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호 수도회, 길을 묻다]
16세기 종교개혁은 가톨릭교회라는 하나의 그리스도교 공화국을 유지하던 유럽이 분열되는 사건이었다. 교황제나 화체설의 부정과 같은 신학적 차이 이외에도, 사제 결혼 허용이나 가톨릭교회에서 금지하던 이혼이 제도화되는 등 프로테스탄트 지역에서는 큰 변화들이 생겨났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수도주의 삶에 대한 부정과 수도원 해산이다. 독일과 잉글랜드를 비롯한 프로테스탄트 지역에서 수도원은 그리스도교 가치를 담보하는 공간으로서 지위를 영구히 상실했다. 중세 말 수도원의 과도한 부 축적과 수도원이 낳은 부정적인 기능에 대한 공격은 그리스도교 역사 내내 이어진 수도회의 명맥을 끊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수도회는 종교개혁의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수도회에 대한 평가와 수도원의 존재 유무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구별 짓는 또 하나의 명확한 지표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