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호 발행인의 글]

내 나이 스물여덟에 스쳐 지나듯 너를 만났다. 이제 너는 서른을 맞았고, 어느덧 나는 예순을 바라본다. 또렷한 의식으로 나를 일깨우던 너는 나이가 더할수록 점점 더 내 곁에 가까이 왔지 만, 나는 종종 너를 외면하기도 했다. 살아가기에도 바쁘고 빡빡한데 자꾸만 내 의식을 두드려 깨우는 너를 조금은 멀리 두고 싶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 내 앞에 펼쳐지는 녹록하지 않은 사회 현실을 보며 슬그머니 너의 손을 다시 잡았지. 그때부터 오늘까지 그 손 놓지 않고 너에게 붙들려 있는 나를 본다. 고마워, 친구야. 내 젊은 시절 가정에 대한 혼란과 불만이 가득할 때 너는 내 곁에 친구로 묵묵히 있어주었다. 강요하지 않으면서 늘 내 삶 가까이에서 묵묵히 너의 삶을 살아주었지. 그런 너에게 참 고맙다.

너를 볼 때면, 널 아끼고 사랑한 이들로 인해 감사하게 된다. 너의 운명이 꺼져갈 때에도 많은 이들이 너를 소생시키려 품에 안고 뛰어다녔다. 뒤늦게야 알았지만, 그들이 하루하루 위태로이 너를 연명하게 했다더구나. 내가 아는 어떤 선배는 이런 말을 했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고. 너를 아끼고 아끼는 선배들의 눈물 어린 수고가 없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네 존재는 지워지고 없었을지도 모른다. 너의 서른 살 기념일은 결코 기념할 수 없었을 테지. 그러하기에 혼신을 다해 너를 사랑한 분들에게 가슴에서 우러나는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다. 부족한 자기 밥 한 숟가락 푹 떠서 이웃의 빈 밥그릇에 옮겨주는 그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렇게 사랑의 수고와 눈물을 먹고 성장해온 너로 인하여 또한 감사한다. 온몸으로 세상에 생명의 진리와 참된 풍요를 알려주고 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세상과 시대의 변화에도 변함없이 꿋꿋이 생명의 삶,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풍성하게 나누는 네가 자랑스럽고 고맙다. 너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세대도, 계속 존재하게 하는 이들도 모두 때를 따라 지나간다. 그리하여 너는 계속 새로운 이들을 만나 함께하고 새로운 환경을 견디며 새 일을 해오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정말 고맙고 고맙다. 네게서 나오는 말, 네가 외치는 소리가 사람을 깨우고, 살리고, 세워왔으니 거듭 고맙고 고맙구나.

친구야, 내 나이 서른 즈음 처음 너를 만나 이제 서른이 된 너를 축하할 수 있어 정말 감격스럽다. 일에 파묻혀 지내며 생존을 위해 내달리는 내게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말을 걸어주고 시야를 넓혀주는 네가 있어 참 다행이다. 바쁜 일상에 눌려 막혀가는 숨을 틔워주고 세상 도처의 삶과 생명에 눈을 열게 해주어 고맙다. 좁은 시야와 굳은 편견에 밀려난 이웃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전해주어 고맙다. 그렇게 우리를 새로운 이웃의 삶, 세상으로 연결해주는 너를 30년 뒤에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발행인 김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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