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자는 행복하다? 커버스토리 제목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는 마태복음 5장 9절(새번역) 말씀입니다. 공동번역으로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자는 행복하다”입니다. 이를 토대로 이번 호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평화’ ‘일하는 자’ ‘복’일 텐데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자’까지는 기획 단계에서 예상한 것이었는데, ‘복(행복)’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과연,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은 행복할까요? 지난 7월 제주평화순례 때 마주한 ‘피스메이커’들의 인터뷰로 9월호 지면을 가득 채웠으니 직접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만, ‘복이 있는/행복한’ 삶에 대해서는 물음을 던지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이렇게 복음의 기쁨을 남에게 나눌 기회가 무한정 주어지는 곳이 흔치 않다. … 예수님 말씀은 이곳에서 그날그날 복된 소리 그 자체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나처럼 기쁘게 듣는 사람, 가슴이 뛰는 소리로 듣는 사람들이 있다.”(평화운동가 정선녀 강정마을 공소회장) 강정마을을 에워싼 욕망과 절망의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복된 소리’가 독자들 마음에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복상 홈페이지에서 2009년부터 기록된 강정마을 관련 기사 약 70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기자 업무와 더불어 독자관리 업무도 병행했는데요. 구독신청이 들어오면 웃고, 해지신청이 들어오면 웁니다. 일희일비의 1년. 매달 구독기간이 만료된 독자들에게 재구독 여부를 묻는 단체문자를 보내놓고, 답장을 기다리며 마음 졸입니다.
‘중단’ ‘죄송합니다’ … ‘재구독합니다’ ‘중단’ ‘입금했어요’
일희일비의 연속. 따끔한 비평을 쏟아내고 해지하는 분도 있고, 첫 월급을 받았다며 스무 명의 정기구독료를 대납한 분도 있습니다. 일희일비의 시간, 충고와 격려의 30년이 쌓여 오늘의 복상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의 구독/해지/후원 사유를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게 됩니다.
위태롭게 평화를 일구는 이들, 기독 활동가들의 고민은 이보다 더 크겠지요. 영성가 헨리 나우웬은 《기도하라 저항하라》(성바오로)에서 “평화를 위한 저항은 용감하고 용기 있는 개인들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신앙 공동체의 노력”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용감한 사람일지라도 쉽게 지치고 낙담할 것이기에 공동체 없는 평화 운동은 “빠르게 욕망과 상처, 폭력과 파괴, 악과 죽음이라는 어둠의 세계로 함몰될 것”이라고 경고했지요.
복상의 독자관리 담당자로서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우리 독자들이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이들, 기독 활동가들을 지켜주는 신앙 공동체가 될 수 있다면!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