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호 사람과 상황] 배달노동자 노조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

ⓒ복음과상황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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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주문앱에서 가게와 메뉴를 고르면 가게와 라이더(배달노동자)에게 요청사항을 남길 수 있는 화면이 나온다. 빈칸에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입력되는 매크로가 있다. ‘조심히 안전하게 와주세요 :)’ 착하게 써넣은(자동 입력되는) 친절한 요청사항 때문일까. 주문한 음식은 도착 예정 시간 안에 무사히 배달된다. 과연 라이더는 조심히 안전한 방법으로 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배달 산업’이 ‘플랫폼 산업’으로 성장하며 이륜차 배달노동자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이륜차로 인한 사망자는 매해 급증하는 상황이다.1) 코로나19 이후 주문대행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배달 주문량도 늘어나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배달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는 배달 속도 경쟁으로 이어져 라이더들이 시간당 더 많은 배달을 감당하게 되는 위험에 노출됐다.

구교현(44)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라이더가 한 명의 직업인으로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일하기를 꿈꾼다. 그는 20대 때부터 택배기사, 동대문시장 화물 배달, 패스트푸드점 배달노동 등으로 생계를 꾸리며 사회운동을 해왔고, 지금은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중에는 노조 조직을 꾸리고, 회의, 기자회견, 강의를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라이더로 일한다.

그는 “사람들이 음식 배달을 주문할 때, 도로 위에서 라이더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생각해주셔야 한다”고 말한다. 배달노동 경험이 없으면 라이더들이 처한 상황과 고충을 알기 어렵다. 도대체 라이더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플랫폼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6월 24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나 라이더들이 어떤 일을 하고 겪는지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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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현재, 라이더는 어떻게 일하나

- 라이더가 되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특별히 자격이랄 게 없어요. 면허가 있고 오토바이를 탈 수 있으면 일을 할 수 있고, 그게 아니면 자전거나 도보로도 가능하죠. 요즘은 전동킥보드로 배달하기도 하는데. 남녀노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보통 라이더들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일을 하나요?

전업 라이더는 적게 하는 날에는 6-8시간, 많이 하는 날은 12-14시간까지도 합니다.

- 하루 평균 몇 건을 배달하는 거죠?

하루 30-40건을 하면 평균인 것 같고, 40-50개 하면 많이 한 편이죠. 40-50건을 하려면 정말 넓은 지역을 다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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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정민호 

- 라이더들의 한 달 수입은 어떻게 됩니까.

요새 배달 산업 자체가 커지다 보니까 라이더들도 수입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태조사를 해보면 월수입은 300-400만 원(보험료 제외, 세전)이에요. 전체적으로 쿠팡이츠 같은 경우는 기본 배달료가 2,500원(변동 가능성 있음)입니다. 2,500원이라고 했을 때 1시간에 4건 이상을 해야 최저임금을 넘길 수 있죠. 1시간에 4건 이상을 하려면 정말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합니다. 교통신호를 지키면서 4건을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에요.2)

수익인증 게시판이라는 곳이 있어요. 작년 8월 거기에 올라온 내용 중에 하루 수입 50여 만 원을 번다는 분이 있었어요. 그분이 수익 인증을 올리자 다들 난리가 났었죠. 그건 프로모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 프로모션이라는 게 뭔가요?

일종의 보너스죠. 가끔 배달대행 플랫폼에서 프로모션을 띄워요. 예를 들면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이럴 때는 앱 화면에 ‘우천 할증 프로모션’이 뜹니다. 위험수당을 더 주고 라이더들이 일을 하게 만들죠.

- 악천후에도 프로모션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라이더들이 있겠네요.

맞아요. 정말 배달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배달을 강행하는 건 라이더들을 위험에 내모는 일이죠. 그래서 라이더유니온은 매일 바뀌는 프로모션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해당 회사는 프로모션을 없애버렸죠.

-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책임은 누가 지나요?

일단 산재 보상이 가능하니까 산재 처리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라이더와 플랫폼의 계약에는 기가 막힌 내용이 숨어있습니다. ‘사고 나면 다 라이더 책임이고 어떤 민형사상 책임도 회사에 물을 수 없다’ ‘배송사업자가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배송사업자의 책임과 비용으로 해결하여야 하며 회사는 이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 ‘청소년에게 주류를 배달했을 시 모두 라이더 책임이고 회사를 면책할 의무가 있다’ 등. 라이더유니온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논의해서 계약서 조항 중 일부가 수정되었는데 ‘사고 시 회사 책임이 있다면 그 부분은 회사가 부담하겠다’ 정도로 바뀌었죠. 이렇게 배달 플랫폼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플랫폼 노동의 특성 때문입니다.

