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호 평화교회 한 걸음] (주)조율컬렉티브 김홍석 대표
조직을 어떻게 생명력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건강한 커뮤니케이션과 평화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 있다. (주)조율컬렉티브(이하 ‘조율’)다. 6월 4일, 조율 김홍석 대표를 만났다. 메노나이트 신자인 김 대표는 본지에 역사적 평화교회의 발자취를 살피는 글을 연재할 예정이다. 역사적 평화교회란, 기독교 사상으로서 ‘평화’를 말하고 실천하는 아나뱁티스트와 퀘이커 등을 지칭한다. 이날 인터뷰를 마친 후, 흥선대원군 사저이자 조선 후기 갈등과 권력 다툼의 역사가 서려있는 운현궁을 함께 둘러보았다.
- 다음 달부터 북미의 역사적 평화교회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십니다.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 역사 가운데 평화교회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지 살펴보려 해요.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큰 유익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저는 2009년 미국에 가서 평화신학과 갈등전환학을 공부하고 캐나다에서 협동조합을 경험한 후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사이 한국교회가 급격히 보수화된 것 같았어요. 이전에 저도 복음주의적 교회를 다녔지만, 그 안에 진보적 신앙이든 보수적 신앙이든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 안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메노나이트를 비롯해 퀘이커 단체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 있는 기독교 단체들에서 참고할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사회와 교회의 변화 과정을 한 세대 이상 길게 보고 기획부터 초석을 잘 놓아서요. 다음 세대가 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평화교회도 한국교회처럼 많은 갈등과 분열을 경험해왔고 지금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 북미 사례를 살피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어떤 점에서 유의미할까요?
약간의 ‘기독교 사대주의’가 아닐까 우려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평화를 주장하는 기독교 분파들은 퀘이커나 메노나이트 말고도 많았어요. 다수는 역사 속에서 사라졌지요. 역사적 평화교회가 뛰어나서 살아남았다는 말이 아니고요. 하나님이 그루터기처럼 남겨두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그루터기에서 대안적 평화운동들이 태어났고, 우리 사회가 병들지 않게 도와준 것 같았어요. 비폭력대화(NVC)가 대두되기 전부터 퀘이커와 메노나이트 교회에서 비폭력과 평화신학에 기반한 여러 운동이 시작됐어요. 또, 조직의 수평적 의사 결정을 위한 체제인 ‘소시오크라시’(Sociocracy)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데, 퀘이커분들이 처음 씨앗을 뿌린 거예요. 회복적 정의 운동도 메노나이트 교인들을 통해 많이 전파되고 있고요.
역사적 평화교회는 한국의 기독교 평화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왔죠. 퀘이커를 예로 들면, 함석헌 선생님이 1962년 미 국무성 초청으로 방미했을 때 미국친우회(AFSC) 활동을 인상 깊게 보시고 이후 펜들 힐(Pendle Hill) 공동체에 머무셨는데요. 제가 펜들 힐 도서관에 가보니 영어로 번역된 함석헌 전집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되어 있었어요. 퀘이커가 함석헌 선생님을 굉장히 높이 평가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퀘이커 활동도 여러 방면으로 지원했더라고요. 북미의 역사적 평화교회가 우리의 롤모델이라기보다, 이들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평화를 위해 준비했는지 살펴보고 인사이트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 연재 목차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교회의 의사 결정과 민주주의’였습니다.
교회뿐 아니라 거의 모든 비영리단체, 공익단체 대다수는 동의와 재청 과정을 거치죠. 이를 ‘로버트 룰’이라고 부르는데, 영국의회 의사 결정 방식을 축약한 모델이에요. 육군 출신 로버트 준장이 교회에서 믿음 좋은 사람들끼리 며칠 동안 싸우는 걸 보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면서도 질서 있는 의사 결정 방식을 찾기 위해 《로버트 회의진행법(Robert’s Rules of Order)》이라는 책을 썼어요. 한동안 소책자로 배포되었고, 거의 모든 단체에서 사용됐죠.
