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다시 찾아온 코로나 확산세가 무섭습니다. 정부가 ‘거리두기 4단계’를 발표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조금씩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것 같더니, 우리는 또다시 서로와 물리적으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환경의 변화는 우리 주변을 돌아보기 어렵게 만들죠. ‘이웃’에 대한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드는 시대,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재난일까요?

지난 5월 초, KBS에서 방영한 〈시사직격〉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 청년 고독사 보고서’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은 후, 그 누구하고도 연결되지 못한 채 버티다가 결국 목숨을 끊은 30대 청년의 사연이 나오고 있었죠. 화면 너머로 보이는 고인의 이야기에서 슬픔을 느끼다가 갑자기 아찔해졌습니다. 저 또한 원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기에 몇 가지 상황만 달라졌어도 삶의 절벽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싶어서였죠. 그리고 저는 저의 빈약해진 ‘연결망’을 돌아보며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은 사회문제들로부터 거리두기를 하고 지냈다는 인식이 머리를 쳤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 ‘고립과 불평등’을 둘러싼 우리 시대 빈곤 문제를 입체적으로 짚은 조문영 교수는, ‘한국사회 코로나 불평등의 위계’를 주제로 열린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포럼 자리에서 위계화한 사회 불평등 구조가 코로나 재난으로 더욱 심화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불평등 서사가 워낙 다채롭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삶의 모습들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기에 커버스토리를 통해 팬데믹 이후로 달라진 각자의 ‘연결망’을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아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 이들의 자리에 시선을 던지고(김민석), 달라진 의료 상황으로 더 깊어진 고립을 경험하는 이들을 진료하며 지역사회를 세우는 데 힘을 쏟아온 의사의 ‘연결’에 귀를 기울이고(홍종원), 함께 있기에 오히려 버겁고 외로운 돌봄노동을 감당하는 이들을 돌아보는 글(도화영)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비대면 사회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배달노동자들 이야기(사람과 상황)를 비롯해, 커버스토리와 잇닿아 새롭게 읽히는 글도 적지 않습니다. 모쪼록 다채로운 연결을 통해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지길 바랍니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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