근무시간, 장소, 업무 내용이 정해져 있고 지휘·감독을 받는 사람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데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모두 근로자가 아니죠. 배달대행앱을 통해 일하는 라이더들은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관계상 근로자가 아닙니다. 일시적인 업무 위탁 계약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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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정민호 

- 그동안 라이더들 근무환경은 어떻게 변해왔나요?

노동환경이 크게 변했다고 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음식점 배달원으로 고용되는 시절이 있었죠. 2000년대 초에 배달대행업체가 생겼어요. 그러니까 음식점들이 각각 고용하는 게 아니라 배달대행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 생겨난 거죠. 당시까지만 해도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원에게 전화가 가거나 무전기로 일감이 주어지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2011년 배달의민족 앱이 등장했죠. 시장 규모가 커졌고요. 배달대행업체들이 이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주문 플랫폼에 대응하는 배달 플랫폼도 생겨났어요. 배달 산업 전체가 하나의 플랫폼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전화로 소통하는 방식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모든 걸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배차하죠. 기술이 상당히 진화했고, 그러면서 노동환경도 많이 변했어요. 음식점에 고용된 상태에서는 근로자라고 볼 수 있었죠. 지금은 앱을 키고 배달할 때만 플랫폼이나 대행사와 계약된 관계일 뿐이고, 배달이 종료되고 앱을 끄면 이 계약이 종료되는 관계가 되었죠.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고용이 가능하게 된 거예요. 라이더는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불립니다.

- 새로 배달할 때마다 배달 수수료도 달라지나요?

사실 라이더들은 배달 수수료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모릅니다. 이건 회사밖에 몰라요. 배달료가 실시간으로 변동되는데, 왜 계속 달라지는지,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어요.

- 라이더마다 배달 수수료가 다른가요?

네. 천차만별이죠. 지역·시간대·요일 등에 따라 엄청 높거나 낮기도 하고요. 배민·요기요·쿠팡이츠 같은 대행 플랫폼에서는 AI 알고리즘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콜이 잡혀요. 2000년대 초반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된 배달대행업체들은 관리자들이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그나마 변동성이 낮죠. 하지만 플랫폼은 배달료와 근무조건을 자기들 마음대로, 수시로 변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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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정민호 

#플랫폼, AI 알고리즘이 배차하는 시스템

- AI 알고리즘의 횡포를 고발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배달 거리를 직선거리로 계산하고, 도착 시간도 빅데이터로 최단 시간을 요구한다는데….

그래서 라이더유니온이 그 대단하다는 ‘AI’를 직접 검증해봤어요. 배민 AI가 설정한 직선거리 4.3km인 곳으로 15분 안에 가라는 배달을 수락했더니 실제 거리는 8.4km가 나오고 배달 시간은 24분이 걸렸어요. AI 알고리즘은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배차를 진행하지만, 서울 중구에서 운행 중이었던 라이더는 산을 넘는 등 실거리 차이가 발생해 그만큼 시간 및 비용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죠. 라이더들에게 시간을 1분 1초라도 타이트하게 줘서 더 빠른 배달을 유도하려는 것 같아요.

- AI가 제시하는 픽업 완료 시간과 도착 예정 시간을 보면 마음이 급해지겠어요.

시간 압박은 라이더가 무리한 과속 운전, 위험한 운행을 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일감 배정의 기준 여부예요. 알고리즘 인풋에 어떤 값을 넣고 넣지 않는지가 중요한데, 저희는 이런 요소들이 당연히 포함될 거라 예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몇 분 내에 완료하지 못하고 늦을수록 어떤 페널티가 있는지가 관건이죠. 회사들은 부정하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배달 건 하나를 두고 근처에 있는 열 명의 라이더 중 한 명에게 일을 준다고 했을 때 배달 완료 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라이더에게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라이더들이 자연스럽게 이런 의구심을 갖게 되어 항상 픽업 완료 시간을 신경 쓰면서 초과하지 않기 위해 애쓰죠.

- 일감을 주는 방식, 기준을 알 수 없는 게 문제네요.

