 열심히 하면서도 다른 집단에서는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제 삶의 중심은 항상 교회였기 때문에 교회 일을 우선했어요. 그래서 아직도 교회 밖에선 ‘아싸(아웃사이더)’로 살고 있어요.

   
▲ 신학대학교 졸업 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김자은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 취업과 결혼을 모두 이룬(?) 최용규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 다들 교회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셨네요. 현재 교회 안에서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예지: 아버지가 목사님이라서 동네에서는 모자를 쓰고 다니기도 했어요. ‘셀럽’처럼요.(웃음) 성도님들의 관심을 피하고 싶었던 거죠. 그 관심은 나를 나로 봐주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많은 일을 덜컥 저에게 맡기거나 무조건 헌신하기를 바라셨죠. 많이 힘들었어요.
용규: 스무 살 때 주일 예배를 다섯 번이나 드렸어요. 같이 교회를 다니던 친구들도 다 지쳐버렸어요. 결국 담임목사님에게 질문했어요. 청년부는 교육부서가 맞느냐는 물음이었어요. 평소 청년부도 교육부서라고 말씀하시면서 보살핌이나 배려 없이 교회 일만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요. 청년들이 헌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었으니까요.
영재: 저는 교회에서 거절을 자주 하는 위치에 있어요. 주로 집사님, 권사님들이 성가대나 교회학교 교사를 같이하자고 하셔요. 예전엔 죄다 했었는데 요즘은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그분들은 아마 우리 또래를 ‘거절을 잘하는 청년들’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예지: 많은 고민이 있지만 교회에선 결코 얘기하지 않아요. 저희는 20대가 되고 나서 세월호부터 촛불집회까지 겪었잖아요. 아마 우리 또래라면 모두 어느 정도 신앙생활과 사회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거예요. 세월호 팔찌를 하고 다니는 청년들도 많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이런 고민을 교회에서 꺼내기조차 쉽지 않아요.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자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지 못한 하위계층은 교회에 나오기 쉽지 않아요. 대학을 가지 못했거나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거나 일용직을 전전해야 한다거나…. 그런 사람들은 교회 공동체에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요. 교회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는 거죠. 취업을 못 하고 사회에서 ‘정상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교회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아직 ‘정상’에 다다르지 못한 청년들도 지금 위축되어 있어요.

   
▲ (왼쪽부터) 최용규, 김자은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용규: 제가 여기 있는 다른 분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릴 때 교회에서 맛봤던 ‘선배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나 ‘유대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당연히 제 후배들도 비슷하게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동생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예지: 저도 요새 중고등부 교사를 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어요. 기도회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맡은 반 아이들이 기도하기 싫다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죠. 결국 그 시간에 자유롭게 얘기를 나눴어요. 내가 익숙하다고 해서 그 방식을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 친구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봤고요.

― 우리 또래 관점에서 부모님을 포함한 기성세대, 그리고 교회 안 기성세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요.
예지: 옛날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 때는 밤새워 기도했어. 교사들 없이 우리끼리 다 했어. 피피티는 없었어.” 이런 식으로요. 그 말씀이 가끔은 암묵적인 강요 또는 너희는 왜 다르냐고 말하는 것으로 들려요. 그럴 땐 서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오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죠.
자은: ‘저분들은 왜 교회를 다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왜냐면 제가 출석하는 교회는 성공주의를 철저하게 배격하거든요. 목사님께서 ‘예수님이 오신 이유는 낮아지기 위해서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어른들은 그런 말씀에 불만이 많아요. 그런데도 교회는 빠지지 않고 나오시죠. 저는 그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궁금한 게 아니라 왜 저럴까 싶은 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연민의 감정이 느껴져요. 어떤 권사님이 있는데 그분의 아들은 알코올 중독자였어요. 얼마 전 그 아드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일을 교회에도 알리지 못하고 권사님께서 혼자 감당하셨어요. 교회에 말하면 정죄당할까 봐서요. 저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쉽게 정죄하시는 그 권사님을 싫어했었는데, 그분이 “내가 더 믿지 못해서 아들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자기가 가진 신앙이 스스로를 정죄하는 데 쓰인다고 생각하면 안타까워요.

