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2021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이번 12월호 출간과 동시에 〈복음과상황〉은 30년 한 세대를 꽉 채우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준비한 이번 특별호에서는 ‘텍스트’와 ‘세계’를 잇는 사람들을 조명했습니다. 텍스트를 읽고 쓰며 귀히 여기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주고받는 글의 힘을 가늠해 보았습니다. 매달 복상을 받아 읽는 독자님들과 텍스트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역사학자, 출판 편집자, 웹툰 작가, 독서가 등 텍스트를 공들여 다루는 이들이 어떻게 텍스트와 세계를 잇고 있는지 주목하여 읽으면 좋겠습니다. 또 인터뷰이 중 꽤 많은 분이 매일매일 성경을 읽고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덕분에 성경을 단순한 글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들의 텍스트(성경) 읽기가 우리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오묘하고 놀라운 세계를 다 담아내는 텍스트는 없습니다. 인물이나 사건을 오롯이 드러내지도 못하지요. 복상의 초대 공동발행인이었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한국 기독교 역사 기록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날들을 회상하며 “자료수집한 경험을 글로 쓰자면 끝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무리 길게 적어도 그 진 빠지는 노고의 나날들을 다 표현하진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줄의 텍스트 덕분에 그 바깥의 세상을, 여백의 영역을 짐작합니다. 움켜쥔 한 줌 텍스트를 재료와 디딤돌 삼아 더 큰 세계에 닿고 진실의 언저리에 다가갑니다. 커버스토리에 담은 여덟 명 이야기(텍스트)의 행간에서 그 힘과 가능성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매달 한 줌의 텍스트로 다가간 복상이 독자님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던 차에, 30주년 특별호를 구실로 찾아가 물었습니다. 창간호부터 구독한 독자부터 창간 후에 태어난 독자까지, 50년 터울이 ‘복상’이라는 텍스트로 메워지는 광경은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한 줌의 텍스트를 귀하게 여긴 독자 공동체 덕분에 복상이 만 서른 살에 이르렀습니다. 축하와 감사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아쉬움을 올컬러 특별호로 달래봅니다. 감사 인사는 평균 33세의 젊은 실무진을 놀라게 한 파격적인(?) ‘발행인의 글’(2쪽)로 대신합니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