네. 여러 의구심이 생기죠. ‘내가 평가를 잘못 받아서 좋은 콜이 안 들어오는 건가’ 싶어요. 고객들 평도 마찬가지예요. 쿠팡이츠의 경우 고객이  라이더를 평가하는 지표로 ‘따봉’과 ‘역따봉’이 있어요. ‘역따봉’은 음식이 흘렀다든지, 배달이 늦었을 때 고객이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회사에서는 그런 평가가 라이더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알 수가 없죠. 이 모든 게 다 베일에 싸여있어서, 이런 것들이 라이더들끼리의 경쟁을 부추기는 면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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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정민호 

#라이더를 존중하지 않는 소비자들

- 플랫폼 AI는 라이더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갑질을 일삼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라이더에게 저지르는 갑질도 있나요.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어떤 건물엔 아예 안내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배달하는 사람은 화물 엘리베이터만 써야 한다고요. 그러면 라이더는 자연스럽게 ‘아, 내가 화물 취급되고 있구나’ 인식하게 되죠. 화물 엘리베이터는 곰팡이가 피어있는 곳도 있고,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 없죠. 주민들 눈에 띄지 않게 다니라고 요구한 아파트도 있었어요. 배달은 좋지만, 배달노동자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이죠. 우리가 문명화라 부르는 모든 과정은 끔찍한 걸 보이지 않게 감춰버리는 은폐와 격리가 특징이라 했는데, 도시화도 그와 같죠. 배달노동자는 보기 싫은 존재이자 은폐와 격리의 대상이 된 거죠. 입구에서 라이더들에게 각서를 요구하는 곳도 봤어요. 라이더들 모두를 문제가 있다는 시선으로 보며 경고하는 거잖아요. 그런 요구를 받으면 ‘내가 그렇게 문제 있는 사람처럼 보이나?’ 하는 마음이 당연히 들지 않겠어요? 이런 일들은 라이더유니온이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어요.

라이더 인권 관련 기사를 보면 많은 분이 “라이더들이나 똑바로 해라”식으로 댓글을 남겨요. 우리들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다른 시민들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당연한 얘기죠. 그래서 ‘최소한 우리 조합원부터는 교통안전 수칙 준수하자’ ‘무사고 라이더에게 포상금을 주자’와 같은 캠페인도 합니다.

만약 일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라이더가 있다면 당연히 잘못된 거죠. 그런 분들은 배달 일을 계속할 수 없게 해야 하고요. 회사 입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이 일을 하는지 잘 모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교육이나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라이더들의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하고 속도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와 환경에 소비자들은 책임이 없을까요.

소비자들도 문화적으로 빠른 배달에 익숙해져 있죠. 주문하고 시간이 지나면 ‘왜 안오나’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주셔야 한다고 말하긴 하는데, 바뀌는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라이더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는 데 도움 주는 노동자들이 많잖아요. 각자가 사는 것도 바쁘니까 그런 분들을 의식하지 않고 살지만,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분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그분들의 노동을 편리하게 쓰고 있는 거니까 ‘합당한 보상과 비용을 지불하는지’ ‘과도한 요구가 없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라이더 일을 하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주상복합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은 입구 찾기도 어렵고, 승강기를 타고 가려면 전용 카드가 필요하거나, 잘못 들어가면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주문할 때 고객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미리 알려주시는 게 좋아요. 그 외 주소를 잘못 알려주셨을 때나, 음식 관련한 항의로 난감했던 적이 있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필요한 이유

- 라이더유니온 활동을 시작하신 계기가 있나요?

저와 같이 40대 정도 되는 사람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만한 일은 배달 외에는 찾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찾아봤죠. 라이더들이 일하는 걸 보니까 여러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제 주변에도 라이더들이 꽤 있어서 더 중요한 문제로 느껴졌어요. 처음엔 노동조합을 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라이더들끼리 모임 정도 해볼까 싶었죠.

- 결국 노동조합을 만드셨어요.

처음 시작한 건 2018년 8월이에요. 박정훈 위원장이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면서 당시 사상 최악의 폭염 사태에서 폭염수당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했고, 그때 저도 같이했거든요.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잘 보이지 않던 배달 라이더들 문제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2019년 5월 1일에 정식으로 출범했죠.

- 라이더유니온이 라이더들의 노동조합으로는 최초인 거죠?

전에 퀵서비스 하시는 분들이 참여하는 조합은 있었는데,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 중심의 노동조합은 처음이죠.

- 라이더들에게 라이더유니온은 어떤 곳인가요.

사실 라이더가 외로운 직업이에요. 일하다 보면 종일 한마디도 안 할 때도 있죠. 가게 가서 “안녕하세요” “음식 가지러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정도랄까요. 물건 전달도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 앞에 놔두기만 하고 오잖아요. 그러다가 라이더끼리 몇 마디 나눠보면 얘기가 되게 길어지기도 해요. 쌓인 게 많아서 그런 거죠. 라이더들이 서로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죠.