‘질서’에 방점이 찍힌 로버트 룰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형식적으로 진행하면 숙고하는 과정 없이 몇몇 소수 대의원이나 일선 사람들이 동의와 재청을 하고 표결까지 빠르게 통과시키는 폐해도 있고요. 최근 한국교회에서 쟁점이 되는 이슈들도 이러한 의사 결정 과정 자체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지 않나 싶어요. 그런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활용하거나 보완할 방법은 없는지 살펴봐야죠. 예를 들어 북미 메노나이트 교회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오랜 숙의 기간을 거치는 시스템이 있어요. 퀘이커는 다수결 투표 대신 합의를 추구하는 의사 결정 체계(sense of the meeting)를 갖고 있고요. 분권적이고 협력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필요한 오늘날, 좋은 참고가 되겠다고 생각하기에 연재에서 소개하려 해요.
- 미국의 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에서 평화신학과 갈등전환학을 공부하셨는데요.
한국에서 NGO 활동을 하다가 청년 시절 메노나이트에서 주관하는 IVEP(국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어요. 미국 메노나이트 교회 관련 봉사 프로그램에 1년간 참여하면서 메노나이트 교인이 되었죠. 난민분들을 돕는 일이 무척 보람 있더라고요. 성경에 보면 도망치는 다윗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제사장이 나오는데, 마치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았죠.
그 무렵 캐나다에서 메노나이트 교육선교사로 온 아내를 만났는데, 아내는 평화교육에 진심이어서 석사과정으로 미국의 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에 진학했어요. 저는 갈등 조정 센터(mediation center) 같은 곳에서 봉사를 많이 했는데, 지방법원의 인증 조정자(Certified Mediator) 자격까지 딸 수 있었죠. 윗집에는 메노나이트 신학교 교수님 부부가 사셨는데, 사모님이신 사라(Sara W. Shenk) 교수님은 나중에 미국 아나뱁티스트 메노나이트 성서신학대학원(AMBS) 총장이 되셨고, 저는 남편분이신 제럴드(Gerald Shenk) 교수님과 교회에서 일대일 성경 공부를 했어요. 이를 계기로 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에서 평화신학과 갈등전환학을 공부했고요. 갈등을 다루는 여러 국제 분야의 조직이 있지만, 저는 작은 그룹들이 잘 읽히고 그 역동성이 재밌더라고요.
- 조율을 세우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조율이 추구하는 조직 문화의 ‘혁신’이란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공익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보람도 느꼈지만 분명한 한계를 느끼기도 했어요. 뼈를 갈아서 활동하시는 선배 활동가가 많았고, 동료들이나 후배들은 내부적인 소통과 비전의 부재로 많이 좌절했죠. 많은 분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꿈을 꾸다가 조직적인 한계에 부딪혀 길이 끊어지는 모습을 봤고, 저도 몇 차례 위기를 겪었습니다. 조직 안에서 건강하게 소통하고 함께 나아가도록 돕기 위해 조율을 만들었습니다.
조직 문화의 혁신은 조직이 생산성을 넘어 생명력 있는 공동체가 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건강한 소통이고요.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도 일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 일터의 궁극적 형태라고 이야기했죠. 많은 사람이 어떤 결합체를 이루는 건 쉽지만, 이것이 유사 공동체를 지나 진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항상 위기를 겪잖아요. 이 갈등을 헤쳐 나온 곳들이 서로의 마음과 아픔도 알면서 진정한 공동체가 돼가는 것 같아요.
교회, 비영리단체는 물론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갈등 해결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죠. 유능한 리더도 갈등에 부딪히면 미숙하거나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저마다 암묵적으로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고 조직 공동의 합의된 프로세스가 없는데, 이럴 때는 외부 도움이 필요해요. 어떻게 협력적인 의사 결정을 하며 갈등을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갖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 도움을 드리는 게 조율이 실험하고 있는 일이죠.
