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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 활동가의 '오늘'을 묻다
[351호 무브먼트 투게더] 기독활동가대회에서 만난 김현아 기윤실 팀장
[351호] 2020년 01월 21일 (화) 15:36:42 김현아 goscon@goscon.co.kr

 

‘제7회 기독활동가대회’가 ‘2019 성서한국 3차 포럼’과 함께 지난해 말 도봉구에서 열렸다. 이번 성서한국 포럼은 지난 1·2차 포럼을 토대로 “들었으니 응답하라”라는 주제로 복음주의 사회선교운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내다보는 취지의 자리였다. 이날 자리에서도 문제제기가 되었듯, 성비의 불균형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진행과 발표, 마무리 발언을 맡은 사람들은 총 6명으로 연령대는 50대 1명, 40대 5명으로 그중 여성은 1명이었다. 활동가 총 34명이 참석한 가운데 20대 3명, 30대 15명, 40대 11명, 50대 이상이 5명을 차지했으며 그중 여성은 5명이었다. 그 5명 중 한 활동가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김현아 팀장(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었다. 연대활동을 많이 하는 단체에서 일하는, 관리자가 아닌 여성 활동가의 생각이 듣고 싶었다. 
 

   
▲ 기윤실 활동가들과 함께. 맨 오른쪽이 김현아 팀장 ⓒ복음과상황 정민호

단체와 역할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1987년에 창립한 기독시민단체로, 주로 개인의 도덕성 재고와 교회 신뢰 회복을 위한 운동을 해왔어요. 사회적으로는 부채해방운동, 공명선거운동, 부패방지운동, 양극화 해소운동 등을 했고,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서 세습반대운동, 교회재정건강성운동,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연합예배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입사한 지 7년이 되었는데, 처음 4년 동안은 재정과 회원관리를 담당했어요. 2017년 하반기부터는 사무처 팀장이 되어 이사회와 전국 기윤실 등의 조직 업무, 신설된 청년운동본부의 사업도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윤실이 청년운동을 하는지는 몰랐습니다. 
교회나 윤리 관련해서는 기윤실을 떠올리지만, 청년운동 하면 낯설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기윤실 창립 당시 청년이었던 위원들은 33년이 지나 이제 50대 이상의 중년이 되었어요. 회원들도 현재 50대 이상이 많고, 그사이 새로운 청년 유입이 별로 없었고요. 그래서 청년들을 유입시키자 해서 청년운동본부를 만들었고,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사람과 콘텐츠를 모으는 중이에요.(웃음) 

복상도 청년 독자를 찾는 중이에요.(웃음)
복음과상황도 지난 10월호에서 ‘90년생이 (안) 온다’를 기획하셨죠. 선교단체나 교회나 청년이 없다고들 하고, 실제로 없기도 해요.

기윤실의 청년운동본부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본부가 총 다섯 개인데, 각각 자발적 불편, 교회, 사회, 바른 가치, 청년운동입니다. 처음에는 청년운동본부 사업을 혼자 기획하고 진행하다가, 2018년 말에 집행위원과 활동가들의 추천으로 20-30대 청년 10명을 모아서 청년위원회를 꾸렸어요. 매달 정기적으로 모여 같이 청년에 관해 공부하고 사업을 논의하고 있어요. 청년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자, 청년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의 일상을 지원하자는 것이 청년운동본부의 모토입니다.
 

   
▲ 김현아 팀장 ⓒ복음과상황 정민호

2020년에 진행할 청년 사업 중에 소개하시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자체휴강프로젝트’와 ‘교회청년프로젝트’입니다. 자체휴강프로젝트는 청년들이 멈춤과 성찰,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자신의 길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단기 갭이어(gap year)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청소년, 청년들은 수동적인 학창시절과 강요된 생애주기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고유한 색과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들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또 ‘교회청년 프로젝트’를 통해 교회 청년부나 선교단체의 전통적, 폐쇄적, 수직적 문화 때문에 상처와 갈등에 직면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하고, 청년교역자나 기성세대와의 온도 차가 어떤지도 살펴봐서, 그것을 토대로 콘퍼런스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기윤실이 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청년운동이 무엇일지 실험하면서 찾고 있어요. 

오늘 ‘2019 성서한국 3차 포럼’에 어떤 마음으로 오셨고,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지난 4월에 있었던 1차 포럼에서는 무대 위에 여성, 청년, 비목회자가 안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8월 2차 포럼에서는 여성과 청년이 발제를 했죠. 저도 그중 한 명이었고요. 3차 포럼에서 이에 대한 응답과 변화를 좀 더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쉬워요. 지난 포럼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여성과 청년들의 요청과 질문을 얼마나 고민해보시고 대답을 준비하셨는지, 질문을 다시 드리고 싶어요. 반면, 오수경 〈청어람M〉 편집장님(현 청어람ARMC 대표) 발제에 공감을 했어요. 제가 2차 포럼에서 제기한 문제들과 겹치는 것도 많았고요. 

