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오늘날 한국교회에는 돌봄이 없다. 가르침만 남았다.”

이번 커버스토리 주제가 ‘돌봄’이라고 말하자, 기독교 신앙을 가진 지인이 반색하며 제게 건넨 말입니다. 돌봄이 사라져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교회라면서요.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따랐던 이유는 그가 서기관이나 바리새인처럼 가르침(메시지 전달)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돌보고 병든 자를 치료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오늘날 많은 교회는 메시지 전달에만 머무르고, 교인들도 교회에 가서 설교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신랄한 비판이라 무척이나 가슴이 찔렸습니다. 

물론, 우리가 누군가를 돌보기 어려운 이유가 신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개인의 인격이나 가치에 호소할 문제라 하기에도 어렵습니다. 내 한 몸, 우리 가족도 ‘먹고살기가 힘든’, 각자도생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갖는 기본적 필요와 욕구를 채워줄 공공의 복지는 부족한 현실이지요. 경제적 수준과 장애 유무 등을 촘촘히 따져 소수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더라도 사각지대가 발생합니다. 기본소득이 화두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겠지요.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일이 절실합니다. 각자도생하는 삶에 익숙해진다면 우리는 점점 사각지대로, 낭떠러지로 내몰리게 되겠지요.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서로를 돌봐야 할 때인데요.

이번 호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감당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전통적으로 ‘관계’에 주목해온 기독교 영성 차원에서 돌봄의 ‘본질’을 돌아보거나(김효경), 사회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영유아 복지, 돌봄 노동자의 처우 문제, 의료 복지, 마을 공동체 차원에서 짚어보았습니다.(사람과 상황_임명연, 커버스토리_김호세아, 유한밀, 박상호

잡지를 만드는 저희도 독자 공동체에 잇대어 있기에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감사의 마음 가득 담아, 멀리서 독자 여러분들, 여러분을 돌보는 관계들, 여러분이 돌보는 관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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