서울 마포구 라이더유니온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회의하고 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기업은 정보와 자본 등 모든 걸 독점하는 상황인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개별화되어 있어요. 플랫폼과 라이더의 관계가 지금처럼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는 뭐든 기업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배민 같은 경우에는 알고리즘만 살짝 바꿔도 전국 수십만 명의 라이더가 그 질서에 맞춰서 일하게 되죠. 이 사람들이 근로자였다면 취업규칙이라는 문서로 체계가 만들어지고, 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알고리즘은 그렇지 않아요. 가장 극단적인 불공정이 일어나는 현장인 거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부당한 일들이 벌어져요. 기준이 뭔지도,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항의할 곳이나 항의할 방법도 없어집니다. 그럴 때 필요한 수단이 노동조합입니다.

- 라이더유니온은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요.

조합원은 700명 정도 있어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죠. 하지만 라이더들 대다수는 라이더유니온의 존재조차 모르시더라고요. 자기 일하는 것이 워낙 바빠서 다른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한편으로는 노조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찾지 않는 분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 라이더유니온은 어떤 활동을 하나요?

오토바이 수리비 지원을 비롯해 배달노동자를 위한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실 지금까지 라이더들이 의미 있는 수준의 단체행동을 해온 사례는 없어요. 저희도 조직 규모가 크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죠. 예를 들어 파업한다고 했을 때, 쿠팡이츠만 해도 라이더 등록자가 20만 명이 넘는데, 20만 명이면 최소한 2만 명 정도가 동참해야 타격이 있겠죠. 겨우 천 명도 되지 않는 파업으로는 플랫폼에 영향을 주기 어려워요. 하지만 배민·쿠팡 같은 회사들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저희는 문제가 발생하면 폭로하고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소비자가 배달주문앱을 불매하는 행동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얼마 전 소비자들은 쿠팡을 상대로도 불매운동을 했잖아요.

쿠팡이 장악한 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불매운동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그 플랫폼에 입점하는 상점주들, 자영업자들이 단체로 물건을 올리지 않거나 판매하지 않으면 영향이 클 것 같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도 다른 방식으로 물건을 구매할 테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매운동이 일어나도 플랫폼 본사에서 쿠폰을 뿌리면 상황이 달라지곤 해요. 갈수록 소비자들도 기업을 상대로 의견을 표현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비자와 라이더들의 행동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에요. 얼마 전 쿠팡 라이더들의 로그아웃 시위가 있었고 쿠팡 측에서 추가 보너스를 뿌렸던 일이 있었어요. 그때 쿠팡의 전략으로 시위의 힘이 빠졌다는 보도들이 나왔죠. 보너스 덕에 쿠팡 라이더들이 일을 하게 되어서 배달 대란은 없었다는 말이었는데요. 저는 시위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쿠팡이 자신들의 정책 실패로 결국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죠. 앞으로 쿠팡은 라이더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어요. 배달 대란이 일어나면 쿠팡은 또 추가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고 그건 그대로 본사의 부담이 되겠죠. 라이더들은 점점 집단을 형성해갈 거예요. 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도 그들을 대항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 라이더유니온은 후원도 받나요?

후원해주시면 엄청나게 감사한 일이죠. 올해로 출범 2년째인 라이더유니온은 처음엔 한 50명만이라도 모이면 대성공이라 생각했는데, 벌써 조합원이 700명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위험을 견디며, 차별을 견디며 일해 온 배달노동자들이 노조가 필요했다며 속속 함께하고 있습니다. 조직은 점점 안정화되는 데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저를 비롯한 상근활동가들이 주말에 알바하고 행사하러 다니며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운영하기는 어렵기도 하고요. 후원 프로젝트도 열면서 방법을 찾고 있어요.

- 지금 당장 라이더들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교육, 보험, 안전입니다. 교육은 안전교육이죠. 작년부터 법이 바뀌어서 라이더들은 두 시간 교육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보험은 산재보험과 영업용 오토바이 보험이 있는데요. 영업용 오토바이 보험도 많은 분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라이더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각주

1) 서울시가 ‘2020년 교통사고 집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서울 이륜차로 인한 사망자는 39명으로 전 체 사망자(304명) 중 13%다. 2019년(250명)에는 20%(사망자 49명)를 기록했으며, 2020년(219명)에는 23%(50 명)로 집계되었다. 주목할 점은 2020년이 서울시가 1970년 교통사고 집계를 시작한 이후로 최저치인 219명을 기 록한 해라는 사실이다. 다른 교통사고는 줄었는데 이륜차로 인한 사망사고는 늘어난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해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이륜차 배달이 늘어난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 라이더유니온은 6월 9일을 ‘신호데이’로 지정하고,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배달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교통법규를 완벽히 지켜 배달할 경우 배달 한 건당 약 30분이 소요되었다. 한 시간에 두 건이 최선인 셈이다.


진행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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