   
▲ “교회는 왜 낮은 곳으로 가지 않는지 묻고 싶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용규: 우리 세대도 나중에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내가 정답이다’라는 태도예요. 자신이 경험하고 믿어온 것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찬 거죠. 더 고민하지 않고 과거의 것들에만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여요.
영재: 개인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커서 동년배 어른들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좋은 어른들도 많이 만났어요. 현재 어른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사실이에요. 어찌 보면 교사는 교사죠. 반면교사건 좋은 교사건. 어느 집단이든 보고 배우고 싶은 사람도 있고 ‘저러진 말아야지’ 생각하게 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더라도 좋은 어른, 나쁜 어른들과 섞여서 함께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요.


― 점점 멀어지는 기성세대와 우리 세대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요?
용규: 이상적인 얘기를 하자면 기존의 교회들이 해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조직이 커지고 권위가 강하다 보니 일개 청년이 맞설 수가 없어요. 저는 얼마 전부터 비교적 규모가 작은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어요. 규모가 작아졌다는 것만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있어요. 교회가 작아지니까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전에 다니던 큰 교회에서는 시스템이 보였죠.
자은: 쌍방의 문제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불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청년들이 먼저 대화를 시작해볼 수 있다고 봐요. 기성세대 탓만 하지 말고 우리도 뭔가 제대로 요구하고 교회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지: 소통하지 않고 누군가를 이해하는 건 어렵죠. 가능할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더라도 꼭 대화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어른들은 교사를 할 때 아이들과 소통하기를 어려워하세요. 그러면 청년들이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려드릴 수 있죠. 아마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고 인정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공감하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칙을 정해놓고 대화하는 것도 좋겠어요.
영재: 어른들에게 제가 겪는 일 중 안 좋은 얘길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저 이번에 취업은 망했어요’ 이런 식으로요. 평소 잘된 얘기만 골라 하면서 성공, 영광에 매이는 것 같았거든요. 제가 먼저 제 실패와 치부를 드러내는 게 어떨까 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교회 안에서 모두가 ‘다음세대’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약속하는 일이에요. 다음세대라는 말에 들어 있는 책임이 너무 비장하게 느껴지거든요. 다음세대라는 말은 90년대생을 위축시키는 말인 것 같아요.
 

   
▲ "저는 오늘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기성세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 마지막으로 교회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영재: ‘멋대로 판단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를 힘들게 하는 건 너무 많은 사람의 ‘판단’이었거든요. 제가 뭔가를 했을 때 따라오는 기대와 판단, 해석들. 저는 그게 가끔 힘들 때가 있어요. 정말 사소한 것도요. 두 번째는 ‘눈치를 그만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건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그만 봤으면 좋겠어요. 자기답게 말하고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예지: 교회에서는 ‘세상과 구별되라’는 말만 강조하는데 그런 말은 세상에 나아가는 우리를 힘들게 할 뿐이죠. 하나님 나라를 뜻하는 세상을 향해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외면하지 말자는 얘기죠.
자은: 첫째로 술, 담배, 동성애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신앙의 본질이 아니잖아요. 둘째로는 부활 신앙이 있다면 성육신에 대해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교회가 성육신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교회는 왜 낮은 곳으로 가지 않는지 묻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망과 사회에 대한 정의감이 어린 날의 치기가 되지 않게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려서 그런 거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교회 어른들이 지원해줄 수 있는 곳이 교회였으면 좋겠어요.
용규: 저는 오늘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기성세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이미 결혼을 했고 직장 생활을 몇 년 동안 하면서 자리를 잡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90년생이지만, 여러분들이 하는 얘기가 저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잘 들었어요.(웃음) 저를 포함한 교회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사회문제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답을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얘기든 먼저 듣고 함께 고민하고,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네요. 답을 주지 못하는 게 무기력해 보이고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곁에 있어 주는 것 자체가 진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저를 포함한 교회에 하고 싶은 말입니다.

 

 

진행·정리 정민호 수습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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