- 갈등 해결을 위해 외부 개입이 필요한지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갈등은 단계적으로 증폭됩니다. 초기에는 내부적으로 소통하면 되는 단계가 있고, 그다음으로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협상해야 하는 단계가 있고, 갈등이 본격화되어 소통이 끊어지는 단계가 있어요. 내부 중재자가 있으면 연결해줄 수 있는데, 이게 끊어지고 두 사람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자기 그룹을 만드는 때가 있어요. 외부 사람들도 이 조직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요. 팀 스피릿이 깨지는 이때는 전문가가 필요한 단계인 거죠. 하지만 비용이나 에너지 면에서 많이 소모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 공유해주실 수 있는 갈등 해결 사례가 있나요?
어떤 중견 기업의 신입 팀장님이 찾아왔는데, 조직 내 소통 때문에 고민하는 케이스였어요. 조직의 필요로 후임이 팀장이 된 거예요. 선임이 팀장님한테 회사 메신저로만 업무 지시를 해달라 하고 식사도 따로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 과정을 석 달 정도 겪으니까 팀장님이 퇴사를 고민하게 되었죠. 갈등이 힘든 게, ‘내가 리더십이 없어서 그런가’ 스스로를 탓하게 되다가도, 그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팀장으로서 영향력을 쓰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거든요.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약간의 제스처를 해보시라 제안했는데, ‘내가 피해자인데 왜 그래야 하느냐’며 일주일간 고민하시더라고요. 우리는 보통 그동안의 생각이나 패턴과 결이 다르거나 빠른 변화는 밀어내게 되잖아요. 그러다 다시 연락이 왔어요. 팀장님이 커피를 그분 책상에 놓았는데, 일상적인 대화가 되더라는 거예요. 아마 상대방도 이 팀장님이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의 인사 조치에 모멸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 화풀이 대상이 회사가 아닌 팀장님이 된 것 같았어요. 수치심이나 분노를 다스리고 적절히 표출하는 것을 한국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요.
- 갈등 해결 외에도 협력적 의사 결정, 갈등 조정, 회복탄력성에 관한 코칭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계신데요.
초기엔 조직의 갈등 해결에 집중해 사회복지 기관과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많이 찾아주셨어요. 지금은 지자체와 공무원 연수원, 비영리기관 이사회, 중소기업 등 다양한 고객이 찾아주고 계십니다. 갈등의 전 단계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해야 하는지,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가벼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개인이 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잖아요. 저희가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이스턴 메노나이트 대학이 운영하는 ‘스타’(STAR)인데요. 미국의 9·11 이후 사회적 트라우마 상황 속에서 어떻게 공동체가 함께할 수 있는지 의뢰받아 개발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에요.
조율은 재작년 자활연수원 의뢰를 받아 광역 및 지역 자활 조직을 위한 갈등 해결 강의를 전국 단위로 진행했어요. 자활 조직은 IMF 이후 많이 생겨난 실업자분들이 일터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곳인데요. 자활 참여자분들이 팀을 이뤄 협동조합 형태로 창업을 많이 하시는데, 그 안에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만 사업과 일자리가 유지돼요. 자활센터 사회복지사 및 실무자분들의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죠. 번아웃을 겪은 분이 많으셔서 회복탄력성 워크숍을 참 좋아하셨어요.
- 홈페이지를 보니, 나주시 공동체 갈등조정가 양성과정을 진행하신 것도 눈에 띄더라고요.
