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400호를 한 호 앞두고서야 서둘러 역사를 돌아봐야지 마음먹습니다. 무심한 것이 아니라, 한 달 한 권을 내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고 핑계를 대봅니다. 33년째 그래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괜히 먼지 쌓인 과월호를 꺼냅니다. 처음 시작부터, 100호, 200호, 300호… 여기저기서 들은 복상의 비화를 떠올리면, 기록된 역사보다 그렇지 않은 역사가 더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 행간에는 차마 담지 못한 아픔과 상처도 있습니다.

이런 때가 되면 꼭 창간호로 손이 갑니다. 창간사의 비장함은 평균 나이 33.8세의 지금 실무진에게는 버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때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마음들이 현재의 동력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저기 높은 시내산에서, 여기 오름 직한 동산이 된 세월의 흐름도 느껴집니다.

1990년대 복상 안에서는 함께 목소리를 냈던 분들이 이번 로잔대회를 앞두고는 저마다의 시각과 머문 자리에 따라 상당히 분화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올해는 복상 창간의 근거 중 하나였던 로잔언약 50주년이기도 합니다. 제4차 로잔대회가 9월에 한국에서 열립니다.) 당시의 차이가 지금은 더 큰 차이로 벌어졌다는 사실이 역사의 진폭을 일깨웁니다.

한때는 ‘한 줌’이라 자조하고 조롱당한 우리지만 여전히 이 동네는 역동적입니다. (찻잔 속의 태풍?) 그 안에서 각을 세우면서도 아슬아슬 우정의 시효가 다하지 않은 덕분에 복상이 400호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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