‘지금 복음주의권은 40-50대 남성 목회자들이 리더십을 잡고 있다, 이를 전환해야 한다’는 논지의 발제였는데요. 
실제로 연대 단체 행사나 회의에 가보면 40대 이상 남성이 다수이니까요. 아무래도 나와 친하거나 일을 계속해온 사람과 일을 하는 게 편할 때가 있어요. 실무자 입장으로서 공감을 하고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사업 기획의 관점과 실무 방식에서 새로움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공정한 절차와 열린 논의가 생략되고 해오던 방식과 편한 방식을 선택하면, 그건 해오던 사람, 기존의 구성원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이에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논의와 절차를 거치고, 새로운 구성원을 유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해요. 특히 청년과 여성에게 기회를 더 내주어 활동의 경험과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기윤실에 다른 여성 활동가가 또 있나요? 
활동가 중에는 저 혼자고, 11명의 집행위원을 포함하더라도 두 명뿐입니다. 남녀 차이일 수 있고 개인 성향 차이일 수 있는데 대화 주제나 감수성, 관점이 여성들과 대화할 때와 다소 차이는 있죠. 감사하게도 저희 간사님들은 사려 깊고 공감능력도 뛰어난 분들이셔서 거의 불편함이 없지만, 아주 가끔은 혼자 여성인 것이 심심하고 아쉽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청년이나 여성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나 고민을 어른들과 남성들이 우선순위에서 미루지 않고 당장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통일, 정치, 노동, 대형교회와 목회자들의 이슈만큼이나 청년과 여성 이슈도 시급하고, 이 일을 다루는 활동가의 일상과 고민도 중요하잖아요. 또 하나, 어른들과 목회자들이 늘 마이크를 잡거나 상석에 앉는, 그 당연하고 사소한 습관들부터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무대 아래 보이지 않던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지는 기회가 올 수 있겠죠. 성서한국 집행위원 20여 명 중에 제가 유일한 여성이더라고요. 저는 청년 여성이고 사무를 주로 했던 활동가이지만 언제나 사업과 연대활동을 하고 싶었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3년 동안 계속해서 성서한국 집행위원을 하겠다고 고집한 것은 일종의 상징 때문이었어요. 연대활동은 늘 높은 연차/직급의 남성 현장 활동가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활동가의 일상과 고민’이라면요? 
사명감과 당위만으로는 활동을 오래 할 수 없어요. 활동가가 보다 만족스럽고 안전하게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해요. 근무환경의 열악함, 세대 갈등, 존중받지 못하는 문화 등, 활동 외의 문제로 낙심하고 고민하고 퇴사하는 주변의 이야기들을 마주할 때마다 많이 속상해요. 활동가 대회처럼 이렇게 모인 자리에서 대화하면서 잘 하고 있는 단체의 사례를 참고하고 모두가 나아지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런 공감대와 문화가 형성되어 활동가들의 건강권과 지속가능한 활동이 보장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 언론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접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정작 자신의 노동권은 지켜지지 않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환경 속에서 건강을 잃거나 소진되는 현실을 지적하더라고요. 
기윤실은 시간적인 처우가 좋은 편이에요. 탄력출퇴근제로 코어타임(10시-16시)과 주 40시간만 지키면 되고, 야근이나 공휴일 근무 후에는 대체휴무를 사용해요. 3년마다 안식월(유급휴가)도 있고요. 단체 재정 규모상 급여로는 보상이 어려우니 시간 활용에 있어서는 활동가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간사들과 대표님들이 타 단체 사례도 찾아보고 논의하면서 지금의 제도와 문화를 만들었어요. 활동가 건강권이나 근무환경이 특히 젊은 활동가들에겐 중요한 이슈잖아요. 기윤실은 채용공고문에 늘 급여 기본급을 명시하고 있어요. 저희 단체 활동가로 오실 분에게 삶에 직결되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윤실을 시작으로 몇몇 단체들이 공개하게 되면 서로 도전이 되어 상향평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른 단체들은 아직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활동가라는 직업군이 갖는 매력이 있다면요? 
기윤실에 입사했던 해에 성탄절 연합예배를 드리러 밀양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대형버스를 빌려서 40명 정도가 함께 갔죠. 주민분들이 머물던 비닐 천막에서 같이 예배를 드리고 기도회를 한 후에 주민 한 분이 상황을 나누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여기까지 와줘서 너무 고맙다. 여러분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밖에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 와준 것만으로도 우리는 버틸 힘이 생긴다.” 그때 현장을 찾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후 강정마을이나 세월호 천막을 방문했을 때도 주민분들, 피해자분들께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일반 직장을 다니면서도 현장을 방문할 수 있지만,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많잖아요. 그래서 현장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그분들께는 너무 송구하고 미약한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동참할 수 있고 격려를 주고받는 것이 오히려 활동가들에게 보람과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 ⓒ복음과상황 정민호

활동가로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기윤실 임원 중 한 분의 일화인데요. 그분이 ‘당신은 어떻게 기윤실, 개혁연대 같은 단체에서 그렇게 열심히 30년 이상 활동을 하느냐, 한국 사회나 교회 상황은 더 안 좋아지는데 지치거나 낙심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해요. ‘성과나 보상을 바라면 이 일을 오래 못한다. 나는 오늘 필요한 일을 하고, 오늘 눈에 보여주시는 사람들을 도우며 함께하는 거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겨버린다.’ 결과에 너무 연연하면 내가 바라는 것들이 안 되었을 때 좌절하고 실망하게 될 것 같아요. 물론 활동가는 변화를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신뢰에 기반을 둔 초연함도 필요하겠구나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다시 청년이자 여성 활동가로서 정중히, 그러나 분명하게 부탁드리고 싶어요. 저희의 고민과 요청에 응답해달라고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서로 일하는 방식, 삶의 우선순위,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받침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 여성주의 관점과 문제의식을 존중해달라고요. 주체로서의 청년과 여성의 참여, 세대 차이, 활동가의 개선된 처우. 모두 지루하게 반복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복음주의 사회선교 현장에 진입한 활동가들이 날마다 기회를 만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자기효능감을 지키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것을 개인의 역량으로 떠넘기거나 문제제기 단계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서둘러 단정하지 말고, 진지하고 실제적인 논의와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별 조직과 단체들이 연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진행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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