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이사장 인사]

평안하신지요. 오랜만입니다. 2011년 복음과상황 편집장에서 물러난 지, 12년 만인가요. 독자 여러분께, 신임 이사장으로 문안드립니다. 뜬금없는 얼굴이어서 놀라지는 않으셨는지요. 제가 나설 자리에 나선 것인지, 아직도 머뭇거리는 마음이어서 자백인지 자뻑일지 모를 생각들이 앞섭니다.

이광하 이사장. ⓒ복음과상황 정민호 
이광하 이사장. ⓒ복음과상황 정민호 

잠시 달콤한 유혹에 평상심을 잃었던 걸까요. 전임자들에 비하면 자격 없음, 경륜 없음, 능력 없음, ‘N무’인 사람이 어쩌다 이사장이라니요. 복음과상황을 편집하던 실무자가 이사장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말에 귀가 솔깃했던 것인지, “(제가 아니라) 일산은혜교회가 이사장직을 맡아주시라”는 간곡한 요청에 흔들렸던 것인지, ‘오죽하면’ 나를 부르셨을까 싶어 못 이긴 척 수락했던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미리 자백하건대, 제가 좋은 경영자일 수는 없습니다. 그냥 목사가 막간에 이사장직을 대행하는 것이니, 막간 대행 이사장으로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얼굴로 인사를 드릴까 생각하다가, 어릿광대처럼 나서기로 했습니다. 빨간 코에 하얗게 눈 화장을 하고 미소 짓는 피에로 말입니다. 헨리 나웬은 《로마의 어릿광대》라는 책에서 서커스 무대에서 공연하는 스타보다 어릿광대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말을 전합니다.

“어릿광대들은 사건의 중심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막간에 나타나 더듬거리며 말을 하고 자빠지기도 하면서 주인공의 공연을 감탄하면서 보느라 긴장된 우리에게 웃음을 제공해 준다. 어릿광대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균형을 잃고 있어 어딘가 어색하며 서투르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 편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경탄이 아니라 공감대를 가지고, 놀라움이 아니라 이해를 가지고, 긴장이 아니라 웃음을 가지고 대답한다.”

스타들 공연 사이에 등장해서 긴장을 풀어주는 어릿광대처럼, 눈물을 감추는 웃음으로 우리를 하나로 이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봅니다. 복음주의 4인방 어른 같은 이사장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맑은 눈으로 복음과상황을 읽어온 독자 여러분과 이름 없이 복음과상황의 생존을 지켜온 우리 모두에게 영광을 돌리는 일은 해보고 싶습니다.

이제 복음과상황은 독자 여러분의 연민과 우정에 힘입어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들 이야기여서 좋습니다. 겨자씨 한 알이 자라 거대한 뿌리를 내리고, 보이지 않는 누룩이 전체에 스며들듯 복음과상황은 우리들의 세계관이 되고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두 손에 고마움을 담아 인사 올립니다.

2023년 2월 28일
이광하 이사장 올림

2월 5일 정기 이사회에서 이광하 이사장(일산은혜교회 담임)이 선출되고, 김병년 발행인의 연임이 결정되었습니다. 아울러 이은주, 이철빈 후원이사는 신임 이사로 의결되었습니다. 신임 이사진을 위해 기도 부탁드리며, 그동안 섬겨주신 황병구 전임 이사장께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