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국회 국민통합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국회도서관 DB에 등록된 1,801명 전문가 대상)에서 89%의 응답자가 ‘한국 사회의 분열이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갈등 원인으로는 정치적 원인이 63.1%, 경제적 원인이 30.9%였습니다. 개개인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한 사회에서 겉돌다가 분열과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이겠지요. 다름에 터하여 이편저편 삿대질하는 이들과 싸움을 부추기는 사람들… 안타까운 심정으로 정치 주제의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다가 멈추었습니다. 지금, 기독교인들이 싸움터 한복판에서 갈등의 불길을 타고 이름을 팔며 잇속을 챙기는 모습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우리만 잘하면 된다…, 교회만 잘하면 된다.’
이를 위해 공교회를 길목 삼아 교회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거룩하고 보편적인 교회로의 사명을 되새기며 오늘 우리 모습을 돌아보려는 목적입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되도록 실린 순서대로, 혹은 역순으로 읽기를 권합니다. 필자 네 분(김상덕·김옥란·박혜은·정미현)의 글은 공교회에 대한 각기 다른 접근이면서도, 묘하게 얽혀 공교회를 찾아가는 경로에서 만납니다. 여기에 읽는 이의 신앙 여정이 겹치고 덧대어질 때 공교회의 모습은 더 선명해지겠지요. 교회를 주제로 다루었던 지난 글들을 공교회 관점에서 다시 꿰어보는 것(비하인드 커버스토리)도 흥미롭겠습니다.
월간지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지만, 다달이 나오는 잡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그 달에 되새겨야 할 기억을 기록해 전한다는 것입니다. 4월은 ‘세월호 아픔’을 빗겨갈 수 없는 달이지요. 매년 ‘부활의 기쁨’과 짝지어지는 그 아픔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한국교회를 봅니다. 그리스도를 머리 삼는 공교회의 부활절은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하여, 쿠데타 반대 시위 중인 미얀마의 희생자들, 죽임당한 성소수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지요. 공교회는 우리와는 매우 멀리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경로를 이탈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