나주시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조율 측에 의뢰해서 이를 심화까지 진행한 적이 있어요. 나주는 구도심과 신도심이 명확하게 나뉜 혁신도시의 특수성이 있는데요. 서울 한복판 삼성동에 있던 한국전력과 에너지 공기업 본사들이 혁신도시로 이사했잖아요. 신도심에 아파트를 많이 만들었는데, 눈에 보이는 거리에 열병합발전소가 준공된 거예요. 공기가 좋다고 해서 왔는데 ‘기피 시설’이 세워지고 연기가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갈등이 생겼어요. 학교도 서울 수준의 교육을 기대하는데, 나주에는 그 정도 인프라가 없고 지향점도 달라서 여러 갈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셈이었죠. 나주시 시의원을 비롯한 많은 공동체 리더가 열정적으로 참여하셨고, 참여자들은 이후 층간소음관리위원회와 동대표로 뽑히거나 학교 폭력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공동체의 갈등 해결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작게나마 역할을 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이외에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국제 평화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시는데요.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영어교실도 눈에 띄었습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은 캐나다 출신의 평화교육가인 권세리(Cheryl Weolk) 코치님이 담당하시는 영역입니다. 다양한 국제단체와 함께 평화교육을 진행하고 국내 전문가들에게 영어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제공하죠. 그중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영어교실이에요. 오랫동안 국제 개발과 평화활동가를 위한 영어 교육을 다양한 형태로 실험해 왔는데요. 이와 관련해 최근 좋은 멘토를 만났어요. 비폭력대화 프로세스 창안자로 유명한 마셜 로젠버그의 동역자이자, 한국NVC센터 설립자이신 캐서린 한 선생님인데요. 아주 오랫동안 한국에서 비폭력대화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고 싶으셨대요. 권세리 코치님을 초대해주셔서 함께 세미나를 기획해 월 1회 진행하고 있는데, 주로 한국에서 일하시는 외국인분들, NGO 활동가나 국제 활동을 하시는 분들, 한국NVC센터 강사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세요. 비용도 1만 5천 원부터 5만 원까지 형편대로 낼 수 있고요.
저는 이 프로그램이 국내 영어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서로의 욕구를 듣고 말하는 연습을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부터 할 수 있어서요. 세련되지 않더라도 깊이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를 배울 때도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요.

- 권세리 코치님이 배우자이시기도 한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문화에서 자란 분과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오히려 문화가 다르면, 당연히 서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서 완충되는 지점도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느끼는데 어떤 의미인지 화내기 전에 물어보거든요. 한국어로 소통할 때는 일상생활에서 존대하는데요. 평소 반말을 하면 언성을 높이거나 욕을 해야 화났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그런데 존대하다가 반말을 쓰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느낄 수 있죠.
그리고 저희는 싸웠을 때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갈등을 예방하지 못할 때는, 안정된 상태에서 내가 왜 그랬는지, 서로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야기해요. 권세리 코치님이 저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아이들 앞에서 싸웠으면 아이들에게 화해하는 과정도 보여주자고 하더라고요. 엄마 아빠가 싸웠는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지낸다고 느끼지 않게 하자고요. 어색하거나 어려워도 이 부분은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갈등 해결을 공부했으면 집에서 안 싸울 것 같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한번은 제가 아내한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어요. “평화를 공부하지 않아? 왜 집에 와서 이렇게 화를 내?” 아내의 대답은 명쾌했어요. “평화를 잘 모르니까 평화를 공부하는 거야. 평화가 있으면 평화를 왜 공부해?” 반대로 제 레퍼토리도 있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일거리를 집에 안 가져가듯, 저는 갈등 해결에 관한 모든 노하우와 지식을 사무실에 다 놓고 집에 갑니다.(웃음) 갈등 해결이나 소통의 기술들도 약간 패턴화돼 있거든요. 잘 아는 사람한테 그렇게 접근하면 ‘기술 들어오네?’ 해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연재에 대한 기대를 전하신다면요.
북미에서 역사적 평화교회라는 작은 그룹이 전쟁과 집총을 거부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대했고, 그러면서 평화를 위한 여러 연대 활동이 시작됐어요. 이처럼 대안적이고 변혁적인 기독교 운동은 희망이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우리가 함께한다면, 지금처럼 사회와 교회에서 백래시가 거센 시기에도 청년들과 다음 세대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세대에 그러한 장을 같이 만들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조율과 저도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김다혜 기자
